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러 생각

종교와 무속

by 윤여경

요즘 무속에 대한 우려가 많은 듯 싶다. 무속에 대한 나의 의견을 좀 보태면, 종교와 무속은 모두 신앙이다. 둘의 공통점은 믿음에 기반한다는 것이고, 차이점은 공공성과 사사로움이다.


종교의 믿음은 공적이다. 개인보다는 공공의 안위와 행복을 더 중요시 여긴다. 그래서 종교에는 엄격한 규칙과 형식이 있다. 로마말기 전쟁과 전염병으로 사람들이 힘들어할때 기독교는 많은 역할을 했다. 기독교인들의 숭고한 희생 덕분에 기독교는 로마의 국교가 되었다. 이슬람교와 불교 등 다른 종교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무속의 믿음은 사적이다. 무속의 믿음은 자신과 가족의 안위와 행복을 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무속은 규칙과 형식이 자유롭다. 정화수 한사발처럼 소박할 수도 있고, 엄청나게 화려할 수도 있다.


나는 한국의 많은 종교인들이 무속적이라 본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세가지만 나열하면, 일단 한국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개인+가족주의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이 땅에서 종교에 의한 내전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공공보다는 사적인 욕망을 추구하니 크게 부딪칠 일이 없을듯 싶다. 세번째는 나름 사후 세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람은 어떤 종교를 가졌든 '저세상'이 있다고 믿는다. 죽으면 먼저 저세상으로 간 분들을 만나러 간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공적이든 사적이든 믿음은 그 자체로 나쁘지 않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믿음에 갇히지 않는 것이다. 한국말에서 '밑'은 '믿음'과 관련이 있다. 내 발 밑이 허술하면 불안하다. 반면 내 발 밑이 단단하면 밑을 딛고 위로 도약할 수 있다. 즉 우리는 믿음에 집착해 밑에 갇히지 않고, 믿음을 바탕으로 위로 도약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종교의 수많은 성인들이 그래왔듯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기업의 언어와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