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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May 07. 2022

송민호

사실 난 이문세 팬

사실 나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인기 라디오 방송이었던 <mbc별이 빛나는 밤에>의 여파로 가수 이문세 씨를 너무 좋아했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면서 같은 반 짝꿍이던 송민호 군을 처음 만나고 내 음악관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 놈은 학교에 오면 맨날 잤다. 이어폰을 꼽고선 그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잠만 잔다. 그래서 이야기 한 번을 못 나누고 나도 내 신앙과도 같았던 이문세의 노래들 또 지난밤 <별밤>을 녹음한 녹음테이프들을 들으면서 그 친구와는 쌩까고 지냈는데. 어느 날인가 이 놈이 갑자기 내 이어폰 한쪽을 뽑더니…


 듣냐?


는 거다. 그리곤 이문세의 노래를 듣던 내게 이거 한번 들어 보라며 권했는데 그게 바로 무한궤도의 테이프였다. 듣기 싫다는데 억지로 테이프까지 빌려주면서 해철교의 포교활동을한다. 근데 그렇게 말하며 살포시 입꼬리가 올라가며 웃던 그 친구의 순진한 미소에 나는 그 마약과도 같던 무한궤도의 음악을 듣게 되었다.신기한 건 이 밴드는 자신들의 최대 히트곡인 <그대에게>를 첫 앨범에서 뺏더라고… (추후에 그대에게가 원곡이 너무 듣고 싶어서 88 대학가요제 lp를 수소문하고 다녔는데 결국 구할 수가 없었다.) 근데 음악을 전혀 듣지 않을것같은  일명 fire egg 친구집에 가서 그 1988년 대학가요제 lp를 발겸하고 신해철은 참 다양한 팬 층을 확보하고 있구나… 생각했었다. 그때 한쪽 구석에서 함께 있던 친구가 요즘 배우로 잘 나가는 최원영 군이다.


사실 무한궤도의 노래들은 너무 길었다. 심지어 가사가 없는 연주곡들 있었고 갑자기 신해철이 시를 낭송했다.아놔… 이문세 곡들을 작사 작곡한 이영훈 씨의 서정적인 곡들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이건 종교음악과도 아닌 것이 정말 장르의 알 수 없는 이상한 음악이었다. 이들이 과연 뭘 주장하는지도 모르겠던 차에… 앗! 바로 이곡을 듣다가 그냥 빠져 버렸다. <우리 앞에 생이 끝 나갈 때> 냐고? 아니… 첨 들은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는 너무 길어서 대중적인 코드 전개가 맘에는 들었지만 별로였고 싫내가 당시 빠져버린 곡은 바로.


그대는 비를 맞은 슬픈 천사처럼떠나갔네——

따다다다 따다다다아아


무한궤도의 <비를 맞은 천사처럼>이란 곡의 마지막 부분 <따다다> 부분에 빠져버렸다. 이후 대마 사범으로 감옥에 다녀온 신해철이 독집앨범으로 컴백하는데 타이틀 <슬픈 표정 하지 말아요>에서도 <따다다>가 나와서 이 부분 때문에 아주 푹 신해철이란 가수에게 빠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신림동에서

살던 우리 집이 방배동으로 이사를 가면서 전학을 가지 못해 그 긴 통학 시간을 지하철과 버스에서 보냈는데 그때부터 나는 이문세가 아닌 무한궤도 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날도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려 신림사거리로 가고 있는데 우와! 역 입구에 무슨 데이빗 보위도 아니고 컬러 무스로 머리를 펑크족처럼 세우고 컬러 바바리를 입은 양아치 무리를 보게 되었다. 대봑… 무서워서 무시하고 가려는데 눈에 띄는 힘

녀석이 있네? 헐… 헐… 헐… 그는…


송민호였다.


와… 그때의 반전. 그리고 영화 <쑈킹아시아>보다 더 쑉킹했던 그 순간. 순진한 미소와 수수한 옷차림으로 학교에 와서는 음악만 듣고 잠만 자던 녀석이. 와… <추후 가수 지망생이던 내가 이 녀석 때문에 영감을 받아 곡까지 쓴 적이 있었다. 가사가…>


(rap)학교에선 학생!

        교회에선 모범!

(sing)모두가 빠지진 않치만~~~

(rap) 하지만 거리엔 선!

(sing)왜~ 변하는 걸까아아아~~~


당시 눈이 마주쳤지만 반에서 보면 어색할 거 같아서 눈인사만 하고 집에 갔다. 다음날 학교에 오니 이 자식 또 자고 있다. 어제의 옷차람은 없고 술 냄새만 진동한다. 어색했지만 그냥 여느 때와 다름없어보였다. 근데 갑자기 욕설을 하며 아이들 4~5명이 우르르 몰려와서 송민호를 때린다. 그리고 화장실로 끌고 간다. 깜짝 놀라서 가보니 다구리를 즉, 집단 폭행을 당하고 있는 송민호.


민호를 때리던 두 놈은 내가 국민학교 때 반장을 하면서 소히 말하는 내 꼬붕 짓을 했던 놈들인데 양아치 친구들을 등에 업고선 이런 짓을 하는 듯했다. 이 싸움을 말려야 했다. 하지만 선 듯 나서는 아이들이 없었다. 결국 내가 말렸고 순간 일행 중 누군가가 물걸레 대로 내 얼굴을 후려쳤다. 온통 별이 보였지만 나도모르게 순간 그 밀대를 잡아 부러트리곤 그 때린 놈을 개 패듯 팼다.그때 인상 깊었던 건 송민호 이 자식은 나한텐 고맙단 말 한마디 없이 수돗물을 틀어 제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아주 쿨~ 하게 반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 놈과는 앞으로 상종을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아내는 전주 사람이다. 그래서 연예하던 시절 직장이 서울이던 나와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머널에서 버스를 타고 아내와 함께 전주로 내려오곤 했었다. 정말 터미널의 그 수많은 인파, 그 인파 속에 정장을 말끔히 입고 걸어가며 나에게 웃음을 띠는 한 사람을 보게되었다. 그의 표정이 꼭 나를 아는 척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그런 표정이었는데 가만 보니 바로 송민호였다. 우리는 한 순간에 서로를 알아봤고 또 그는 나에게 웃으며 묻는다.


요즘도 신해철 좋아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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