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
얼마전 영도에서 흥미로운 토론이 있었다. 토론의 주제는 벽화였다. 나도 참여하고 싶었지만 중요한 선약때문에 참관하지 못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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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둘러싼 논의는 항상 뱅뱅 돈다. 선명한 결론도 손에 잡히는 결과도 없다. 그러면서 항상 자위한다. 예술은 본래 그런거라고... 그럼 이렇게 되물을 수도 있다. "뭐하러 이런 토론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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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에 대한 논의가 항상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특히 공공예술이 그렇다. 그냥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사적인 예술 활동을 누가 뭐라 하겠는가. 하지만 그 예술이 공공적이라 할때는 누구나 뭐라 해야 한다. 공공예술 공론장은 많을수록 좋다. 이런 점에서 '문화와 예술의 섬'을 표방한 영도문화도시 센터가 훌륭한 기획을 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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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 논의가 늘 뱅뱅 도는 이유가 비교 대상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비교 대상이 있음에도 애써 무시하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 대상은 바로 '디자인'이다. 심지어 문화정책에 '공공예술'와 '공공디자인'이 구분되어 명시되어 있음에도 이 둘을 비교대상으로 삼아 논의하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예술은 예술이고 디자인은 디자인이라 그런가?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19세기 구닥다리 논리가 아직까지 유지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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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예술은 공공성과 예술성의 조화다. 공공디자인은 공공성과 디자인의 조화다. 이 둘은 공공성에서 같고, 예술과 디자인이라는 활동성에서 다르다. 두 분야가 함께 앉으면 두가지 주제가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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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공공성이란 무엇인가'
'예술과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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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두가지 논의를 거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공예술과 그 대표적 결과물인 '벽화'에 대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다.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가 다소 불분명하기에 선명한 결론까지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공공성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손에 잡히는 결과는 도출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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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도 브랜딩에 참여하면서 가장 먼저 꺼내든 논리가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인가"이다. 내가 꺼내든 공공디자인의 키워드는 '놀이'였다. 이 논리를 제안하기 위해 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을 구분했다. 공공디자인이 놀이라면 공공예술은 장난이라고. 브랜딩은 공공디자인이라 '놀이'를 강조했기에 '장난'의 중요성을 강조할 기회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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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의 바탕에는 늘 '장난'이 있다. 장난은 가장 자유로운 인간 활동이며, 규칙과 차별적 억압에서 벗어난 고귀한 활동이다. 우린 어린아이의 위험한 장난을 규칙으로 억압하지만 예술가의 고귀한 장난을 존중하고 기록하고 보관한다. 심지어 국가기관을 만들어서.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의 그 나라의 장난을 감상하기 위해 여행을 한다. 각종 미술관에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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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은 규칙없는 활동이고, 놀이는 규칙있는 활동이다. 장난에는 혁명정신과 독립정신 그리고 주체성과 창의성이 깃들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 과연 장난다운 장난이 있는가? 어린아이처럼 각종 규제로 억압하고 있은건 아닌가? 또 놀이다운 놀이는 있는가? 즐거운 놀이를 고통스런 일처럼 하고 있진 않은가? 과연 우린 장난과 놀이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가? 나는 공공예술과 공공디자인에 대한 질문과 나아갈 길은 인간 활동의 근본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