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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아이디어에서 웹 앱까지 단 5분!

GPTs, Gems도 따라잡지 못한 프로토타입 제작의 신세계

by 서지삼

앤트로픽 아티팩트가 바꾸는 AI 창작의 패러다임

기획자 김대리가 월요일 아침 개발팀과의 회의를 앞두고 있다고 상상해봅시다. 손에는 두껍게 인쇄된 기획서와 와이어프레임이 들려 있습니다. "사용자가 필터를 선택하면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변경되는 대시보드를 만들고 싶어요"라고 설명하지만, 개발자들의 표정은 여전히 의문투성이입니다.

이런 상황이 익숙하신가요? 아이디어는 명확하지만 그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비효율. 문서와 목업만으로는 동적인 인터랙션을 설명하기 어렵고, 결국 여러 번의 회의와 수정을 거쳐야 하는 반복적인 프로세스. 바로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마주해온 현실이었습니다.

그동안 AI 도구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해왔습니다. 더 똑똑한 대화, 더 정확한 답변, 더 다양한 기능.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여전히 '질문과 답변'의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과연 AI가 단순히 답을 주는 존재를 넘어서, 우리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파트너가 될 수는 없을까요?


Artifact 업데이트의 핵심 : 대화에서 창작으로

2025년 6월, 앤트로픽이 발표한 Claude 아티팩트의 대대적인 업데이트는 이런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합니다.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은 단순히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AI와의 상호작용 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입니다. https://youtu.be/iSn77jvjojA?si=mdqQHUeKY1k_LUNu

가장 중요한 변화는 아티팩트가 이제 Claude API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는 정적인 코드나 문서를 생성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실시간으로 AI와 소통하는 살아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히 플래시카드 세트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주제를 입력하면 그에 맞는 카드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플래시카드 앱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새로운 아티팩트 전용 공간이 생겨나면서, 사용자들은 자신의 창작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경제적 구조입니다. 다른 사람이 여러분의 아티팩트를 사용할 때, 그 사용량은 해당 사용자의 구독에서 차감되지 창작자인 여러분에게 비용이 부과되지 않습니다. 이는 창작과 공유를 가로막던 경제적 장벽을 제거하는 혁신적인 접근입니다.


3사 비교 : 각자 다른 길을 걷는 AI 거인들

이제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들이 어떻게 다른 접근을 취하고 있는지 살펴봅시다. 각각의 철학과 강점을 이해하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구를 사용해야 할지 더 명확해집니다.

OpenAI의 GPTs는 커스터마이제이션의 선구자 역할을 했습니다. 2023년 11월 출시 이후, 사용자들은 특정 목적에 맞는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GPTs의 가장 큰 강점은 지식 파일 업로드 기능입니다. 회사의 내부 문서나 스타일 가이드를 업로드하면,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일관된 답변을 제공하는 전문가 수준의 챗봇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웹 브라우징, DALL-E 3을 통한 이미지 생성, 코드 실행 등 다양한 도구와의 연결도 지원합니다.

Google의 Gems는 생태계 통합이라는 차별화 전략을 택했습니다. Gmail, Google Drive, Google Maps, YouTube 등 구글의 방대한 서비스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실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메일 내용을 참조하면서 Drive의 파일을 찾아 요약해주거나, Maps 정보를 활용한 여행 계획을 세워주는 식입니다. 또한 15,000 토큰이라는 높은 처리 용량으로 복잡하고 긴 작업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습니다.

Anthropic의 아티팩트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을 선택했습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동작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에 집중합니다. 사용자는 아이디어를 설명만 하면, Claude가 그것을 실제 작동하는 웹 앱, 게임, 도구로 변환해줍니다. 더 나아가 이렇게 만들어진 아티팩트 안에서 Claude의 AI 기능을 다시 호출할 수 있어, 진정한 AI 파워드 애플리케이션 제작이 가능합니다.

이런 차이는 각 플랫폼의 철학을 반영합니다. GPTs는 '전문성'에, Gems는 '통합성'에, 아티팩트는 '창작성'에 방점을 찍은 것입니다.


실전 사용 시나리오 : 이론에서 현실로

실제 업무 환경에서 아티팩트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 시나리오를 상상해봅시다. 스타트업의 기획자인 박과장이 새로운 사용자 대시보드를 제안하려고 합니다. 기존 방식이라면 이런 과정을 거쳤을 것입니다. 먼저 Figma나 Sketch로 목업을 만들고, 각 화면 간의 연결 관계를 문서로 설명한 뒤, 개발팀 회의에서 30분간 설명하고 질답을 주고받습니다. 하지만 정적인 이미지만으로는 실제 인터랙션을 전달하기 어려워 오해가 생기고, 결국 몇 차례 수정을 거쳐야 합니다.

아티팩트를 활용한다면 어떨까요? 박과장은 Claude에게 "월별 매출 데이터를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만들어줘. 사용자가 기간을 선택하면 차트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클릭하면 상세 데이터를 볼 수 있어야 해"라고 설명합니다. 몇 분 후, 실제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이 완성됩니다. 박과장은 이 링크를 개발팀에 공유하고, 모든 팀원이 실제로 버튼을 클릭하고 데이터가 변하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교육 분야입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이선생님이 학생들을 위한 맞춤형 문제 생성기를 만들고 싶어합니다. 아티팩트를 통해 학생이 자신의 취약점을 선택하면 해당 유형의 문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틀렸을 때는 힌트를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학습 도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 모든 것이 코딩 지식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마케팅 분야입니다. 디지털 마케터인 김대리가 A/B 테스트용 랜딩 페이지를 빠르게 제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티팩트를 활용하면 다양한 버전의 페이지를 실시간으로 생성하고 수정할 수 있으며, 각 버전의 링크를 팀원들과 공유하여 즉석에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례들이 보여주는 공통점은 '프로토타이핑의 보편화'입니다. 이전까지는 개발자나 디자이너만이 할 수 있었던 프로토타입 제작이, 이제는 아이디어를 가진 누구나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한계와 리스크 : 현실적인 제약 조건들

하지만 아티팩트도 만능은 아닙니다. 현재 기술적 한계와 잠재적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큰 기술적 제약은 외부 API 호출과 서버리스 데이터베이스 연결이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현재 아티팩트는 Claude의 내장 API만 호출할 수 있어, 외부 서비스와의 연동이나 데이터 저장 기능에 한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실제 결제 시스템과 연결되거나 사용자 데이터를 영구적으로 저장하는 완전한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지속성(persistence) 문제도 있습니다. 아티팩트에서 생성된 데이터는 브라우저 세션이 종료되면 사라지므로,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localStorage나 sessionStorage 같은 브라우저 저장소도 현재 Claude.ai 환경에서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보안과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고려할 점들이 있습니다. 아티팩트를 공유할 때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기업 환경에서 사용할 때는 내부 정보 유출 위험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성능 측면에서는 복잡한 계산이나 대용량 데이터 처리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티팩트는 프로토타이핑과 간단한 도구 제작에 최적화되어 있어, 엔터프라이즈급 애플리케이션의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기는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과도한 의존성의 위험도 있습니다. 아티팩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개념이나 설계 원칙을 놓칠 수 있습니다. 특히 개발 초보자들이 아티팩트로만 작업하다 보면, 실제 개발 환경에서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할 위험이 있습니다.


전망 : 새로운 창작 생태계의 탄생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아티팩트가 제시하는 미래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No-Code/Low-Code' 패러다임을 넘어서는 새로운 단계, 즉 'Conversational Creation'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프로토타이핑과 아이디어 검증 과정에서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기획자와 개발자 간의 소통 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면서, 프로젝트 초기 단계에서의 오해와 재작업이 크게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비개발자들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형태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혁신의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입니다.

중기적으로는 교육 분야에서의 활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교사들이 맞춤형 학습 도구를 직접 만들고, 학생들도 자신만의 학습 앱을 제작하는 것이 일상화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분야에서도 빠른 A/B 테스트와 고객 반응 검증을 위한 도구로 널리 활용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흥미로운 변화가 예상됩니다. 외부 API 연동과 데이터 저장 기능이 개선되면, 아티팩트로 만든 프로토타입을 실제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술적 배경이 없는 창업자들도 MVP(Minimum Viable Product)를 빠르게 만들고 검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AI와 함께하는 협업의 개념 자체가 진화할 것입니다. 현재는 AI가 사용자의 요청을 실행하는 관계이지만, 앞으로는 AI가 능동적으로 제안하고 함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 진정한 창작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아티팩트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서, 우리가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생각을 코드로, 대화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상상을 체험 가능한 프로토타입으로 변환하는 새로운 창작의 시대. 그 시작점에 우리가 서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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