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인수인계를 시작했다.
이미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정규직 직원에게 공유받은 업무는 다음과 같았다.
DB를 검증하고 등록하는 일
그것을 등록하는 사람을 관리하는 일
더 효율적인 운영방법을 찾고 품질을 개선하는 일
검증인력은 이미 6명이 근무 중이었는데 나는 그들의 리더 격으로 관리하는 매니징 업무였다.
기존에 마켓을 포함해 다양한 운영 경험이 있고 파트장과 사업 경험도 있어서 업무나 인력관리가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계약직인 내가 누군가를 관리(?) 한다는 게 뭔가 이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파견 계약직이었고 나는 자체 계약직이었다.
뭔 차인고 하니 나는 해당 기업에서 고용한 계약직원이고 그들은 해당 기업과 계약한 업체에 소속된 계약직이었다.
당연히 업무범위도 달랐고 처우나 복지도 달랐지만 최저임금을 받는 그들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나은 대우를 받는 나 역시 똑같은 비정규직인 것에는 변함이 없었다.
웃긴 건 채용부터 교육, 업무관리와 평가까지 담당하게 된 내가 파견직인 그들에겐 정규직처럼 보였을 것이고 나 역시 한가정의 가장이면서 200만원 정도의 월급으로 동적 관리를 위해 사비를 쓰고 업무책임을 지며 일하는 과몰입 상황이 발생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애가 애를 보는' 웃픈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계약직으로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2년 이상을 근무할 수 없었고 내가 내는 성과는 물론 서비스의 성공은 나와 상관없는 정규직들의 것인데 내가 누구를 관리하고 평가하며 책임감을 가진단 말인가...
하지만 '성격이 팔자'라고...
막상 업무에 투입되고 나니 체계 없이 운영되던 업무 프로세스를 하나하나 뜯어고치기 시작했고 대충대충 일하던 인력들을 정리하고 조직 분위기를 정비했다.
내가 담당한 지 두 달이 지날 때쯤 편하게 일하던 기존 인력들은 대부분 그만두었고 내 눈높이에 맞춰 새롭게 채용한 인력들은 2배 이상의 업무효율을 내고 있었다.
계약직임에도 내가 업무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맡은 일은 내가 책임지고 수행해야 된다는 책임감에 가능했지만 여러 상황적인 부분도 컸었다.
누군가를 교육하고 관리하면서 그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동안에는 내가 계약직임을 까맣게 잊고 일할 수 있었고, 팀장님과 파트장님이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신 덕분이었다.
언제나 모든 회의는 물론 서비스의 중요한 방향과 정책을 공유해주셨고 팀의 회식이나 이벤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시켰다. 팀장님이 운영에 직접적인 관심을 보인적은 없지만 정책을 정하고 실행하는데 내게 권한이 있음을 정규직 직원들에게 공표하는 등 힘을 실어주셨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권한이 일에 대한 책임감으로 전해진 것이다.
실질적인 처우나 상황의 변화가 없었음에도 사람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은 참 다양하다. 계약직임을 잊고 정규직처럼 서비스가 좋은 방향으로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어느 순간 하고 있으니까...
분수도 모르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