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님의 배려

by 어흥

계약직으로 일하게 된 팀의 팀장님은 참 특이한 사람이다. 몇 시에 출근하는지 모르게 항상 일찍 와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몇 시에 퇴근하는지 퇴근하는 걸 본 사람이 없을 정도다.


가끔 내가 퇴근한 후에 혹은 새벽에 문자로 업무를 물어보시면서 '지금 보라는 건 아니고...'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누가 봐도 명확한 워커홀릭인데 그 사람이 싫지 않았던 것은 그분의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인관계는 참 서툰 분이셨다.


일은 밥보다 먼저고 혼자 대충 때우는 모습도 많이 봤다. 회식도 선호하지 않았고 가끔 있는 회식도 끝나갈 때쯤 잠시 참석하곤 했다. 업무 외에는 직원과 개인적인 시간을 전혀 보내지 않는 독특한 유형의 상사...

전사에 각각의 전문부서가 있는데도 한 팀에 개발을 제외한 기획 마케팅 사업까지 모든 담당자를 꾸릴 정도록 일 욕심이 많았고 조직을 꾸릴 수 있도록 위에서도 힘을 실어줄 정도로 능력 있는 팀장이었다.
담당하는 서비스는 매년 2배 이상의 성장을 했는데 직원들의 불만은 3배 이상 커져만깄다. (이건 나중에...)


한 번은 화장실에서 마주쳐 꾸뻑 목례를 했더니 '응응' 하고는 호다닥 뛰어 나가셨다. 바쁘신가 보다 하면서도 뭔가 어색함에 화장실 밖을 빼꼼히 쳐다보니 어슬렁어슬렁 걸어가신다. '내가 싫은가...' 오해도 했지만 오해가 풀리는데 오래 걸리진 않았다.


내가 계약직 신분이라서 였던 걸까?


다른팀 계약직과 다르게 주간보고는 물론 팀 캔미팅과 부문 캔미팅 등 모든 회의에 참석시켜 주었기에 서비스의 비전과 방향을 알고 일할 수 있었다. 팀에서 진행하는 회식은 물론 크고 작은 행사나 복지도 제공받을 수 있게 신경 써주셨다.


한 번은 특이하게 연중에 팀 성과급이 특별 지급된 적이 있었다. 그 성과급을 모두 상품권으로 바꿔서 계약직인 나를 포함하여 팀 전원에게 동일하게 배분해주셨다. 돈이 크지 않았지만 계약직으로 느끼는 감사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주변 평가는 굉장히 좋지 못했다. 사람을 챙길 줄 모르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본인의 능력을 과신하고 주변 사람을 무시하는 워커홀릭 상사...


같은 그룹군에 속하지 못해서 일까? 계약직인 내 상황 때문이었을까? 내 눈에는 계약직도 챙기는 저 구름 위를 떠다니는 능력 있는 상사로만 보였다.


그리고 내 사회생활을 이분과 함께 이 정도까지 오래 하게 될 줄 이때는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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