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이 이렇게 눈을 어둡게 하다니
#1.
저희 집에는 신혼 때부터 함께 해온 화장대이자 서랍 역할을 하는 가구 하나가 있습니다. 어제 그 화장대의 자리를 옮겼어요. 갑자기 왜 화장대 자리 옮긴 걸 이야기 하나 싶으시죠?
저는 이 화장대를 옮기면서 크게 깨달은 바가 하나 있거든요. 그걸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어요.
#2.
신혼 첫해에는 원룸에서 살았어요. 그다음 해에는 방이 2칸인 빌라에, 2년 전세가 끝나고 나서는 방이 세 칸인 아파트에, 그리고 지금은 고향으로 돌아와서 3년째 한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2016년, 방이 2칸인 빌라에 살 때부터 집을 3번 옮기는 동안 위에서 언급한 화장대는 어느 집에서든 항상 '안방'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3.
최근에 고심 끝에 주문한, 제 용돈을 들인 다이슨 에어랩이 배송되었어요. 그러자 저는 탁상 거울이 또 필요해졌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거울을 사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이유는 이사를 1년여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집에서는 살림을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아침에 혼자 집을 나서면서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문득 새로운 방법 한 가지가 떠올랐습니다. 그건 바로!
거울을 사지 않고 거울이 딸린 화장대 서랍의 위치를 옷방(작은방)으로 옮기는 것
이었습니다.
#4.
여러분에게는 이게 뭐 그리 놀라울 일이냐 싶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획기적인 방법이었어요. 왜냐하면 가구를 장만한 이후로 한 번도 이 화장대가 안방을 벗어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녁에 퇴근한 남편과 서너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바로 저희 둘은 의기투합하여 화장대 서랍을 옷방으로 옮기고 옷방에 있던 많은 옷 수납상자를 안방의 화장대 자리로 그대로 가져다 두었습니다.
원래는 화장대가 있던 자리에 옷상자가 숨 막히게 쌓여있었어요. 심지어는 작은 방문을 90도로 열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옷방은 정말 오랫동안 머물러 있고 싶은 방으로 바뀌었어요.
그리고 안방은 타격 1도 없이 깔끔한 방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상자를 높이 쌓으니 오히려 옷방에서 보다 더 적은 자리를 차지하고 모서리의 죽은 공간에 짐을 쌓아두니 안방도 깔끔해진 모습 그대로 유지가 가능하게 되었어요.
배치를 바꾼 후 한숨 돌리는 동안 남편에게 물어보았어요.
화장대를 옮길 거라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동안 왜 이렇게 꾸미지 않았던 걸까?
남편의 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화장대가 안방을 벗어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맞습니다. 우리의 고정관념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마음과 생각을 가로막은 것입니다. 상황적 필요에 의해 '거울을 사지 않으면서도 에어랩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런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가진 수많은 고정관념들이 있을 겁니다. 그걸 벗어나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저희 둘째는 오늘 아침 옷방에서 옷을 갈아입으면서 "엄마 새 집에 이사 온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 정도로 온 가족의 만족도가 높아졌어요. 항상 아이들의 속옷과 내복은 안방에 있는 화장대 서랍에서 꺼내서 갈아입고 전날 입었던 내복도 안방 문 뒤에 있는 '옷통'에 넣곤 했어요. 하지만 화장대 서랍의 위치가 옷방으로 바뀐 덕에 옷 통도 화장대와 함께 옷방으로 따라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옷방에서 모~든 옷을 다 갈아입고 보관해 두는 게 가능해졌어요. 저희 다섯 식구의 환복 동선도 굉장히 단순해지고 더욱 편리해졌습니다.
작은 고정관념 하나를 버렸더니 삶의 질이 이렇게 향상되었어요. 여러분이 평소에 가진 고정관념은 없으신가요? 사물에 대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이 존재할 수도 있어요. 또 나의 능력, 자신감, 미래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을 수도 있어요. 조금만 눈을 크게 뜨고 보세요. 생각을 비틀어보세요. 새로운 세계가 열릴 거예요.
저의 작은 필요가 공간의 혁신(?)을 불러일으켰듯이 여러분도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삶에 큰 변화가 일어나리라 믿습니다. 저의 경험이 조금이라도 고정관념을 깨고 부수는데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사진 © veronikafitart, 출처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