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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 소풍 이정희 Aug 18. 2024

여름 17, 아프리카 6 - 생명의 질서

초베 국립공원(보츠와나)

보츠와나 초베국립공원

 

 탄자니아 세렝게티는  2박 3일 이상 차량으로 드넓은 초원의 야생 동물들을 관찰해야 한다.


 같은 듯 다른 보츠와나 초베 국립공원은 초베강 주변 습지를 따라 1박 2일 정도 다양하게 살펴보기 좋은  다정한 곳이다.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코끼리 서식지와  수상식물들을 관찰하는 보트사파리와 크루즈 투어, 물개와 악어 집단 서식지를 볼 수 있는 지프투어를 즐길 수 있다. 

 이곳의 원주민은 우리에게 영화 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져 있는 샌(san)족으로, 그들은 사냥감과 과일, 그리고 물을 찾아 옮겨 다니는 유목민이다.


 꽤 오랜 옛날부터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온 그들은 1980년에 만들어진 영화 <부시맨>을 통해 일약 아프리카 오지를 상징하는 부족이 되었다.


 초베국립공원은 습지가 많아서인지 진흙에 웅덩이가 많다. 지프가 천천히 달려도 덜컹거리고 요란스럽다. 소리를 지르는 우리들을 물속의 동물들이 지긋이 바라본다. 많이 보아 익숙한 듯.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원 세렝게티와 다르다!'


 지프가 한참을 달리더니 시커먼 진흙 가득한 작은 개울에 멈춘다. 불룩불룩 돌덩이같이 솟은 것들이 많이 눈에 뜨여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차에서 내려 가까이 보았더니 개울 가득 하마 천지였다. 하마들은 햇빛이 강한 낮에는 피부가 약하여 갈라지기 때문에 물속에만 저리 있다가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이동한다고 한다.


사파리 지프 투어

 하마들끼리 피를 흘리며 험하게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컷들끼리 싸우고 싸움에서 지면 물려 죽거나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사람을 제일 많이 해치는 것은 사자나 표범이 아닌 하마의 포악성이라고 한다.


 경비병들이 다가와 위험한 곳이니 물러나라며 우리들을 막아선다. 안내인이 팁을 주니 몇 걸음 물러서며 얼른 보고 가라고 했다.


 사진을 찍고 있으니 가까이 다가와서 안내인에게 위협적인 말을 했다. 지금까지 하마의 위험에서 보호하여 주었으니 다시 팁을 요구했다.

  황당하였지만 총을 들고 있으니 다시 줄 수밖에 없었다. 1인당 1달러씩 모아 주니 함박웃음에 하얀 잇몸이 반짝인다.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영어로 물어보며 한국을 안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리며 사진까지 찍어 주었다.


 "저 경비병 오늘 횡재했네!"


보트 투어

 점심식사 후 나무를 파서 만든 작은 보트 투어에 나선다. 초베강을 유람하며 동물들을 관찰하는 보트투어는 이곳 체험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육상에서 보다 더 많은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물이 넉넉하니 세렝게티보다 사는 동물들이 더 다양해서 좋았다. 물 위에 처음 보는 아프리카 식물들이 많았다.

 바람이 불고 바로 만져지는 이름 모를 열대 꽃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배가 작아서인지 물 위에 둥둥 떠있는 것 같았다.


 노를 젓던 안내인이 꽃을 따서 팔찌를 만들어 주었다. 

 아주 작은 배에 구명조끼도 없어 불안하던 마음이 안내인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노래로 누그러워졌다. 


 '아, 이탈리아 베니스 구레나룻 남자!'

 '물 위에서 배를 운행하는 사람들은 노래를 잘하는 게 공통점인가?'


  나무배가 수풀을 헤지며 식물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우리들을 데려갔다.

 강에서 눈을 반짝이며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 악어와 물가에 나와서 무리를 지어서 잠을 자고 있는 하마,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가며 이동하는 코끼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심지어는 늪지대에서 하마와 코끼리가 함께 어울리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이런 것이 초베강의 질서인가 보다.


잠게지 강 크루즈 투어

 초베강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조류 관찰이다. 규모가 큰 잠베지 강 주변에는 무려 450종이 넘는 조류가 살고 있다고 한다.  배를 숲 쪽으로 몰아가며 선장이 설명을 해 주기도 한다.


  수변 관찰이 끝날 무렵, 아프리카의 붉은 태양이 잠베지강 너머로 긴 꼬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거칠 것 없는 사방으로 새들이 하나, 둘씩 날아오른다. 덩치가 큰 것들이 앞장서자 양 옆으로 줄을 맞추어 비행을 시작한다. 저 넓은 하늘이 모두 자기 것인 양 거침이 .

 새들의 비행은 정다움으로 다가서고 삶을 환희다. 새떼가 경계가 없을 대자연 편으로 사라지있다.


 '자유롭게---'




 저물어가는 태양의 꼬리를 잡으러 새떼들이 줄지어 날고 물속의 동물들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지 바쁘게 움직인다.

 힘차게 흐르는 강물을 내려다보며 새들이 방향을 잡는 것 같다.

 하루가 금방이고 방금 전까지 눈으로 보던 것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 붉은빛이 포위했다. 세상이 달라진다.


 '시간도, 기억도, 사람도, 산다는 것도---, 변하지 않고 영원한 것이 있을까!'


 하얀 제복을 입은 털보선장은 샴페인을 권하고 흑인들은 민속음악을 연주한다. 배위의 사람들은 붉은 석양에 아름답게 물든다.

 달고 부드러운 샴페인은 텁텁한 입을 정화하며 초베의 하루를 달콤하게 한다. 먼 곳의 사람들을 그립게 하고 떠나온 곳을 사랑하게 한다.

  원주민들이 혼신을 다해 두드리는 타악기 리듬이 강바람을 타고  지나 온 삶을 아득하게 만든다.

잠베지강 크루즈의 노을

 하루하루가 조용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소중한 순간들이 가득하다.

 여행이 그렇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은 온전히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이다.


 광활한 대지, 생명들의 위대한 질서와 고요는 놀라움 그 자체이다. 배울 것이 너무 많다. 큰 위로가 되고 안정을 다.


  일상에서 잊고 있던
기본적이고 소중한 것들,  

함께 사는 공동체의 질서 등을
다시 알게 하는
아름다운 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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