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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작없는 사투리, 영화 '소년들'의 옥에 티

정지영 감독의 신작 <소년들>

by 최호림

정지영 감독의 신작 영화 소년들은 1999년 삼례 나라 슈퍼 강도치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 공식 초청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세 명의 소년들이 무고한 살인 혐의로 수감되고 그들의 무죄를 소명(疏明)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반장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간대로 교차해 가며 풀어낸다.


사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초연 당시에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시간의 교차 없이 진행되었었다. 하지만 11월 1일 공식 개봉된 영화의 스토리 전개는 시간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어 사건의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주인공의 감정의 기복을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거기다 권력 앞에 두려움을 느끼고 감옥에 억울하게 수감된 소년들의 유년시절 모습과 형을 마치고 출소한 청년들의 모습이 교차되며 강압에 못 이겨 범죄사실을 인정한 부분부터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년 시절의 모습까지 묘사, 영화는 이를 함께 지켜보는 관객들의 공분을 유도한다.

설경구,허경태 콤비

영화 '소년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1990년 남부군, 1992년 하얀 전쟁, 2012년 남영동 1985, 2019년 블랙머니까지 감독은 오래전부터 사회에서 금기시되던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왔고 신작 <소년들> 역시 힘 있는 자들에 의해 16년 동안 누명을 쓰게 되는 비극적인 대한민국의 역사를 다룬 작품이다.


사건의 재수사와 재심 과정을 황반장(설경구)의 시점으로 풀어내는데, 이 과정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억울함, 그리고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들다 최종적으론 신파로 마무리되는 결말이지만 그들의 우정에 대한 감동영상은 그 신파 코드가 마냥 나빠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실화라서 그 울림이 덜 할 것 같았지만 정지영 감독의 연출은 영화 속에 재미와 긴장감까지 심어놓았다. 특히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생활연기가 영화를 더욱 맛깔나게 하는데 그중 악역 전문 배우 허성태와 인상만 봐도 선해 보이는 선역 전문 배우 유준상의 반전 연기가 압권이었다.

극중 유준상

전주에 20년 이상 살고 있는 필자는 이런 멋진 영화를 보는 내내 닭살이 돋았다. 학창 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전주로 이사를 온 필자가 당시 전라북도 사람들을 보고 너무 놀란 점은 전주, 익산, 군산 사람들은 사투리를 쓰긴 쓰지만 거의 쓰지 않고 서울 표준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사투리를 심하게 쓰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 역시 아주 극소수였다.


영화는 전주(군산)와 삼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출처불명의 사투리를 시종일관 (느작없이-유준상)쓰는 연기자들의 모습이 웃펐다. 물론, 지역색을 모호하게 하기 위한 감독의 의도한 연출이라면 할 말은 없겠지만 이미 이 사건은 다양한 시사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졌기에 지역민으로 연기자들의 사투리는 연기는 영화의 옥에 티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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