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야수교로…
18살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담배는 끊었다. ㅎㅎ 95년 10월 26일. 나는 논산에서 군 훈련을 받고 수송병과로 제3야수교에서 후반기 운전 교육을 받았다.
그곳에는 교육생들이 많아서 기간병들을 대신해서 학생장이라고 완장을 차고 아이들을 통솔할 수 있는 교육생 대표자가 있었다. 근데 우리 반을 관리하는 기간병이 내가 쌈좀 하는 줄 알고 나를 꼭 찝어서 학생장을 딱 시켜놨다. 뭣도 모르고 담당 교관이 시키니까 하긴 했는데.
나 말고 다른 학생장들은 아이고… 정말 학벌들이 좋더라고… 심지어 제 아버지들이 사회에서 잘 나가는지 행정실로 불려 가서 좋은 부대의 운전병으로 차출되는 경우도 있었고 그걸 옆에서 보고 있는 나는 자존심도 상하고 열도 받고…
그러나… 나야… 빽하나도 없는. 심지어 종이 빽하나도 없었는데. 그렇게 자격지심 느끼면서 학생장을 하던 어느 날 내 이름이 행정실에서 불린다. 확성기로 울리던 그 소리…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아… 아… 최호림,
최호림 행정실로 지금 바로 와라.
내가 통솔하는 아이들. 난리가 났다. 봐봐. 우리 학장도 빽이있었나봐. 아무나 학생장 하는 거 아니라니깐! 난 박수를 받으며 어리 둥절함에 행정실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원스타, 투스타, 아니지… 수송관. 아.. 아니. 그 보다 더 높!!!지 않는 나이 든 하사관 한 분이 계셨다. 그리곤…
자네 자동차 정비 안 해볼 텐가?
우리 교관이 추천했나 보다. 일 잘하는 애 하나 있다고 ㅠ.ㅜ 다른 학장들은 원스타 투스타 차량을 몬다고 좋아할 때 나는 운전병 병과로 가서는 자동차 정비를 해볼 거냐. 제안을 받은 거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정실에서 나오는데. 그 허탈함과 또 교육장으로 돌아오니 아이들 난리다. 학장! 어디로 가냐? 지프차 모냐? 와 부럽다. 난. 난… 씁쓸한 웃음만을 지으면서 침묵으로 일관했고 지프차 모는 게 뭐 그리 대단하거냐! 라면서 나는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군대에서 제일 큰 차량 심지어 월남전에 참전한 그 오래된 60 트럭 운전병으로 자원해서 전역할 때까지 운전을 했다.
오늘 논산에서 훈련받고 있는 큰 아들이. 제2야수교로 후반기 교육을 하러 간다고 문자가 왔다. 아들 역시 3야수교로 가는지 알고 가평을 거쳐 강원도 여행도 군대가기전 함께 다녀왔는데. 완전 다른 곳으로 간다.
뭐… 울 아들의 군생활에서는 나처럼 웃픈 사연은 없을 거라 보지만. 그래도 아들은 나처럼 고생말고 좀 좋은 차량을 운전했으면 하는 아버지의 마음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네 #저왕년에 #쫌 #놀아본오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