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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Jul 21. 2024

여름 13, 아프리카 2 - 탄자니아, 케냐

아웃 오브 아프리카 (세렝게티, 마사이 마라)


 마음이 울적하여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는 먼 곳의 영화를 보곤 한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의 드넓은 자연으로 데리고 가서 뛰놀게 해주는 영화이다.

 

 화면 가득 펼쳐졌던 광활한 초원과 산, 의 풍경을 즐기게 하는 경비행기 장면, 지평선 가득한 석양 가운데 카렌(메릴 스트립)과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의 애절한 사랑이 떠오른다.

 아프리카의 8월, 한낮은 뜨거운 태양에 땅이 달구어지고 생물은 말라 타들어 간다. 길가의 마른풀들과 흙들마저 풀풀 먼지만 가득한 채 납작 엎드리고 있다.


 1981년 유네스코의 세계 자연유산에 등재된 세렝게티 국립공원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초원에 있다. 면적은 우리나라 충청북도의 2배 정도 되는 넓이이다. 마사이족의 언어로 '끝없는 초원'이란 뜻이다.


  이 세렝게티-마사이마라 지역은 아프리카 사바나 지역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곳이다. 끝없이 펼쳐진 세렝게티 평원을 가로지르며 장엄한 야생동물의 숨 막히는 풍경과  대이동은 어느 곳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계 최고의 인상적인 사파리 여행지이다. 


 세렝게티 사파리를 즐기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무엇을 보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6월에서 10월 사이에 이루어지는 동물들의 대이동을 목격하려고 우리는 7월 말에 방문했다.

 이때 거의 모든 동물들이 움직이는데 특히 100만 마리가 넘는 누떼의 이동은 장관이다. 수십만 마리의 동물들이 신선한 초원을 찾아 케냐와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를 순환하는 패턴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남부의 경우는 나무도, 마르지 않는 샘도 별로 없으므로 대규모의 누떼가 한번 쓸고 지나가면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  된다고 한다.

 

 진귀한 동물들(흔히 빅 5라고 하는 사자, 코끼리, 버펄로, 표범, 코뿔소)은 1년 중 건기와 우기가 번갈아 오는 동안 물과 먹이를 찾아 마사이마라에서 세렝게티로 혹은 응고롱고로 옮겨 다닌다.

 

 무려 2500km의 거리를 200만 마리가 넘는 여러 동물들이 탄자니아와 케냐의 철망 없는 국경을 넘어 쉴 새 없이 이동하는 모습에서는 자연의 경이로움 마저 느낄 수 있다.



 탄자니아 세렝게티의 사파리 투어 첫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났다.

 새벽의 세렝게티 경험은 흥분되고 특별했다.  지평선 너머 붉은 태양이 솟으면 평원은 황금빛으로 물든다.

 여기저기 기지개를 켜며 대지에 울리는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소리는 가슴속에 파고들며 소름이 돋는다.


 벌써 부지런한 동물들은 평원 저 멀리 이동하고 있었다. 우리가 탄 지프의 행렬을 무시한 채 그들만의 질서로 대형을 단단히 이루었다.


 우리는 최대한 조용하고 천천히 그들의 영역 가까이 들어갔다.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안전할 수 있으니까.

 아프리카에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초식동물들이 이곳에 살고 있지만 100만 마리가 넘는 검은 꼬리 누떼가 이곳의 상징이라 다.


 동물들이 워낙 많아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이다. 3,000마리가 넘는 사자, 8,000마리의 코끼리, 30만 마리가 넘는 톰슨가젤 및 그랜트 가젤들이 살고 있다.

20만 마리의 얼룩말, 코뿔소, 치타, 하이에나, 표범 등도 이곳에서 많이 볼 수 있다.

 500여 종의 조류가 서식하는 세렝게티는 조류 애호가들의 천국이기도 하다.


  이곳의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먹이를 찾고 있었다. 사자가 나무 위에서 낮잠을 자고 기린들이 군데군데 모여 제 키만 한 나무 위의 잎들을 따먹기도 하고 벌러덩 바닥에 누워있는 모습에 이곳이 동물의 천국임을 알게 한다.


 수풀 사이로 독수리들이 모여 죽은 동물 사체를 쪼아 먹는 모습에 초원의 청소부는 독수리라는 말이 생각났다


 약 300만 마리의 야생 동물들이 약육강식이라는 야생의 법칙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이 땅은 거대한 사바나로 이루어져 있다.

  이 아름다운 땅에서는 무한경쟁이나 치열한 생존경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는 초원이지만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사자조차도 초식동물들을 마구잡이로 사냥하지는 않는다.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삶의 공간이다. 사람들이 야생동물들에게 정말 배워야 하는 것들이다.

 

 버펄로와 얼룩말과 누가 덩치 큰 놈들은 바깥쪽, 작은놈들은 안쪽으로 하여 질서 정연하게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동물들은 가끔 개울을 건너야 하거나 지프들이 대형 가운데로 지나가면 덩치가 큰 들은 제자리에서 멈추었다. 작은놈들은 뛰어와서 이동 대열을 유지했다.

  

 동물들이 줄을 서서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놀라며 박수를 쳤다.


 '사람들아, 세렝게티 동물들이 얼마나 줄을 잘 서고 질서를 잘 지키는지 아는가?'


 세렝게티에서는 사파리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깔끔한 로지에 묵었다. 천막 안에 모기장 안에 침대와 샤워실까지  깔끔한 곳이었다.  낯선 체험에 알 수 없는 동물들의 울음소리 때문에 깊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셋째 날, 우리의 숙소는 마사이 마을이다.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탄자니아의 북부, 케냐 국경에 위치해 있다.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는 한국의 제주도와 비슷한 크기이다.


 이 공원의 이름은 공원 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마라'나무와 이 지역의 원주민인 '마사이'족에서 유래되었다. 마사이마라는 그 면적이 세렝게티보다는 작지만, 역시 아프리카 특유의 생명력을 지닌 생태환경이 풍부하게 펼쳐져 .


 내인은 이곳 근처 야생동물 왕국의 챔피언으로 불리는 날렵한 몸의 치타가 서식하고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숙소밖에 나가거나 투어 중에 절대 자동차를 벗어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치타는 먹이를 발견하면 시속 120km의 속도(100m를 3초에 달림)로 질주하여 다른 동물이나 사람들에게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하지만 오래 달리면 체온이 급격히 올라 생명에 지장을 주기 때문에  번에 300m 이상은 달리지 못한다고 한다.


 중대형 동물 중에서 가장 길들이기 쉽고 아랍부호들이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선호하여 새끼 치타 밀수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치타도 먹이 생태계의 파괴와 인간의 욕심으로 1급 멸종위기 동물로 이름을 올린 후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2010년부터 매년 12월 4일은 '세계 치타의 날"이자 '야생동물 보호의 날'로 지정되었다.

 

  이곳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상은 사람들과 동물들은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무섭고 두려윘던 야생동물들의 중요성과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여행이 되었다.

마사이 로지

 아프리카의 밤은 낮과 전혀 다르다.

 살을 뚫는 추운 공기는 마사이족들도 노스페이스 패딩 파카를 입게 하고 칼칼한 바람은 피곤한 여행객의 잠을 쫓아낸다.  


 아프리카의 밤은 빨리 오고 밤 9시 자가발전 전등마저 모두 꺼진 천막들 사이로 황톳빛 초원의 메케한 흙냄새가 풀풀 흩날렸다.


 세상이 모두 잠든 듯 숨소리조차 멈춘 고요함에 갑갑한 천막에서 도무지 긴 여름밤을 지낼 수 없었다.  


  헤드 랜턴을 끼고 밖을 서성였다.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 여럿 보였다. 안전구역을 벗어나면 어디서든지 동물의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허름한 울타리와 정문에는 경비들이 총을 멘 채 경계를 서고 있었다.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의 쏠림에 놀라 이마에 있는 헤드 랜턴을 얼른 다. 담장 너머 튼실한 바오바브나무들이 수억의 잔별들을 지켜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서서 별들과 이야기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은 아직 많이 남았는데 이제는 내가 할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았다.

 쌓아 놓은 이야기가 참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참 이상하기도 하지! 무거웠던 속마음이 별것 아닌 듯 후련했다.



 어린 왕자를 읽으며 품었던 아득했던 아프리카 1000년의 신성한 나무 바오바브나무 환상은 세렝게티 초원 마사이 마라 마을의 한여름 밤에 이루어졌다.

 빽빽한 은하수들과 나를 내려다보는듯한 어린 왕자에게


 ‘저 바오바브나무뿌리는 얼마나 깊이 파고들어 있길래 별을 관통할 수 있는 건가요?’


 ‘정말 아주 작은 별이라면 바오바브나무는 그 별을 상상 조각으로 부수어 버릴 수도 있나요?’


 그 깊은 밤 나는 거슬러 14살이었다. 밤새  이불속에서 스탠드 전등을 켜고 어린 왕자에 빠져 궁금함이 많았던 단발머리 여중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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