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은 객관이고, 인식론은 주관, 기호학은 소통이다. 랑그 체계는 존재론이고, 파롤은 인식론이다. 존재와 인식이 기호를 매개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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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존재론은 신학이었고, 현대 존재론은 과학이다. 객관적 사실은 과학에 근거하고, 이를 토대로 인식론이 재정립된다. 실재론이 오컴에 의해 유명론이 되고, 마르크스에 의해 유물론이 되고, 과학에 의해 신유물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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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은 인식론의 전제이자 비탕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안정적이다. 존재론에 오류가 생기면 인식론은 어긋난다. 그래서 현대 인식론은 항상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과학이론(존재론)을 주목해야 한다. 나의 인식오류가 새로운 과학적 사실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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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이 과학이라면 인식론은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자유롭고 다양하다. 아이들이 안전한 공간에서 맘껏 뛰어놀듯 존재론이 탄탄하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관점이 생기고 그 관점은 나의 생각과 삶을 풍성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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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생각은 새로운 욕망을 불러온다. 욕망 중 가장 으뜸은 바로 소통이자 관계다. 나이들며 새삼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세상 제일 재밌는 것이 ‘말(수다)’이라는 사실이다. 이 말을 정말 재밌게 하려면 소통능력이 필요한데, 이 소통능력이 바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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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디+사인’의 합성어로 사인은 한자어로 기호이다. 그래서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기호학을 공부해야 한다. 나는 본래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기초이론을 만들기 위해 미친듯이 책을 읽으며 고민해 왔다. 그런데 그 대상이 사인(기호)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니까 기호학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이 짓을 계속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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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공부의 목적이 ‘시각기호학’ 즉 ‘시각언어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새삼 많은 생각들이 정리된다. 또한 과거 기호학을 정립한 분들의 책을 읽으며 그분들의 고민이 나와 다르지 않았음에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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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것은 정리다. 하긴 굳이 정리할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어쨌든 소쉬르도 메모만 남겼고, 퍼스도 이러저런 생각 스케치만 가득할 뿐이니까. 어쩌면 정리와 평가는 내 몫이 아닐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