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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 Apr 16. 2022

나는 이혼녀, 너는 ADHD 12

ADHD, 스웨덴 학교 다니기

이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혹시라도 학교에서 연락이 올까 불안해하며, 뾰족하게 곤두선 신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며...  

ADHD 부모 교육을 받고, 훌륭한 의사들의 주옥같은 이야기가 가득한 책을 읽어도,

나의 마음은 항상 긴장 상태였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그리고 일어난 일은 크게 확대 해석하며, 

나의 불안한 마음을 따스하지 않은 표현으로 아이에게 드러내며 나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어느덧 아이는 사. 춘. 기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간 아이는 학교에서는 지원 선생님과 함께했고, ADHD 센터에서 아이들과 어울리고 상담을 계속 받았다. 

학교에서는 종종 비슷한 이유로 연락이 왔었고, 아이가 드라마틱하게 달라지는 모습은 없었다.

내 기준에서는...


그리고 아이에게 새로운 도움 선생님이 오셨다. 그동안 함께 했던 선생님은 승진?으로 이동하게 되셨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합리적 이유나 논리와는 상관없이 변명을 찾는 경우가 있다. 내가 그랬다. 

여전히 나는 아이에게 잘 맞는 사람이 있고, 그러면 문제가 없을 거라는 기대와 핑계를 품고 있었다.

메리 포핀스 같은 선생님이 짜잔 나타나길...


6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 학교의 정기 미팅에서 도움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주기적으로 하던 학교 지원 프로그램의 점검 미팅이었다. 

아이의 옆에 밀착 지원하고 있는 도움 선생님의 의견이 가장 큰 평가 요소였다. 

도움 선생님은 아이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학교 담당자들은 이 의견으로 아이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였다. 

도움 선생님은 아이가 여전히 감정이 격하지는 경우가 있고, 수업 시간에 집중도 잘 못하고, 

정해진 과제를 제시간에 끝내지 못한다고 했다. 아직도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죄스런 부모의 마음?으로 학교 담당자들과 도움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만 연신 읊조리며

미팅을 마무리하는 중, 도움 선생님이 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가장 친한 친구라고 ( Best Friend ) 생각하는 아이가 있고, 아이가 그 친구를 정말 많이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우리 아이를 그냥 친구라고 생각하지 가장 친한 친구 ( Best Friend )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얘기 해 줬다. 그러면서 도움 선생님은 ' 안 되었다. 아이가 불쌍하다. 마음이 아프다 '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었던 순간

' 이게 무슨 의미일까?'라는 생각과 

' 아이가 또래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하나? 또래 아이들이 아이를 싫어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아이가 친구들에게 인기 있는 그런 것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친구들이 많은.

그래서 이 이야기를 들었던 그 당시에 역시 아이가..... 이런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고스란히 아이에게 노출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에는 이런 말을 해 준 도움 선생님께 짜증이 났지만,

결국은 정말 내가 생각이 좁고 편협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아이를 외롭게 만들었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2년 후 그 친구는 외국으로 이사 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와 매주 연락하고 지낸다.

편협한 시선과 가치관으로 우리는 소중한 것을 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고통 속에 가둔다.




새 도움 선생님과 함께 한지 반년이 지났을 즈음, 어느 날부터 아이는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 시끄러운 마음과는 달리 단 한 번도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 적이 없었던 아이였다. 

항상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고 학교 가는 것이 재밌다고 했던 아이였다.

아이가 왜 그러지 싶었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그럴 수도 있지 하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그러나 계속되는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의 모습에서 아이의 이야길 집중해서 들어보기 시작했다.


' 왜 가기 싫어? '

' 그냥 가기 싫어. '

' 무슨 일 있어? 친구랑 안 좋아? '

' 아니 없어. 그냥 가기 싫어 '

' 그냥 가기 싫다고 안 가면 되나? 하기 싫어도 해야지. '

'... '


학교 가기 싫다는 아이와의 대화는 매번 이런 식의 패턴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행복하냐는 질문엔 항상 눈 부신 미소로 행복하다고 말하던 아이가 점점 울상이 되어가니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 왜 가기 싫은데 힘들어? '

' 답답해 '


아이의 마음을 알기 위해 노력했다.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 알게 된 아이의 마음은,

도움 선생님이 자기에게 공정하지 않고, 힘들게 한다고 했다. 아이는 많이 억울해했다. 

도움 선생님은 아이가 하지 않은 것들을 아이가 했다고 했고, 아이에게 거짓말을 잘한다. 아기처럼 굴지 마라는 등 아이는 상처받는 말을 매일 듣는다고 했다. 

다른 아이들과 같이 수업 시간에 늦어도 자기만 혼나고, 숙제나 수업 시간에도 도움 선생님이 하라고 하는 데로만 해야 한다고 했다. 도움 선생님은 모든 것을 계속 체크하고 지시하고 수정하게 한다고,

아이는 너무 답답해서 자기가 꼭두각시 같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난 ' 네가 제대로 못하니깐 그렇지'라는 마음이 깔려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대화는 ' 네가 잘하면 되잖아. 안 그러면 되잖아. '라고 끝냈다. 

다행히도 아이는 자기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 않는 나에게 계속 마음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 이제는 알고 있다. 정말 나에게 과분하고 고마운 아이다. )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하는 아이를 보면서 복잡해졌다. 

' 아이는 슬픔이 넘쳐나는데, 나는 왜 이해를 못 할까? '

' 왜 나는 아이의 슬픔을 무언가의 원인과 결과로만 바라볼까? '

'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무엇일까? ' 

' 아이가 어떻게 자라길 바라는가? '

' 엄마는 무엇을 해야 하는 건가? ' 

' 초등부터 시작되는 그 긴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난 무엇을 배웠는가? ' 


뭔가 다른 것이 필요했다. 


                                                                                                                                         -  by 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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