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래에 나오는 대목을 읽고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 눈물이 나왔다. 딱딱한 번데기의 틀을 벗는 기분이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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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랜드의 책은 자폐증이 어린 시절의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생기는 정신병이 아니라 선천적 '지각장애'라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주장함으로써 마침내 자폐증의 과학을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베텔하임 같은 친프로이트주의자의 주장이 잘못임을 밝혀 부모들을 영혼이 짓이겨지는 듯한 죄책감에서 해방시키는 한편, 어린이 '자신을 위해' 기관에 수용하여 보호해야 한다는 개념을 용도 폐기했다.
또한 이들의 특별한 재능과 능력을 카너보다 훨씬 더 섬세하게 이해하여, 어딘지 부족하고 장애가 있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존재라는 개념을 부여했다. "말도 하지 않고,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자폐 어린이가 사실은 '생각에 잠겨' 있을지 모른다는, 즉 경험한 것들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되새기거가, 다른 사람들은 이미 오랜전에 잊어버렸거나 어쩌면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음악을 다시 듣거나, 뇌의 깊은 구석에서 수많은 물체들을 만지작거리며 놀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추측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심지어 그는 때대로 책 속에 등장하는 어린이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했다. "인지적으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든 환경에 적응해보려고 노력하는 어린이를 방해했을 때 그가 겪는 피로감과 절망, 항상 지나친 것을 요구하고, 쓸데없는 의례적 행동을 강요하며, 일관성 없고 제멋대로인 정신병자들의 지배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는 공허함을 느꼈을 때 어린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보라. 그 정신병자들이 바로 우리다!"
(<뉴로트라이브> 스티브 실버만, 강병철 옮김, 35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