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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Sep 26. 2019

이미지란 무엇인가

이 글은 개인적 사유 전환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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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데 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잘 몰랐다. 스튜어트 유엔의 <이미지는 모든 것을 삼킨다>라는 이미지 고전을 두번이나 읽고도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했다. 또한 습관적으로 '이미지'를 '표상'이라 말하면서도 '이미지'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시각언어를 강의할때 '이미지'라는 용어를 모호하게 사용했다. 포괄적으로 '그림'과 '글'을 이미지에 포함시키고, '아이콘'과 '문자'를 구분했지만 이들이 어떤 이미지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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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은유론을 음미하면서 포괄적 의미의 이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미지는 곧 사유 그 자체다. 그럼 사유란 무엇인가? 사유는 감각과 느낌의 해석과정이다. 철학에선 이를 '이성'이라 부르는데 대부분의 철학자는 감각과 느낌의 '해석'을 '통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생물학적으로 큰 착각이지만 도덕적으로는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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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느낌의 해석이 사유라면 이미지는 곧 감각과 느낌에서 기인한다. 이때 감각은 외부자극이고, 느낌은 내부자극이다. 내부자극은 구체적인 감각이 모호하기에 '느낌'이라 부른다. 원시뇌인 장신경계가 이를 관장하며 이 신경계의 특징은 외부자극을 관장하는 중추-말초신경계와 달리 느리게 흐르며 포괄적인 내면이미지를 생성한다. 이를 보통 이성과 대치시켜 '감성'이라고 부르는데 별로 적합한 용어는 아닌듯 싶다. 차라리 유교의 '칠정(희노애락애오욕)'이 더 쉽게 이해된다. 즉 감성보다는 감정으로 이해하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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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외부자극은 다소 구체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시각은 시각적 이미지를, 청각은 청각적 이미지를, 후각은 후각적 이미지를, 미각은 미각적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우리는 이를 '그림, 문자, 향기, 맛'이라고 말하거나 '본다, 듣는다, 맡는다, 맛본다'라고 말한다. 명사와 동사의 차이 정도일뿐 의미는 똑같다. 감각의 역할 차이는 '멀고 가깝고'에 따라 달라진다. 각각의 감각이미지들은 말초신경을 통해 중추신경에서 통합된 이미지로 창조되고, 기억과정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 되며, 내부자극의 감정에 굴절되어 새로운 이미지로 재창조 된다. 기억을 상기할때마다 재창조 과정은 계속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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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자극을 다룬다. 디자인은 이미지를 이해하고 만들고 소통하는 과정이다. 우리의 뇌가 주로 시각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기에 감각의 판단에 시각=공간파악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실제 내외부 신경계에서 모든 감각은 똑같이 중요하다. 특히 문자는 청각을 시각화시킨 독특한 이미지인데, 디자인에선 이를 타이포그래피라 말한다. 그래서 타이포그래피는 의미와 동시에 소리를 다룬다. 이런 점에서 타이포그래피는 그림=시각 중심의 시각언어와 별도로 취급한다. 디자인학교에선 타이포그래피 과목이 두개로 구성되는데 하나는 글자 자체를 다루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글자를 시각이미지로 은유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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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과거를 통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한다. 이 예측은 계획을 낳고, 계획은 의지로 실행된다. 이 과정을 우리는 '생각=사유=이성=판단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이 도식에 '=이미지'를 보태려 한다. 문자적으로 디자인은 '계획'을 의미한다. 내용적으로 디자인은 이미지 다루는 기술과 과정이다. 그렇다면 디자인은 사유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유를 가르치는 과정을 '인문학'이라고 부른다. 즉 지금 나는 이 인문학을 '디자인'이라 말하는 것이다. 이런점에서 '디자인학교'는 '인문학학교'와 다름아니다.


https://www.designerschoo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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