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가 무슨 뜻이야? 윤여경 선생은 알껄?" 한 선생님이 말했다.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저... 사실 무슨 뜻인지 모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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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로고'가 무슨 뜻인지 모른다. 심지어 어느나라 말인지도 모른다. 습관적으로 그 말을 쓰긴 하지만, 아니 요즘에는 로고를 대체하는 말로 '그래픽 심벌'이란 말을 더 많이 쓴다. 이 말은 그 의미를 설명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로고'라는 말을 꼭 써야만 할때가 있는데... 브랜드가 글꼴로 이루어진 상태다. 이땐 어쩔수 없이 '로고타입'이라고 말한다. '심벌타입'이란 말은 아무래도 이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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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질문하신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비로소 '로고'의 바탕뜻에 눈이 번쩍 트였다. 왜냐면 '로고'가 '로고스'랑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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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로고'는 모르지만 '로고스'는 제법 안다. 이 말은 그리스말로 파토스, 에토스와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법에 나온다. 무엇보다 요한복음 첫구절에 나와서 유명한 말이다. '로고스'는 의미가 복잡한 말이다. '논리' '이성' 등으로 번역하는데 한국말 성경에는 '말씀'으로 번역되어 있다. '말씀'이란 표현도 좋지만 난 파토스와 에토스의 라임을 가져와 '머리'라고 번역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다. '로고스는 머리, 파토스는 마음, 에토스는 몸' 이렇게. 사람은 몸과 마음과 머리로 살아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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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 '논리'나 '이성'은 해석이 어렵다. 굳이 설명하라고 하면 분석철학, 칸트 운운하며 몇시간은 얘기할 수 있지만... 아마 얘기할수록 옹색해 지면서 자신감이 떨어질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한자용어가 그렇다. 하지만 한국말 '말씀'이나 '머리'는 확실히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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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말+쌓음'이다. 낱말들을 잘 쌓아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소통하는 것이 '말씀'이다. 보통 말은 위로 쌓는다. 말들을 잘못 쌓으면 말씀이 무너지기에 똑바로 잘 쌓아야 한다. 즉 '논리적으로 말을 한다'는 '말쌓기를 잘한다'로 여기면 된다. 말쌓기는 주로 '머리'로 한다. '머리'의 옛말은 '멀리'이다. 말 그대로 멀리 보는 것이 '머리'이다. 즉 말을 쌓는다는 것은 멀리 보는 것이고, 말을 잘 쌓는다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을 또렷하게 보거나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사람의 머리에는 멀리 보고 소통하는 기관들이 많다. 눈, 코, 입, 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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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로고스'가 말씀이고 머리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로고'가 무슨말인지 금방 알수 있다. 바로 '로고'는 '말'이다. 그냥 말이라기 보다는 '중요한 말'이다. 영어로 하면 '키워드' 한자어로 하면 '핵심용어'이다. 이 '로고=말'의 복수형이 '로고스=말씀'이다. 그럼 자연스럽게 '파토'와 '파토스', '에토'와 '에토스'라는 말의 뜻도 짐작이 된다. 다양한 감정들이 '파토'이고 이 감정들의 모임이 '파토스', 다양한 감각과 습관이 '에토'이고 이 감각들과 습관들의 모임이 '에토스'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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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제야 알았다. 왜 '심벌타입'이 어색하고, '로고타입'이 입에 착착 붙었는지. 문자를 인쇄하기 위해 만든 '타입'은 '말'을 표현한 것이니 '로고+타입'이란 말의 짜임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아! 이제 '로고'라는 말도 자주 쓸 수 있겠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