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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velyhong Oct 20. 2020

[여행육아일기4] 반복은 여행에도 통한다

여행을 기록하세요 

* 반복의 힘 *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해운대, 2018


아빠가 전화가 오셨다. “어디니? 놀이터 갔니?” 시끌시끌한 전화기 속을 놀이터로 생각하신 모양이다. “아빠, 동백섬에 산책하고 있어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네! 잘 놀고 오너라!” 그렇다. 큰 아이 하원길에 픽업해서 부산으로 왔다. 사실 어제 순매원에 갔다가 부산 베스트웨스틴호텔에서 1박을 하고 아침에 다시 대구로 갔다. 산이가 유치원에 가고 싶어하기도 했고 선약된 모임에 꼭 참석하고 싶었기에 왕복 3시간 이상을 움직인 것이다. 산이는 만족스럽게 하원하고 지금은 아빠와 동생과 수영장에서 놀고 있다. 알찬 모임을 마친 나도 긍정 에너지를 듬뿍 받아서 기분 좋게 부산으로 왔다. 봄날, 우리 가족은 차에 몸을 실어야 한다.



미세먼지로 전국은 뿌옇고, 마스크 쓰고 다니는 사람들을 마주하면서도 따뜻한 햇살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여행으로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져서 집안에 머무르기 위해 의도적으로 집안정리를 시작했는데... 겨울이라서 가능한 것이었다. 햇살이 좋아지자 떠나고 싶다. 가만히 집에 머물기엔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매년 이맘때면 양산 순매원을 찾는다. 봄을 알리는 매화꽃이 예뻐 보러가려고 찾다가 알게 된 장소. 태산이가 두돌이 안 되었을 때 다녀온 장소를 이년 걸러 한번씩 다녀왔다. 2013, 2015, 2017년. 그리고 올해. 셋이서 한번, 훤이랑 넷이서 한번, 작년 만삭기념으로 한번, 율이까지 다섯이 한번.



“엄마 어디가요?”

“태산이도 어렸을 때 가본적 있어~ 매화꽃 핀 곳 가봤잖아~”



엄마의 이런 단순한 힌트에 “엄마, 나 거기 알아요. 물레방아 있는 곳 아니에요? 기차도 보고!” 찰떡같이 알아듣는 일곱살의 기억력에 우리 부부는 감탄을 했다. 그런 곳이다. 양산 매화마을은 봄이 왔다고 알리는 기념여행과 같았다. 갈 때마다 산이에게 말했을 것이다. 너 어렸을 때 여기 와 본 적있다고. 아이는 봄이 되면 커피 한 잔 테이크 아웃 해서 떠나는 엄마, 아빠를 본다. 가는 동안 수다스러운 엄마와 운전하며 끄덕이는 아빠의 이야기도 넌지시 듣고 있다. 도착해서 만나는 물레방아 앞에서 사진도 찍고 연못 속 물고기도 찾는다. 구수한 파전 냄새와 아빠가 좋아하는 떡볶이, 아이들이 먹기 좋은 국수. 지나가는 기차 소리까지 아이들은 오감으로 장소를 기억할 것이다. 단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충분하다. 시간이 더해지면 추억은 더욱 선명해진다. 내년에 다시 가면 기억의 색이 진해지겠지.




@순매원, 2018



부부에게 첫아이와의 여행은 선물과도 같다. 시간이 지나면 흐려질 것 같은데, 오히려 아가아가한 첫사랑과의 여행은 쉽사리 잊을 수 없나보다. 해운대와 동백섬이 그런 장소다. 아쉽게도 그런 기록을 많이 하지 않았다. 옛 추억을 되새기기에 블로그 Q 에 단어검색을 하는데 ‘동백섬’은 뜨지 않았다. ‘기록’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는다.




하원하는 첫사랑은 연신 물어댄다.
“엄마, 어디가요? 엄마, 얼마나 걸려요?”
“산이가 어렸을 때 가본 곳이야. 동백섬인데 호텔 옆에 있어.”

어제 한 번 지나간 길이라 호텔 앞이 가까워지자 두 아들들이 소리친다. “엄마! 창밖에 보세요! 튤립이에요! 엄마가 좋아하는 튤립이에요!” 꽃만 보면 아들들은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고 꼭 알려준다. 어제 지나가면서도 소리쳤는데 보지 못했다. 아이는 엄마에게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엄마 관찰에 뛰어난 녀석들은 엄마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고 있다. “어제 지나가면서 봤어요. 튤립!”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 아이가 뛰어와서 손을 내밀던 장면이 오버랩 된다. 엄마가 좋아하는 꽃이라며 노란 꽃을 손에 쥐어주고 가던 아들. 문득 그 생각이 들어 미소 지어지네.



삼남매 댄스타임



부산 가는 길에 잠든 율이는 20여분 남겨두고 깨서 울기 시작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볼일을 봐서 기저귀가 불편했던 것이었다. 눈물콧물 흘리던 딸아이는 기저귀를 갈고 나서야 평화를 찾았다. 베스틴웨스턴 호텔도 몇 년전 부모님과 함께 온 적이 있다. 그때와 같은 뷰의 방을 받았는데, 아이는 “여기 온 적 있는 것 같은데?” 한다. 호텔 주차장, 호텔 로비, 방까지 아이들의 관찰력이면 충분하다. 해운대 바닷가를 바라보며 삼남매는 신나게 엉덩이를 흔든다. 다시 이곳을 찾을 때면 훤이도 아는 척 하겠지! “엄마 여기 와본 적 있지요?”



한번 가봤잖아, 하며 다른 여행지를 찾는 것도 좋겠지만, 한번 다녀온 곳을 다시 방문하는 맛도 재미있다. 두번 방문한 런던과 파리도 좋았지만, 봄이면 떠오르는 순매원의 매화밭도 좋고, 해지기 전 쌀쌀해지는 동백섬의 푸름도 좋다. 모든 여행이 완벽할 수는 없다. 같은 듯 다른 매력을 느끼기에 ‘반복’만큼 좋은 컨셉도 없는 것 같다. 봄. 우리 가족의 봄소풍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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