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화기획을 하시는 분을 만나 몇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분은 디자인의 중요성을 정확히 알고 있었고, 서울이 아닌 지방이야말로 디자인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 분의 기획서에 그런 의지가 흠뻑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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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말하는 내내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는데... 마치 "자 이제 너의 역할을 얘기해봐"라고 말하는 듯 했다. 당장은 대답할 수 없었기에 의지에 동참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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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과연 지역민들이 서울에서 온 사람들의 디자인을 온전히 수용할까?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경험상 디자인을 말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디자이너의 섬세한 손길을 원할뿐 결코 머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씁쓸한 미소와 명예로운 상처만 남길 상황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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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직전 <작은 마을 디자인하기>을 읽었다. 얼마 남지 않은 분량을 해치워 버릴 생각이었는데, 마지막 서간의 내용이 무척 흥미롭다. "만드는 것과 만들지 않는 것"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마지막 편지 말미에 야마자키는 이런 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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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것을 통해 커뮤니티를 만들수 있고, 완성된 커뮤니티가 다시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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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은 새삼 '커뮤니티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안한다. 만들 수 없는 상황이라면 커뮤니티를 만들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즉 디자인을 만들어주기 곤란하면 디자인을 할 커뮤니티를 만들어 주면 된다. 게다가 우리는 디자인 교육 전문가들이 아닌가. 디자인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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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니 우리가 할 일이 명확해졌다. 지역에 디자인을 직접 할 수 있는 디자인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어짜피 지금 디자인학교가 하고 있는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