학벌에 대해 엄청 잘 쓴 글. 학벌 얘기가 하고 싶은 건 아니고, 또 그놈의 크립토 얘기.
본문에서
"학벌 이야기를 잘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 있다. 자기 학벌의 특수성과 다른 사람들 학벌의 보편성을 적절히 줄타기하는 통찰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허나 이 줄타기를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드물다. 보통은 자기 학벌의 특수성에만 천착하여 결론에 이르게 마련이다. 학벌의 보편성이라는 것 자체가 범인의 능력으론 상상하고 체계화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본 어린이 만화책 『키다리 아저씨』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고아원에서 자란 소녀 주디는 상상력이 풍부하며 글쓰기에 남다른 소질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잣집 내부의 풍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상상을 하지 못한다. 방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만한 일이기도 하고. 내가 '극 빈민층이 겪는 고통과 아픔에 대해 이해한다.'라고 얘기하며 미간을 찌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짓는다 해서 내가 그걸 정말 이해할 리 없다.
크립토에서 베네수엘라 얘기를 엄청 가져다 쓴다. 볼리바르의 인플레이션이 어쩌고. 이게 비트코인이 필요한 이유가 어쩌고. 베네수엘라 돈이 박살 나니까, 비트코인을 산다는데. (논리는 가격 변동성 측면에서 오히려 비트가 낫다는 둥) 그럼 대체 그 박살 나고 있는 볼리바르화를 받고, 비트를 팔아주는 사람은 누구란 건지 모르겠다. 그 사람들은 바본가?
베네수엘라에서도 비트코인 사겠지. 다만 그렇게 사는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달러에 대한 접근성이 높거나, 이미 달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지 않을까 싶다.
겪어보지 않고, 가보지도 않고. 베네수엘라 얘기를 진지한 표정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허탈한 생각이 든다. 정말 못돼 쳐 먹은 사람들이구나. 종종 생각하면 화가 난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Diana Aguilar가 Coindesk에 송고한 기사. 차분하고 어른스럽게, 베네수엘라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타이른다. 좋은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