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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Dec 06. 2021

청하의 추억

그리고 별밤 가족

청하… 역시 회를 먹을 땐. 움 하하하하


자, 재밌는 이야기 하나 해 줄까요? 20여 년 전 내가 서울 살다가 전주로 이사를 와서 전주 대폿집에 가서 청하 한 병 달라고 하면 가게 쥔장이 와서 이런다.


뭐요? 뭐요


아놔! 싸장님 그거 사케 맛 나는 거 있자 나유. 청하… 그러면~ 사장님 왈!


아니  사람 취했구먼. 보배 20  청하라고 ?  


라면서 면박을 주셨다. 그때는 청하는 서울 술이었다. 그리고 전주에서는 보배 20을 마셨지… 그래서 전주 사람들은 청하를 거의 모르더라. 전주에 와서 내가 술을 마시기 시작한 건 28년 전. 지금은 술을 마시고 싶어도 마시면 안 되는 사람이지만 과거 친한 친구에게 여자 친구를 스틸당하고 심장이 너무 아파서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니깐 그녀에 대한 배신감을 술로 풀었던 것. 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놓치는 바람에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해 주는 천사 같은 사람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아! 또 하나. 전주 사람들에게 당시 MBC의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별이 빛나는 밤에>를 이야기하면 자기들은 자주 안 들었다고 한다. 


세상에! 이문세에 별밤을  들어??? 촌스럽게!! 


라고 말을 하면 전주 친구들 왈. 


뭐라고 가수 이문세? 별이 빛나는 밤에 dj는 이백희야! 이백희의 별이 빛나는 밤에야!! 


그래서 이백희가 누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전주에서는 지역 mbc 방송국에서 자체 제작한 별밤을 송출해서 전국구 이문세 보단 지역 dj가 진행했던 이백희의 별이 빛나는 밤에가 더 유명했던 거다.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어릴 적 그 '별밤지기' 이문세 씨를 한 종교 집회에서 이문세 집사님으로 한번 뵈었었다. 그때 강단에 서자 마자 <할렐루야~>를 몇 번 외치곤 <아멘>을 유도하는 그의 모습이 좀 낯설어 보이기도 했었다. 요즘 그를 도통 방송에는 볼 수가 없다. 몇 년 전 갑상선 암으로 고생한 건 알고는 있었지만 최근 다시 제발 해서 더 힘들어한다는 이문세 씨를 알고 지내는 지인의 말을 오늘에서야 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그를 추억하며 하루 종일 별밤 녹음분을 유튜브에서 들어본다. 지금 들어봐도 '별밤'은 참 멋지다! 라기 보단 라디오 진행 솜씨나 출연자들이 어색한 느낌이 너무 강하다. 하지만 시대를 앞선 다양한 콘텐츠와 이제는 전설이 된 가수들의 데뷔 초 모습을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 재밌고 또한  이문세와 개그맨 이경규 씨의 케미가 엄청난 시너지를 내고 있어 정말 지금 들어도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겠더라. 


이게 바로 90’s의 힘이 아닌가 싶다. 성인이 된 지금도 유년시절의 향수가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만드니 에게 바로 추억의 힘이 아닌가 말이다. 요즘 심야 라디오가 힘들다고 라디오 피디들이 하소연을 한다. 재미가 없어서 듣는 이가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말한다. 아직도 우리는 기다리고 있다고 말이다.  90년대의 '별밤'처럼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들 인간적인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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