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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호림 Jul 22. 2024

마왕 신해철, 우리가 그를 잊지 못하는 이유

공중파 방송국 3사 … 신해철 사후 추모 10주기 방송 준비로 분주

다가올 2024년 10월 27일은 가수 신해철이 의료사고로 사망한 지 10주기가 되는 날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의 팬들은 여전히 4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나 이제는 영원히 늙지 않는 마왕이라 불리던 한 사람을 기억하는 듯하다.


요즘 공중파 3사에서 마왕 신해철의 10주기 추모 행사를 준비하느라 바쁜 모양이다. MBC는 지금은 폐지된 1988년 대학가요제에서 신해철을 발굴한 방송사답게 신해철 다큐멘터리를 준비 중이며 팬들의 사연도 직접 접수받고 있다. 이 외에도 KBS는 예능 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통해 신해철 특집을 준비 중이고, SBS도 방송 '과몰입 인생사' 시즌 2를 통해 고인의 생애를 조명할 예정이다.


그래서인지 방송사마다 가수 신해철과 살아생전 그와의 추억을 가진 사람들을 찾느라 바쁘다. 신해철의 밴드 넥스트 3집 전국투어 때 초대됐던 동성동본 커플과, 100분 토론 출연 당시(2004-2007) 마왕의 매니저를 방송국 측에서 찾고 있다며 신해철 팬클럽, 카페 등 등, 온라인 발품을 팔며 협조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그의 다양한 팬들을 다시 모으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가 보다. 거기다 공중파 방송 3사에서 신해철을 소재로 한 방송을 준비하다 보니 서로의 견제도 만만찮은 모습이다. 심지어 팬 이었다 자처하는 사람이 여러 방송국에 제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나 역시 과거 가수 신해철과의 인연이 있던 터라 어제 모 방송국과 1시간가량 신해철 씨 관련 통화를 진행했다. 방송국의 막내 작가라면서 자신을 소개한 뒤 통화를 시작했는데, 방송작가라기보단 또 한 명의 신해철 팬을 만나 함께 마왕을 추억하며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방송 작가는 여러 사연을 주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7월 25일까지 사연을 받는다며 더 많은 팬들이 참여해 제작될 방송이 풍성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수 신해철은 지난 2014년 10월 17일 장협착 수술을 받은 뒤 심정지로 쓰러졌다. 의료사고로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만큼 그가 사회 전반에 끼친 영향력이 컸다. 100분 토론에 출연해 자기 소신을 밝히기도 했고, 많은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참여해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동성동본 금혼법 폐지를 주장하며 동성동본 커플을 소재로한 노래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김영석 작곡, 신해철 작사)를 만들기도했고 자신의 밴드 넥스트 콘서트장에 동성동본 커플들을 초대, 위로하기도 했다.


결국 1997년 7월 16일 헌법재판소는 동성동본 금혼규정에 대해 헌법 불합치를 결정했다. 40년 만에 폐지가 결정 된건데 어찌보면 사회문제로 인식되던 문제를 해결하는데 일조한 신해철은 우리나라의 소셜테이너의 원조격이 아닐까 싶다. 그는 그 만큼 정치, 사회 전반에 바른말하기로 유명했던 사람이었고 그런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의 바른말은 독설로 대중들에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그의 이미지는 독설가 신해철로 대중들에게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는 방송인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하지만 사후 10주기가 되어서도 너도나도 그를 추모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니 그가 살아생전 대중들에게 던진 말들에 긍정표를 던지는 이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든다. 거기다 여러가지로 여전히 살기 힘들고 답답한 세상을 살다보니 요즘 같은 시국엔 독설가 신해철이 던지는 사이다처럼 속이 뻥 뚤리는 말들을 듣고 싶은 이들도 많아 보인다.

 

 하늘에선 웃을 일만 가득하시길, 해철이형(사진 최초공개 : 개인 소장)  


신해철을 직접 마주한 세대이자 70년대에 태어난 필자는 우리 세대가 기성세대로부터 억눌린 세대라 생각하며 자랐다. 하지만 갑자기 등장한 가수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라는 외침은 우리 눌린 세대들에게 자유를 심어주는 계기가 되었고, 이는 시대유감을 피력한 가수 서태지로 이어지며 지금의 자유분방한 MZ 세대까지 이어져 왔다고 본다.


과거에는 화려했지만 이제 신해철이 누군지, 마왕이 뭔지도 잘 모르는 시대에 살고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이지만 그가 사회 전반에 끼쳤던 선한 영향력은 그의 사후 10주기를 맞아 제작, 방송되는 여러 미디어들을 통해 신구 세대를 이어줄 매개체로 다시금 '마왕 신해철' 은 재탄생하리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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