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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톤셀러 Oct 21. 2024

젊은 의사가 보는 의정갈등

세대갈등의 일부

대한민국은 현재 어찌보면 2000년, 2020년 보다도 훨씬 심각하고 장기화 된 유래없는 의정갈등을 겪고 있다. 올해 초부터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의 발표는 전문가이자 당사자들인 의사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에 젊은 의사들로 하여금 병원을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본인은 2020년 사태 때 본과4학년 학생으로서 국시 거부도 경험하였고, 이번 사태 때도 수련을 포기하고 사직하고 나온 상태로 의정갈등의 중심인 前전공의이다. 前전공의로서 이번 사태에 대하여, 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각각 학교와 병원을 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었는지 세대갈등이라는 관점에 중점을 두고 서술해보도록 하겠다. 

 

○ 모래알 같은 의사 집단?

 일단 서술하기에 앞서 의사 집단 내 이해관계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의사 집단은 크게 병원장(대학병원 및 중소2차병원이상급), 교수, 개원의, 봉직의 그리고 전공의로 나눠볼 수 있다. 이처럼 매우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으로 매우 세분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의사집단은 전통적으로 모래알과 같이 뭉칠 수가 없었다. 거기에 26개의 전문과별로도 이해관계가 천차만별이다. 

 의대증원이나 의약분업 등 큼직한 정책의 흐름에 대해서는 의협 주도 하 정부에 맞서 정책을 저지하는 듯 보이긴 하나 그 밖의 자잘자잘한 의사들에게 위협이 되는 정책들은 집단 내 수많은 이해관계가 상충하며 결국 막아내지 못하고 계속해서 통과되고 있다. 

 이번 사태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 물론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과학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부친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의사집단의 반응을 살펴보면 세대갈등이라는 맥락에서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 의료사태가 끝난 줄 아는 비의사 일반인들?

 사직 후 면허가 묶여있기에 근 6개월 째 단기알바를 전전하며 지내면서 비의사 일반인이나 지인들과 자리를 함께할 때가 많다. 그럴 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미 정원 확대되고 끝난 것 아니었어?” 이다. 처음에는 질문 자체가 황당하고 화가 났으나 이 사태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이해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로컬 병원들은 모두 정상진료를 하고 있고 대학병원들 또한 전공의들이 없어서 앓는 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외래나 수술 모두 엄청 큰 차질은 없이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진짜 중증환자들이 갈 응급실을 찾지 못해 여기저기 전전하고 있는 현실이나 미뤄지고 있는 수술 스케줄들, 평소라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중증의 고령 환자분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단 한줄조차 보도되고 있지 않다. 

 평소 크게 아플 일 없는 일반사람들은 당연히 아직도 의정사태가 점점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지 모르는 게 이상하지 않았다.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로컬병원들 모두 정상영업하며 언제든지 진료볼 수 있고, 대학병원도 전보다는 힘들어졌지만 여전히 이용가능한 상태로 정부에 반발한 전공의 의대생들만 떠났다는 사실 말고는 무엇이 의정갈등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 의대생, 전공의들과 입장이 다른 기성세대 의사들

 이번 의정갈등의 당사자들이자 가장 핵심은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이다. 정부의 비과학적, 일방적 의대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는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 대한민국의 선진의료 파탄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꼭 막아야 하겠지만, 의사 개개인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도 통과된다면 거의 노에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게 됨이 분명하기 때문에 더더욱 막아야한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미래 의사집단의 주축이 될 현 의대생과 전공의들이다.

 이미 어느 정도 업적을 이루고 자리를 잡은 교수님들과 개원의, 봉직의 분들도 물론 대한민국의 선진의료가 몰락해가는 과정을 막기 위함의 목적이 있겠지만 이미 어느 정도 이룬 것이 있기에 의대생 및 전공의들과 입장이 일치할 수 없고 현재와 같이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들? 원하는 건 그레이트 리셋

 현재까지 유지되어왔던 값싸고 질 좋은 의료는 건보재정의 예견된 고갈로 인해 계속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한데 그러기에 정부에서는 여러 법안을 계속 발의해 의대생 및 전공의들을 노예화시켜 이 시스템을 유지하려하는 것이고 몇몇 기성세대 의사들(병원협회 등)은 이에 동조하는 추태까지 보여주고 있다.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은 당연하게도 자신들을 노예화하는데 동조할 수 없으며 정부의 강경한 스탠스에 지치고 상처받은 나머지 이제 그레이트 리셋을 외치고 있다. 대병 파산 등 현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를 포함한 의협 및 기성세대들은 제발 돌아와서 대화를 해달라라고 외치고 있지만 전공의들은 이미 3월에 7대 요구안을 제시했다. 협상의 자세도 안되어 있는데 돌아갈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세대갈등 문제

 현재 대한민국 거의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면 세대갈등으로 봐도 무방하다. 저출산 문제부터 시작해서 전혀 연관없어 보이는 의정갈등까지.. 어찌보면 대한민국은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빠른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이로 인해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와 경제둔화로 인한 박탈감을 느끼는 세대의 갈등은 필연적이며 이를 해결하는 것이 선진국으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모두가 서로 양보하며 화합하여 의정갈등이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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