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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美공무원이라면 ChatGPT를 1달러에 쓴다고요?

OpenAI, 미국 연방정부에 ChatGPT를 1달러에 제공하는 파격 딜

by 서지삼

AI 업계를 뒤흔든 '1달러' 가격 정책

OpenAI가 미국 연방정부와 역사상 전례없는 파트너십을 체결했습니다. 연간 기관당 단 1달러라는 상징적인 가격으로 ChatGPT Enterprise를 모든 연방기관에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ChatGPT Enterprise는 사용자당 월 30달러의 요금이 부과되는데, 이번 정부 딜은 사실상 무료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는 단순한 할인이 아닌, OpenAI의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807003300091?input=1195m


백악관 AI 행동 계획의 핵심 축

미국 총무청(GSA)은 수요일 이 새로운 거래가 OneGov 전략의 일환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AI 행동 계획(America's AI Action Plan)"을 직접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입니다. GSA 대행 청장 마이클 리가스(Michael Rigas)는 "우리 정부의 효과적인 AI 활용은 미국이 세계 AI 리더임을 입증하는 데 중요하다"며 OpenAI와의 파트너십에 감사를 표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모든 참여 연방기관은 1년간 ChatGPT Enterprise에 기관당 1달러로 접근할 수 있으며, 추가로 60일 동안은 고급 모델과 기능을 무제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용 교육 프로그램으로 정부 사용자 커뮤니티와 맞춤형 훈련이 제공되고, 보안 강화 차원에서 정부 데이터는 모델 훈련에 사용되지 않음을 보장합니다.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투자

이번 초저가 정책의 숨은 의도는 명확합니다. 정부 내 사용자 기반을 선점하여 AI 시장에서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입니다. 연방정부 직원 수백만 명이 ChatGPT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이는 자연스럽게 민간 부문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2024년 이후 이미 9만 명 이상의 정부 직원이 1,800만 건 이상의 ChatGPT 메시지를 생성했다고 OpenAI는 밝혔습니다.

OpenAI의 공격적인 정부 진출에 경쟁사들도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Anthropic의 대변인은 FedScoop에 자사도 Claude 모델을 1달러에 제공하는 유사한 거래를 정부와 협상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Google의 Gemini 역시 연방총무청(GSA)의 계약 기관에 포함되어 있어, AI 업체들 간의 연방정부 시장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OpenAI의 1달러 정책 뒤에 숨은 전략적 의도를 더 깊이 분석해보면, 이는 단순한 할인 정책이 아니라 매우 치밀하게 계산된 글로벌 시장 지배 전략입니다.


네트워크 효과 극대화

OpenAI가 노리는 가장 핵심적인 효과는 네트워크 효과입니다. 미국 연방정부 직원 수백만 명이 ChatGPT에 익숙해지면, 이들이 민간으로 이직하거나 개인적으로 AI를 사용할 때도 자연스럽게 ChatGPT를 선택하게 됩니다. 정부에서 쌓은 사용 경험과 노하우가 그대로 민간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이죠. 이는 마치 Microsoft Office가 학교와 기업에서 표준이 되면서 개인 사용자들도 자연스럽게 Office를 선택하게 된 것과 같은 메커니즘입니다.


경쟁자 진입 장벽의 구축

더 교묘한 전략은 경쟁자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만드는 것입니다. Anthropic이나 Google도 1달러 정책을 따라할 수는 있지만, 이미 시장을 선점당한 상황에서는 "저희도 1달러입니다"라고 해봐야 "그럼 이미 쓰고 있는 ChatGPT 그대로 쓰죠"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선점 효과(First-mover advantage)를 극대화하는 전략인 셈입니다.


글로벌 표준으로서의 지위 확보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ChatGPT를 채택한다는 것은 전 세계에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선택한 AI"라는 브랜딩 효과는 다른 국가들의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는 마치 미국이 GPS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전 세계 표준이 된 것과 유사한 전략입니다.


데이터 수집의 황금어장 확보

정부 기관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질적으로 매우 뛰어납니다. 정책 문서, 법률 분석, 행정 절차 등 고도로 전문적이고 구조화된 데이터들이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물론 OpenAI는 이 데이터를 직접 학습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떤 종류의 질문들이 많이 들어오는지, 어떤 패턴으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메타데이터만으로도 엄청난 가치가 있습니다.


생태계 락인(Lock-in) 효과 창출

가장 무서운 전략은 생태계 락인입니다. 일단 정부 기관들이 ChatGPT를 중심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직원들이 ChatGPT 사용법에 익숙해지면, 다른 AI로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려워집니다. 단순히 기술적 전환의 문제가 아니라, 수천 명의 직원을 재교육해야 하고, 기존에 구축한 워크플로우를 모두 바꿔야 하는 막대한 전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소프트파워로의 활용

AI 기술은 이제 국가의 소프트파워이기도 합니다. 미국이 전 세계에 "우리의 AI를 쓰세요"라고 제안할 때, 정부 차원에서 이미 검증하고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강력한 설득력을 갖습니다. 이는 문화적, 정치적 영향력 확산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장기적 수익 모델의 설계

1달러 정책은 분명히 단기적 손실을 감수하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가격 결정권을 갖게 됩니다. 특히 정부 기관들이 ChatGPT 없이는 업무가 어려운 상황이 되면, 향후 가격 인상에도 어쩔 수 없이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아마존이 초기에 손실을 감수하며 시장을 장악한 후 수익을 거두는 전략과 유사합니다.


이렇게 보면 OpenAI의 1달러 정책은 눈앞의 수익을 포기하는 대신 미래의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매우 치밀한 장기 전략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AI 시대의 패권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전략적 투자인 셈입니다.


한국의 현실 - 이미 연간 4억원씩 지불 중

한국의 상황을 보면 미국의 1달러 정책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입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지난 1년간 AI 구독료로만 약 4억원을 지출했습니다. 미국은 연방정부 전체가 기관당 연 1달러인 반면, 한국은 지자체만으로 연간 3억 9,168만원을 지출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제주도가 6,871만원으로 최고 지출을 기록했고, 서울이 5,634만원, 경기가 4,675만원, 전남이 4,454만원, 충남이 4,313만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흥미롭게도 17개 시도 모두 ChatGPT를 구독 중이며, 총 3,687명의 공무원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이 OpenAI와 파격적인 딜을 체결한 배경을 더욱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https://www.yna.co.kr/view/AKR20250308032800530


만약 OpenAI가 한국에도 같은 제안을 한다면?

여기서 매우 현실적인 시나리오를 가정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내일 당장 OpenAI가 한국 지방자치단체들에게 "기관당 연 1달러에 ChatGPT Enterprise를 제공하겠다"고 공식 제안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압도적인 비용 절감의 유혹

현재 한국 지자체들이 지불하고 있는 AI 구독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그 충격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제주도는 연간 6,871만원을 1달러로, 99.9999% 절감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5,634만원을 1달러로, 경기도는 4,675만원을 1달러로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전남과 충남도 각각 4,454만원, 4,313만원에서 1달러로의 극적인 비용 절감이 가능합니다.

전국적으로 계산하면 현재 연간 3억 9,168만원의 AI 구독료가 전국 17개 시도 합쳐서 17달러가 됩니다. 이는 99.999% 이상의 비용 절감 효과를 의미합니다. 예산 편성에 고민이 깊은 지자체장들에게 이런 제안이 온다면 과연 거부할 수 있을까요?


다각도에서 몰아치는 압력들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장들이 직면하게 될 압력의 강도를 상상해보면, 거부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시민들로부터의 압박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시민 간담회나 민원실에서 "옆 도시는 1달러로 똑같은 AI 서비스를 받는다는데, 왜 우리만 몇천만원씩 써야 하나요?"라는 질문이 쏟아질 때, 지자체장이 할 수 있는 답변은 많지 않습니다. 특히 "행정 서비스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시민들 앞에서 "우리는 계속 비싼 걸 쓰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지방의회 예산 심사는 더욱 치열할 것입니다. 의원들이 "제주도는 연간 1달러로 ChatGPT를 쓰는데, 왜 우리는 6천만원을 책정해야 합니까?"라고 추궁할 때, 지자체장은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해야 합니다. 평상시에도 한 푼이라도 아껴 쓰라고 압박하는 의회에서 이런 극명한 비용 차이를 보고도 묵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예산 삭감 압력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의 관심도 집중될 것입니다. "세금 낭비 논란", "비효율적 예산 운용"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연일 쏟아지고, "이웃 지역 대비 6천만 배 비싼 AI 구독료"라는 자극적인 비교 보도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지역 언론들은 이런 이슈를 놓치지 않을 테고, 시민들의 관심과 비판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치적 부담이 가장 클 것입니다.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지자체장에게 "다른 지역은 1달러인데 우리만 몇천만원 쓴다"는 비판은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반대로 "AI 구독료를 연간 수천만원에서 1달러로 줄여 시민 세금을 절약했다"는 것은 강력한 치적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계산을 무시하고 원칙만을 고집하기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적 이유들

현재 17개 시도가 모두 ChatGPT를 구독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미 ChatGPT의 효용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공무원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고, 업무 효율성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만 1달러로 떨어진다면 거부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더욱이 OpenAI가 제시할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미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보안 강화, 정부 전용 커뮤니티, 교육 프로그램 등의 추가 혜택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제공받을 수 있다면, 이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시민에 대한 배신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단기 이익 vs 장기 위험의 복잡한 딜레마


즉시 체감할 수 있는 단기 이익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단기적으로는 분명한 이익이 있습니다. 전국 지자체가 절약하게 될 약 4억원은 다른 시급한 사업들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도로 보수, 복지 서비스 확대, 교육 인프라 개선 등 시민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사업들에 예산을 돌릴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검증된 글로벌 표준의 AI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함으로써 행정 효율성이 즉시 향상될 것입니다.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고, 시민 서비스 질이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한국 AI 생태계에 미칠 치명적 타격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 엘지의 '엑사원' 등 국내 AI 기업들이 공들여 개발한 기술들이 가장 큰 위기를 마주하게 됩니다. 신흥시장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큰 고객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시장을 모두 OpenAI에게 내주게 되면, 국산 AI 기업들은 생존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기술 종속의 심화와 보안 우려

더 심각한 문제는 기술 종속입니다. 모든 공공기관이 ChatGPT에 의존하게 되면, OpenAI의 정책 변화나 서비스 중단에 우리 행정 시스템이 그대로 노출됩니다. 가격이 갑자기 오르거나, 서비스 조건이 바뀌어도 대안이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또한 아무리 보안을 강화한다고 해도, 우리의 행정 정보와 시민 데이터가 미국 기업의 시스템을 거치게 된다는 점은 국가 안보 차원에서 우려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미-중 갈등이나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이런 우려는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결국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

핵심 질문은 명확합니다. 우리는 눈앞의 엄청난 비용 절감과 즉시 효과를 택할 것인가, 아니면 미래의 기술 자립과 주권을 위해 현재의 높은 비용을 감수할 것인가?

이는 단순히 경제적 계산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편리함과 효율성을 택할 것인가, 자립과 주권을 택할 것인가. 아마도 이 선택이 향후 10년, 20년 후 한국의 AI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전략적 대응의 필요성

미국의 1달러 정책은 단순한 할인이 아닙니다. 전 세계 정부 시장을 선점하려는 치밀한 전략입니다. 한국도 이에 대한 명확한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정부 차원의 일관된 AI 정책 수립, 국산 AI 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 강화, 공공 부문 AI 도입의 원칙과 기준 마련, 기술 자립 vs 비용 효율의 균형점 찾기 등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미국의 1달러 ChatGPT 정책이 성공한다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각국이 비슷한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우리의 AI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분기점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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