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디자인씽킹 강의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생각의 주요 키워드로 연역과 귀납 그리고 '귀추법=가추법'이 많이 거론되는데, 귀추란 '가설과 추론'의 과정을 말한다. 디자인씽킹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귀추법을 디자인의 핵심 생각법으로 꼽는다.
여기까지는 좋다. 문제는 귀추법 설명에 있다. 귀추법이 마치 '직관'인 것처럼 말해지기 때문이다. 직관은 어느순간 통찰로 바뀌어 뭔가 대단한 생각법처럼 여겨지게 된다. 그래서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직관을 우길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된다.
이 때문에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직관을 믿고 대화를 회피하고 상대방의 디자인에 대한 무식함을 탓한다. 참으로 인타까운 상황이다. 심지어 디자인씽킹을 마치 신의 관점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교육과 마케팅 등 여러분야에서 디자인씽킹을 주목하면서 그 신화는 더욱 부풀려지게 되었다.
나는 일찍부터 연역과 귀납, 귀추법에 관심을 가졌다. 그러다 이성민 샘이 번역하신 <프레임 혁신>(키스 도스트)에서 새로운 접근을 발견했다. 도스트는 연역과 귀납, 귀추를 '무엇을 어떻게 해결할까'라는 질문에 하나로 묶어 설명한다. 무엇을 어떻게 할지 아는 상황은 연역, 무엇과 해결방향을 아는데 어떻게를 모르면 귀납. 그리고 귀추를 두가지로 구분하는데 '무엇'만을 모르면 통상적 귀추, '무엇을 어떻게'할지 모두 모르면 디자인 귀추라 부른다. 아래 이미지에 정리해 놓았다.
나는 여기서 왜 디자인씽킹에서 귀추를 직관이라 말했는지 직감했다. 귀추는 20세기 초 퍼스라는 기호학자에 의해 발견된 새로운 생각법이다. 디자인씽킹에서 의도하는 귀추는 바로 퍼스의 귀추로, 이 귀추가 바로 '디자인 귀추'다. 그런데 디자인귀추는 아주 설명하기 어렵다. 그래서 디자인씽킹은 다소 쉽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귀추를 직관처럼 말하게 된다. 그런데 도스트의 도식에서 볼때 직관은 '디자인 귀추'가 아니라 바로 '통상적 귀추'에 가깝다. 직관이란 자신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적 귀추=직관을 갖고 있으면 자신에게 '무엇'이 주어지든 자신있게 결과를 낼 수 있다.
나는 이 '직관=통상적 귀추'는 귀추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이름을 '연추'로 바꾸었다. 귀납에 앞서 귀추가 있듯, 연역에 앞서 연추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리고 이 연추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을 거듭했다. 그러다 디자인씽킹 강의를 정리하면서 연추가 무엇인지 찾았다!
행동심리학에 '휴리스틱'이란 단어가 있다.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를 말한다. 일종의 고정관념 혹은 선입견, 편견이라 말할 수 있다. 이 휴리스틱이 바로 직관에 의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상황에 의해 '어떻게'가 바뀌는 것을 무시하고 기존의 '어떻게'를 유지하려는 상황이랄까. 이게 바로 연추다.
도스트는 통상적 귀추을 '진리와 전통'이 살아있던 과거세계에서 하던 생각법이라 말한다. 현대에 들어와 세상이 빠르게 변하면서 기존의 진리와 전통은 소용없게 되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생각법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무엇을 어떻게'할지 모두 모르는 상태에서 생각하는 방법, '디자인 귀추'라 말한다.
이 설명에서 나는 통상적 귀추가 과거 길드시대의 생각법이란 생각이 들었고, 전통의 해결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태도란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바로 '직관'이다. 이 직관은 앞선 디자인 귀추와 너무 달라 귀추라기 보다는 새로운 용어로 말해져야 한다. 그래서 내가 만든 신조어가 '연추'다.
이로서 나는 귀추를 직관에서 자유롭게 만들었고, 귀추의 핵심이 '대화'에 있음을 설명할수 있게 되었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들의 자존감에 다소 상처을 줄거 같다. 하지만 직관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대화를 인정하면 디자인씽킹을 제대로 이해하는데는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이를 깨닫게 해준 행동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