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에는 세 아이를 도우미에게 맡기고 복직하려 했다

나의 결정은............?

by 어흥라떼

그동안 우리 부부는 1년 단위로 육아휴직을 했지만 이번 육아휴직은 이전과 달리 6개월이었다. 이유는 육아휴직의 목적이 3월에 입학한 첫째의 학교 적응을 돕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주변 선생님이나 가까운 교사 가족의 상황을 봐도 아이가 적응하는 데는 6개월 정도면 충분해 보였다.


그래서 나도 2학기에는 복직을 할 계획이었다. 근무하는 학교는 8월 중순에 2학기를 시작한다. 나도 육아휴직의 '학기 단위 권장' 규정에 맞추어 학교의 개학일을 복직 날짜로 정해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휴직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8월 복직 가능 여부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내 복직 여부와 관련한 우리 가족의 복잡한 상황을 한 번 정리해 보았는데 크게는 다음과 같다.


#1. 첫째의 말


엄마가 2학기에도 집에 있어주면 좋겠어요.
엄마는 나보다 학교가 더 소중해요?


딸이 복직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들은 뒤 몇 번이나 이런 말을 했다. 2학기에는 집에 오면 엄마가 없을 거라는 사실이 아이에게 불안감을 안겨줬나 보다. 사실 딸을 두고 엄마와 아빠가 둘 다 일을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으니 이런 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싫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휴직을 연장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2. 재정


내년 하반기 이사를 앞두고 있다. 지금도 금리가 너무 올라서 대출이자가 상당한데 내년 하반기부터는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넣어야 할 정도로 빠듯하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부부 교사로 외벌이를 이어오면서도 적금도 들고 투자도 작게 하며 알뜰하게 잘 살아왔다. 5인 식구 변동성 생활비(순수 식비+생활비)가 120만 원 정도니까. 수박이 나오기 시작할 때 아이들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조금 더 저렴해질 때 사주겠다고 말할 정도로 절약을 이어왔다.




#3. 막둥이 어린이집


기존에 다니던 단지 내 어린이집 원장님이 바뀌었는데 도저히 신뢰를 할 수가 없어 2월 말 급히 다른 어린이집을 알아봤다. 다행히 한자리 있는 곳이 걸어서 8분 거리에 있어 그곳으로 옮겼다.


나야 엄마라서 그 거리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해가 쨍쨍하나 아이와 함께 즐겁게 오가지만 사실 누군가에게 부탁하기에는 날씨에 따라 부담이 되는 거리이기도 하다.




#4. 아이돌보미 면접


상황이 복잡하다 보니 복직에 대한 내 마음이 하루가 다르게 오락가락했다. 그래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다잡을겸 또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도우미 면접을 보기로 했다. 할 수 있는 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아이 돌봄 센터에 전화를 해서 내 상황을 말씀드리고 대기를 걸었다. 다행히 아이 셋을 봐주러 오겠다는 선생님이 계셔서 면접비 12000원을 드리고 지난 금요일 저녁, 다섯 식구가 다 모인 시간대에 면접을 봤다.


엄마가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던 첫째는 선생님을 만나서 몇 마디를 나누고는 당장 다음 주부터 우리 집에 왔으면 좋겠다고 한다.


돌봄 선생님은 막둥이 어린이집이 멀어서 좀 부담이 된다며 차량이 되는 어린이집에 남는 자리가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말씀하셨다.(실제로 내년 이사를 대비해 어린이집을 옮길 생각이 있다. 그래서 지금도 차량을 운행하는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두었다.)


면접을 마치고 나가신 뒤 남편에게 어떠냐고 물었다. 결국 우리의 결론은..... ‘지금 이 시기에는 어떤 도우미가 오신다 해도 마음이 썩 편하지 않을 것 같다’였다.






담임 자리로 복직할 예정인 나는 7교시가 있는 날이면 5:30이나 되어야 집에 올 수 있다. 둘째, 셋째야 기관에 맡겨둔다 해도 첫째가 문제다. 1학년인 아이에게 돌봄 교실도 모자라 학원 두 개를 다니게 하면서까지 안전을 보장해 주기가 싫었다.


몇 마디의 대화 끝에 남편과 나는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휴직을 연장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게 답답하면서도 이런 선택을 하는 게 후회가 덜할 것 같았다.


상황을 받아들이자니 마음이 좀 힘들기도 하다. 휴직도 좋지만 다시 학교에 가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삶을 6개월이나 더 살자니 이런 우리 가정의 현실이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한다. 내 육아관이 극성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누군가에게 아이들을 맡기지 않고 직접 키우자는 다짐으로 6년 반의 육아휴직을 이어왔듯 그 마음 그대로 반년만 더 아이들을 보살피려 한다.


내년에는…

세 아이가 9, 7, 4세가 될 테니 조금은 더 맞벌이 가능성이 커지지 않을까? 올해 하반기에는 아이들과 함께 맞벌이를 대비한 일상 루틴을 잘 만들어가 봐야겠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 못하겠지만 그만큼 더 큰 사랑을 아이들에게 부어주어야지. 면접을 봤던 금요일은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했는데 하루하루 이에 대해 생각할수록 마음 정리가 빠르게 되어간다.


이런 상황에 처해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일까지 하시는 분들, 그리고 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를 전담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엄마들 모두 모두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도 힘들고 육아만 전담하는 것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각 가정과 부부의 상황에 따라 그나마 최선의 선택을 하고 살아가는 것일 뿐. 복직을 염두에 두고 아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는 과정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작은 경험치를 하나 더 쌓은 기회로 삼아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