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는 것도 문제지만 왜곡시키는 게 더 문제
쌀쌀한 이 계절이 되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고 이영훈 작사, 작곡의 가수 이문세 씨가 부른 '광화문 연가'다. 만인이 좋아하는 이 히트곡의 가사 중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우리에게 덕수궁은 친숙하고 정감 있다.
덕수궁의 본 명칭은 경운궁이다. 경사스러운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빈다는 궁의 본래 뜻처럼, 고종 황제 시대에는 대한제국임을 선포한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고종 황제는 190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2회 만국평화회의에 특사를 파견, 을사조약의 불법성을 폭로하고, 한국의 주권 회복을 열강에게 호소했지만 일제에 의해 고종은 결국 강제로 퇴위당했다. 고종의 뒤를 이은 순종은 아버지가 머무는 경운궁을 덕수궁이라 불렀다. 덕수의 뜻은 덕 덕(德) 자, 장수할 수(壽) 자를 뜻하는데, 덕이 장수한다는 좋은 뜻을 담고 있었지만 일제 강점기, 반민족 친일 행위자들과 조선총독부는 이 덕수궁에 머무는 고종을 향해 '덕수궁 전하'라 불렀다.
'덕수'라는 이름은 본래 태조 이성계의 아들들인 정종과 태종이 아버지를 위해 지은 이름이었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스스로 왕위를 내려놓고 물러난 왕이었고 이 때문에 일본인들은 고종 황제를 '덕수 전하'라 불렀다. 이는 무너진 왕조를 뜻하는 것이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일제 강점기 그들의 부정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자주 쓰이는 이 말을 우리는 유명한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명언으로 알고 있다. 이 말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한 유명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영된 TV 특강에서 이 말이 신채호 선생의 말로 표기 방송되면서부터였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신채호 선생이 했다는 이 말의 출처는 찾을 수가 없다.
물론, 말의 본질만 보자면 우리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기엔 너무도 좋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잊는 것도 문제지만 그 역사를 왜곡하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되고 있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여러 정치적 사례들도 분명 우리 후대에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되어 남을 것이다.
우리는 왜곡되지 않고 거짓 없는 우리의 오늘을 후대에 전해야 하는 사명과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 당장은 힘을 가지고 있어 눈을 가리고 거짓을 말할 수 있겠지만, 결국 언제든 진실은 드러나기 마련이다. 부디 우리의 현재가 후손들에게도 부끄럼 없고 왜곡 없는 역사로 남 길봐라며.
이제모두 세월 따라 흔적도 없이 변해갔지만
경운궁(덕수궁) 돌담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다정히 걸어가는 연인들
언젠가는 우리 모두 세월을 따라 떠나가지만
언덕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 이문세 '광화문 연가' 노래 가사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