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2018년 초,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늦깍이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지금에와서 돌이켜보면 노는 게 부족했다고 느끼지만, 당시에는 나름 놀만큼 놀고(?) 20대 막바지에 취업에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비록 사회생활은 처음이었지만 스스로는 나름 이런저런 경험을 많이 했다고 자부하면서 시작한 회사생활 초기는 제법 기대 가득한 시기이기도 했다.
회사 자체가 크게 성장하고 있는 시기였기도 했고, 그만큼 나름 눈에 띄는 조직개편과 인사변동도 많았다. 실력만 있다면 2년차에 진급이 되기도 하고, 3년차에는 파트장이 되기도 하는 등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인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어릴 때부터 '리더'라는 것에 대한 주입식 교육을 받아왔던 터라 리더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기대감 같은 것들이 있기도 했고,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조직장(직책자)이 되면 물론 책임감은 따르겠지만 마냥 좋은 것인 줄 알았다. 구체적으로 미래를 그리거나 목표를 설정하지는 않았지만, '나도 열심히 하다보면 회사가 나를 인정해주고 자연스레 조직장이 되겠지'라는 기대로 회사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3-4년이 지나는 시점이 되니 조직장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조직장과 가깝게 일하게 되면서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다른 회사의 리더의 모습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다니는 회사만큼은 겉보기와는 다르게 리더가 갖는 책임감 내지는 부담 같은 것들이 매우 심한 곳이었다. 어떤 상위 조직장을 만나느냐에 따라서 퇴근시간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물론, 전반적인 워라밸 자체가 크게 좋지 못한 편이었다. 리더로서 갖게 되는 권한과 보상보다, 그에 따른 역할과 책임이 더 무거운 것처럼 보였다.
더불어서 3-4년이 지난 시점에 회사는 과거와 조직문화 측면에서도 많이 달라져 있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고, 모두가 믿고 따르던 대표자도 변경되었다. 회사의 전반적인 방향성도 서비스의 경쟁력이나 성장보다는 수익성에만 초점이 맞춰졌고, 그간 회사가 보여주었던 적극적인 내/외부 소통의 문화는 자연스럽게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수순에 이르렀다. 보고체계는 점차 경색되고, 회사에 대한 좋지 않은 극히 일부의 이야기였던 것들이 만연해지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받았다. 내가 지난 시간을 함께 했던 나의 조직장 역시 그 과정에서 하지 않았던 회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하고, 뜻대로 진척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내가 조직장과 면담을 할 때면 '전 우리 회사에서 리더 직책은 진짜 하기 싫어요'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었다.
그러다가 2023년에 우리 팀의 역할이 전면 개편되고 조직장과 나를 비롯한 일부 구성원 외 완전히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일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장과 가깝게 지냈던 나의 역할이 확대되었다. 굳이 나서고 싶지 않아도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기고, 장기간 조직장이 빈 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과정을 맞딱뜨리게 되면서 원치 않았던 길에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다만, 올해에 들어서는 내 스스로 리더가 된다는 것에 대한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지기도 했다. 개인적인 성장 내지는 조직장에 대한 열망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진짜 이직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회사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상황에서 '조직장 이력 있으면 장기적으로는 좋을까?'라는 쪽으로 기울게 됐다.
물론 새로 개편된 나의 팀의 존폐 자체가 위기였기 때문에 타 팀에 통폐합이 될지, 자체적으로 확대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조직장을 시켜준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조직은 확대되는 방향으로 급작스러운 의사결정이 되었다. 그리고 지난 9월 말, 차상위 조직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파트장이 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10월이 시작하기 10일 전인 9/23일 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