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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여경 Feb 18. 2023

디학의 정체성과 미래

어느덧 디학이 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작년에 6기까지 마쳤고, 올해는 7-8기가 마칠 예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졸업세미나(졸세)를 마친 디학인만을 위한 디학의 새로운 과정을 고민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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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학에선 약 1년동안 디자인의 바탕을 배운다. 그리고 약 3-6개월정도 졸세를 준비한다. 졸세의 결과물은 책이다. 각자 쓴 글과 이미지를 한권의 책으로 묶고, 각자 나름대로 글과 이미지를 해석해 책을 디자인한다. 즉 같은 내용의 책이 다양한 형태의 북디자인으로 나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졸세로 나온 책에는 디학에서 함께 공부한 생각과 각자의 디자인 능력이 고스란히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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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학은 디자이너라면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쓰고 말할 줄 알아야 하고, 그걸 표현하고 조판해 하나의 책으로 엮을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졸세 결과물인 책은 디학을 마쳤다는 졸업장이자 포트폴리오다. 디학은 포트폴리오(포폴)를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강조해 왔지만... 하다보니 디학도 포폴를 만들게 되었다. 물론 이 포폴의 목적은 취업보다는 디자이너로서 자부심과 자신감의 응축이다. 개인적으론 디학 졸세의 책이야말로 최고의 포폴이란 생각이다. 만약 내가 아트디렉터라면 이런 포폴을 만든 디자이너에게 엄청난 매력을 느낄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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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학의 졸세를 마친 친구들을 위한 과정는 어때야 할까... 그럼 이런 질문이 따라 나온다. “디학 다음 과정의 결과물은 뭐가 될까?” 앞선 졸세를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답이 나온다. 함께 쓴 책을 각자 디자인했으니, 이번엔 각자 쓴 책을 각자 디자인한다. 혹은 각자 쓴 책을 서로 디자인 한다. 물론 책이 아니라 웹이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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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결과물을 만들려면 두가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첫째는 각자 책을 쓸 능력, 즉 각자 어떤 학문이나 대상을 연구할 능력과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 둘째는 그 책을 디자인할 타이포그래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물론 이 타이포그래피는 상당히 실험적인 접근을 하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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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든다. “아니... 이건 대학원에서 하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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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최근까지 디학이 어떤 학교인지 정체성 판단을 유보해왔다. 디자인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교육 임상실험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디학의 다음 과정을 설계하면서 오히려 디학의 정체성이 더욱 선명해진 느낌이다. 그렇다. 디학은 4년 학부과정을 1년으로 압축한 것이다. 그리고 난 지금 2-3년짜리 디학 대학원 과정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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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4년동안 바탕을 배우고 2-3년동안 석사를 한다. 디학은 1년동안 바탕을 배우고, 2-3년동안 석사를 한다. 디자인 교육에 있어 대학과 디학의 다른점은 바탕을 배우는 시간이다. 이런점에서 어쩌면 대학 디자인 교육 아니, 대부분 학부교육의 문제점은 천편일률적인 시간 적용이 아닐까 싶다. 분야마다 바탕을 배우는 시간이 다른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왜 그 당연함을 인정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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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디지털 세상은 3.0의 시대로 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이란 말로 대변된다. 거대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스템이 작동하는 시대가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이 상호작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정치로 치면 거대 제국시대가 끝나고, 민주주의가 도입된다는 의미다. 지난 2000년동안 우리가 살아온 아날로그 세계의 변화를 지난 20년동안 디지털 세계가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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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볼때 현재 우리 사회는 적절성에서 다양성으로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모든 영역에서 그런 흐름을 느낀다. 그리고 나 또한 디자인 교육 영역에서 그 흐름을 타고 있다. 고대그리스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는 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 없다고 했다. 여기서 문제는 ‘강물‘이 아니라 ’발’이다. 아니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려 하는 태도다. 우리는 이런 낡은 사고관을 버려야 한다. 지금 우리는 같은 강물에 발을 담그기 보다는 강물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할 때다. 노자가 강조했듯 흐르고 고이기를 반복하는 물의 태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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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디학X노트폴리오 워크샵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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