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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이 Sep 04. 2023

글쓰기의 기본 2 필사, 필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 당사자의 모든 글은 ‘소설 쓰기’를 기반으로 한다.

※ 당사자의 글은 정답이 아니다, 누구나 쓰는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글에 대한 철학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약간의 강압적인 표현은 당사자의 생각이 그만큼 확고하기 때문이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글은 쓰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연구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는 어떻게 하면 더 잘 쓸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책을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틈만 나면 생각했다. 방법은 심플했다. 많이 읽는 것, 꾸준히 쓰는 것 그리고 필사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읽고 쓰는 것에 그치는데 비해 당사자는 필사 역시 글쓰기에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글을 읽는 것과 베끼어 써보는 것엔 확연한 차이가 있어서이다.




필사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의 필사란 ‘베끼어 쓰는 것’이다. 그 뜻이 어찌나 명확하고 심플한지 본인은 이 의미 앞에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베끼어 쓰는 것까진 알겠다, 하지만 어떻게? 무턱대고 베끼어 쓰기만 하면 도움이 될 리 없었다. 필사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이런 방식으로 해봐야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밖에 되지 않을 것이었다. 그래서 당사자는 필사란 단순히 베끼어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베끼어 쓰는 것’이라 정의하기로 했다. 남의 글을 쓰면서 적어도 생각이라는 걸 해야 뭐라도 얻어갈 수 있을 테니까.




글쓰기에 필사가 꼭 필요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당사자는 글쓰기에 필사란 어미와 자식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만큼 중요도를 높이 보고 있는데, 필사가 중요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스토리의 흐름, 즉 연출을 공부할 수 있다> 당사자는 필력이나 문장력보다 연출에 가장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나의 문장이 아무리 뛰어나도 앞뒤를 잇는 흐름이 깨져버리면, 그건 독자로 하여금 덮어버릴 수밖에 없는 책으로 남을 것이다. 당사자는 그런 책을 쓰고 싶지 않아 다양한 방법으로 연출을 연습했다. 책도 많이 읽고, 영화나 드라마 장면을 글로 묘사도 해봤으며, 단편 소설도 써봤다. 이중 필사만큼 도움 되는 건 냉정히 말해 없었다.

글을 쓰는 작가지망생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책 400페이지 분량의 장편 소설은 초고 하나 완성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하루 종일 글에만 매진한 당사자도 1년이 걸렸는데, 이 한 권으로 연출을 완벽하게 습득하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스토리 흐름이나 연출도 연습의 연습을 거듭해야 느는 건데, 여러 편의 장편 소설을 쓰기엔 에너지 소모가 크고 시간도 오래 걸리니, 필사를 했다. 완벽하진 않아도 커버될 만큼의 도움은 받을 수 있었다.


<글의 속도감을 조절할 수 있다> 스토리 흐름과 비슷한 듯 하지만, 완전히 다른 속도감 역시 소설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의 속도가 너무 빠르면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어 보이고, 속도가 너무 느리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소설은 영상이나 사진처럼 시각적인 요소를 제공할 수 없어 속도감이 중요한데, 이 속도감을 당사자는 필사로 배우고 있다.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당장 책 한 페이지를 열어 필사를 해보자. 똑같은 글이어도 읽을 때와 필사할 때 속도감이 전혀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생각보다 쓸모없는 부사, 묘사, 연결사가 많다는 걸 알게 되고, 이것들이 속도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도 깨닫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집필은 필사와 또 다르다. 생각하면서 써야 될 본인들의 글을 속도감 없이 쓴다면, 나중에 읽을 때 흐름이 너무 빠르거나 느리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막힌 부분이 뚫린다> 소설을 쓰다 보면 스토리든, 캐릭터든, 사건이든 어떤 문제로든 막힐 때가 있다. 이럴 땐 서른 번 지웠다 써도 안 되고, 조용한 공간에 틀어박혀 머리를 쥐어짜도 안 풀린다. 당사자는 이 타이밍에 필사를 했다. 필사를 한다고 무조건 뚫리는 건 아니다. 그래도 실마리를 제공받긴 하는데, 그 과정은 이렇다.

글이 막히면 당사자가 좋아하는 책에서 비슷한 대목을 찾는다. 예를 들어 기승전결 중 ‘승’에서 막혔다면 책의 ‘승’ 부분을 찾아 필사한다. 재미있게도 필사를 하다 보면 어느 책이든 내가 막혔던 구간과 비슷한 구간이 등장하는데, 이때 작가는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는지 고민하다 보면 번뜩 해결책이 떠오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묘사 연습이 수월하다> 다만 묘사에 관해서는 반드시 필사를 추천하는 건 아닌데, 묘사는 다른 방면으로도 연습할 기회가 많아서이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잘하는데 유독 묘사에서 헤매는 일이 많다면, 묘사를 처음 해봐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필사를 추천할 수도 있겠다.




필사에 적합한 책은 무엇일까


‘글쓰기의 기본1, 읽기’에서 당사자는 잘 쓴 책이든 못쓴 책이든 구분하지 말고 읽는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필사는 다르다. 반드시 잘 쓴 책, 그중에서도 <내가 닮고 싶은 책>을 찾아 필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사는 생각보다 본인의 필력과 문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때 못쓴 책을 필사하면 문체가 뒤바뀔 수도 있고, 글과 관련된 습관이 잘못 들여질 수도 있다. 또 닮고 싶은 책과 좋아하는 책은 서로 다를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당사자는 판타지를 좋아하지만 현대 소설을 쓰고 있으므로 판타지 소설을 필사하진 않는다.


닮고 싶은 책이 없다면 <평판이 좋은 책>을 필사해 보자. 사랑받는 책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찾고, 그것을 본인의 글에 적용시키려는 노력’’ 해도 필사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노력 없이 글을 쓴다. 흘러가는 대로, 내키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적어도 이렇게 글을 쓰는 사람들보다는 앞서갈 수 있으니,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필사,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앞서 필사란 ‘생각하며 베끼어 쓰는 것’이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그렇지만 이 방법에 대해선 당사자도 뾰족한 수가 없다. 사람마다 배움의 정도와 차이가 있는데,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한다고 누구나가 똑같은 가르침을 가져가진 않는다. 때문에 ‘방법’에 대해선 말하기가 항상 조심스러운데, 그럼에도 당사자의 필사 방식을 이야기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당사자는 <문단 별로 필사를 한다> 문단을 먼저 읽고 필사한 뒤, 당사자가 쓴 글을 다시 읽는다. 문단 구성 방식을 공부할 수 있고, 하나의 문단에 들어가는 묘사와 설명이 어느 정도인지, 적절한 문장의 길이와 수는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다.


<대화는 하나의 주제가 끝날 때까지 필사한다> 철수와 영희가 카페에서 대화를 나눈다고 가정하면, 분명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본론으로 넘어가기 전에 근황이나 날씨를 주고받을 수도 있고, 말하기 어려운 주제라면 머뭇거릴 수도 있다. 당사자는 근황이면 근황, 날씨면 날씨, 본론이면 본론, 이런 식으로 끊어서 필사한다. 사실 날씨나 근황은 스토리 흐름상 그리 중요한 대목이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가 이 대목을 넣은 이유를 생각하고 그 분량을 파악한다. 그럼 적당히 분량을 늘리면서도 자연스러운 대화 흐름을 이끌어 갈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표현력은 따로 저장해둔다> 당사자는 이런 것들을 기록하는 별도의 매체가 있고, 표현력이 부족해질 때마다 꺼내 읽는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이것들만 필사할 때도 있는데, 표현력을 늘리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모르는 단어는 찾아본다> 흔히 들어본 단어라 해도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모르면 무조건 찾아보고 머릿속에 재정의한다. 단어를 센스 있게 쓰는 것만으로도 문장력, 표현력을 키울 수 있다. 또 단어가 시대나 배경, 등장인물의 성격을 반영하기도 하기 때문에, 단어를 많이 알수록 글을 쓰는데 유리해지는 건 결코 부정할 수가 없다.


마지막으로 필사는 손글씨가 좋을까, 타자가 좋을까?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당사자는 두 방법 다 도전해 봤는데, 손글씨는 힘들어서 집중이 안 됐다. 그 뒤로는 타자로만 필사하고 있다.




필사, 얼마나 많이 하는 것이 좋을까


배우는 단계라면 솔직히 책 한 권을 통째로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당사자가 해본 결과, 그때부터 묘사나 문장을 구성하는 방식, 스토리텔링 능력이 엄청나게 늘었다.


두 번째 장편 소설을 완성한 뒤로는 주말에만 필사를 하고 있다. 한 번 할 때 20페이지 정도를 하며, 글자수는 1만 자에서 1만 2~3천자 정도 된다(기호, 공백 미포함). 필사에만 2~4시간을 할애하는 셈인데 아무리 베끼어 쓰는 것이라 해도 쉬지 않고 이정도 글을 쓰면 힘들다. 그래도 그만한 값어치가 있으니 여러분들도 꼭 한 번 도전해보시길.


이 외에는 글이 막혔을 때, 내가 쓰고 있는 소설의 한 챕터가 끝났을 때 필사를 한다. 머리를 환기시키기에 좋고 다음 챕터를 구성하는데도 도움이 된다.





필사는 어쩌면 당사자 혼자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일지 모른다. 글을 쓰는 사람 대부분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글을 써보라고 권하지만, 필사를 해보라고 추천하진 않는다. 심지어 필사를 적극 추천하는 당사자조차 어쩌다가 이 작업을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필사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고 그 정의를 찾아보다 ‘베끼어 쓰는 것? 도움 될지도 모르겠는데?’ 싶었던 기억만 난다. 처음에는 당사자도 어떻게 할 줄을 몰라 직접적인 도움을 받진 못했다. 그래서 한때는 필사를 게을리하기도 했는데, 횟수를 거듭할수록 글이 느는게 느껴졌고 그 이유가 필사 덕분이라는 걸 깨달았다.


반드시 해야만한다고 충고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추천은 하고 싶다. 당사자도 이만큼 도움을 받았으니 여러분들도 도움 받길 바라는 그저 순수한 마음에서.



❋ 2023.09.04 글은 매주 '월요일' 업데이트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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