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디자인된다>에서 2020년 우리 시대가 420년과 가장 유사하다고 꼽았다. 420년은 로마제국 말기였고 중국은 삼국지 이후의 동진시대, 한국은 삼국시대였다. 고구려의 장수왕이 집권한지 불과 7~8년정도다. 그래서 나는 김정은을 장수왕에 비교하곤 한다. 그가 정치를 잘하건 못하건 나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김정은이 장수왕의 장수기록(97)와 집권기록(약 79년)을 깰수 있을까이다. 만약 깬다면 기네스 감이다!
로마제국이 어떻게 망했지? 물론 라티푼디움 등등 여러가지 설이 있다. 로마제국이 망하고 어떻게 되었지? 모른다. 보통 로마이후 중세라고 말하는데 사실 중세는 800년 카롤링거(샤를마뉴) 왕조 이후로 봐야 한다. 우리가 아는 중세는 정치는 봉건제, 경제는 장원제로 이루어지는데, 코미타투스 계약이 이루어진 것은 서로마제국이 멸명하고 한참 뒤다. 게다가 당시 세계의 주인공은 이슬람사람들이었다.
역사학자들은 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의 모습을 묘사할때 '도로 은유'를 많이 사용한다. 사실 로마 제국은 도로로 연결된 나라였는데, 대부분의 도로가 끊어졌다. 도로가 끊어졌다 함은 사람들의 왕래가 없었다는 의미다. 뭐가 떠오르지 않는가? 맞다 지금의 우리처럼.
중국도 그랬을까? 한반도도 그랬을까? 동진시대는 서역에서 불교가 도입되었다. 고대와 중세 사이의 서세동점이었다고 할까. 한반도는 백제와 신라, 고구려가 균형있게 공존했다. 그나마 왕래가 있었던듯 싶다. (사실 한반도가 분열된 것도 400대와 현재가 유사하다.)
사실 나는 패턴으로 역사의 닮은꼴을 찾았다. 사료적 근거로 역사를 구성하는 사람들에게는 터무니없고 허무맹랑한 접근이다. 레퍼런스를 갖고 가설과 추론으로 사유하는 디자이너이기에 가능한 접근이다. 나는 내가 만든 CI나 그래픽을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듯이 이 패턴도 그다지 믿지 않는다. 그런데 세상이 420년과 비슷하게 돌아간다. 진짜 맞으면 어쩌지!? 후대에 <역사는 디자인된다>가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처럼 여겨지는거 아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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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하라리처럼 나도 거대한 역사를 패턴으로 파악했기에 이 흐름이 어느정도 짐작된다. 그의 우려처럼 시민적 역량강화보다는 감시체계가 글로벌 연대보다는 민족고립주의가 진행될듯 싶다. 그렇다고 생각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할때이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알게된 점은 인간은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는 점이다. 역사적 교훈은 개뿔. 한참이 지나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우리가 참고해야 할 시대는 3개다. Bc380년 전국시대와 그리스 말기, 420년 동진시대와 로마 말기, 1220년 송나라와 중세말기이다. 이 세 시대의 공통점은 무척 화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다르다. 첫번째는 한나라와 헬레니즘 제국이 되었다. 두번째는 암흑시대가 300-400년 이어졌다. 세번째는 몽골제국으로 이어졌다. 하라리는 첫째와 셋째처럼 세계제국을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두번째를 꼽는다. 이어진 세계가 분열되고 지역적으로 고립된 세상.
겸허하게 이런 흐름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암흑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나는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보다 다음 시대를 살아갈 미래세대가 더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