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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Jul 28. 2024

여름 14, 고래보러 아프리카 가자 3 - 남아공

고래 보러 가자(허머너스)


 에티오피아에서 시작하여 케냐, 탄자니아에 이어 여행의 중간지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답지 않게 유럽에 온 듯 온하한 기후에 깨끗한 케이프타운 시가지에서 2박을 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케이프타운의 테이블 마운틴

 케이프타운에서 자동차로 해안도로를 2시간 정도 달리면 허머너스(Hermanus)라는 고래관광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남방 긴 수염고래와 혹등고래가 계절에 따라 나타나고 브라이드고래와 돌고래를 일 년 내내 볼 수 있는 지역이다.


 오래전 사람들과 마음이 안 맞아 힘들 때 <프리월리>라는 고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10세 소년과 범고래의 가슴 따뜻한 교감과 우정을 그린 최고의 가족 동물영화이다.


 여러 번 영화를 보며 훈련된 범고래들을  그들의 고향인 바다로 보내고 싶었다. 높이 높이 뛰어오르는 고래들이 자유를 향하여 힘껏 지느러미로 날갯짓하는  것 같았다.


 '빠삐옹처럼. 나처럼--'


 영화 프리월리는 인기가 많아 3편의 시리즈로 만들어졌다. 나는 동물원의 갇혀있는 고래 월리가 아닌 진짜 바다에서 살아 넘실거리며 뛰어오르는 힘찬 고래를 보고 싶었다.


 '언젠가는 꼭---'


그리고 20년이 지나 드디어 고래를 볼 수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삭막한 평원을 가로지르는 비포장 도로 옆으로 소떼들과 돌산들이 여유로웠다. 사람이나 자동차들은 마음이 급한지 앞만 보고 달렸다. 그렇게 서두르는 우리들을  소떼들은 여유롭게  바라보며 배웅하였다.


  허머너스 거리에는 처음 보는 먹을 것들과 특산물, 기념품들이 많았다. 그곳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 우리들을 에워싸며 조잡한 물건들을 보여주었다.

  하나라도 더 팔려는 그들에게 벗어나느라 힘들 지경이었다. 결국 제일 어린아이의 목걸이를 1달러에 사주니 함박 웃는 모습에  나도 함께 웃었다.


 어렵게 결심하고 힘들게 떠나온 아프리카 오지 여행은 가는 곳마다 큰 기쁨을 만끽하게 해 주었다. 

 배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청년들과 소년들은 관광객들을 보자 휘파람으로 맞아주었다. 어제까지 파도가 높아 배가 뜨지 않았는데 오늘은 투어를 할 수 있다며


'Lucky, Good dayy'


를 외치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아, 역시 여행은 날씨가 반이다!'


 허술한 포구에서 아프리카 현지식 점심 식사를 하였다. 화장실을 보며 모두들 소리를 지르고 이곳이 아프리카임을 실감했다.

 배가 작아 흔들림이 많으니 멀미를 할 수 있다고 하여 준비한 멀미약을 먹었다.


 고래 투어하는 사람들은 4-6명 정도씩 팀을 나누어 구명조끼를 입고 나무로 만든 아주 작은 통통배를 탔다.


 이렇게 작은 배를 타면 혹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실제 일본인 노부부와 몇 사람들은 배를 보자마자 실망한 듯 배 승선을 포기하기도 했다.


 지금은 고래투어를 목적으로 제작된 쌍동선을 타고 항해하며 편안하게 경치를 감상하며 다과를 제공받고 고래체험을 할 수 있다.


 잠시 흔들렸지만 바다의 왕자 고래 투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귀한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구명조끼를 입고 안전요원이 있으니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

 

 작은 배가 통통통거리며 흔들흔들 출발하였다. 그때 바다는 따뜻한 햇살과 만나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잠시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잠시 후 망원경을 보고 있던 어린 조수가 고래의 등이 보인다고 영어로 소리 지른다. 까만 얼굴에 하얀 눈동자와 잇몸이 크게 드러나게 웃는다.


 어찌나 귀엽게 춤을 추는지 따라 웃으면서도 소년의 낡아 구멍 투성이 옷이  크게 보였.

 소년이 손가락을 입에 넣어 이상한 소리를 내자 고래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망원경과 카메라를 재빨리 챙기며 제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래들은 몇 마리씩 몰려다니며 아기 소리를 내고 다이빙을 하며 신나게 놀았다.

  구경하던 사람들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대자 더 신난 듯 우리 배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금방이라도 우리 쪽으로 뛰어오를 듯 가까이 다가오자  작은 배가 휘청거리며 물이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고래들은 사람들의 놀라움과 환호, 카메라 프레시 따위는 의식하지 않았다.

 그냥 제집에서 놀듯 위풍당당하게 몸을 회전하며 치솟았다.

 물속에서 꼬리를 쏙 내밀며 물보라를 일으키며 춤추듯 흔들었다.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고 빳빳한 양쪽 지느러미를 자유자재로 흔들었다.


 '인간들아, 저리 비켜. 여기는  우리 것이야!'


 생각보다 훨씬 크고 매끄러운 몸매, 윤기 나는 검은 피부의 고래들을 바로 옆에서 본다는 것이 믿을 수없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반만 밖에  되지 않는 배를 공격하지 않는 것이 의아했.


  ‘아! 아! 아! ᆢ'


 영화에서 친구의 수신호에 방파제 그물을 뛰어넘어 바다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가던  돌고래 월리를 보는 둣했다.


  저 힘차고 자유로운 고래들처럼 뛰어올라 바다 저 멀리까지 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거대한 체구에 유난히 반짝이던 고래들과의 눈 맞춤은 환희의 체험이었지만 슬픔이었다.  


 드디어 나의 오랜 꿈이었던 고래를 보는 아프리카 여행을 이루었다. 여기 오기까지 많은 기다림과 어려움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어느새 슴에 손을 얹고 있었다.


 '영화 같은 여행, 영화 속에 내가---'


 다음 나의 고래들을 포기하지 않으리라 다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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