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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기서 시험 합격했거든요

열여덟, 고시원 생존기 / 1~2일 차

by 디엔드



어제 짐을 풀자마자 똑. 똑.. 또독.. 소리가 났다.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 이런. 고시원 채팅방에 증거영상과 함께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여쭤보니 오겠다고 하셨다.


룸투어 시켜주신 분(- 실장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이 다시 오셔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셨다. 음, 아- 어. 사장님과 연락하더니 임시로 다른 방에서 지내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군요.. 넹.

실장님은 큰오빠 나잇대처럼 보였다. 20대 중후반?


공부하기 편하게 냉장고는 옆으로 치워드릴까요?

- 네 그럼 좋죠, 감사합니다.

책이 많네요. 수능 준비하나 봐요?

- 아 네, 맞아요.

사실은 저도 여기서 공부하다가 공무원 시험 합격했거든요. 공무원 들어가기 전에 지금 알바하고 있어요. 공부 열심히 하고, 그 뒤엔 저처럼 투잡 하지 말고 재밌게 놀아요.


어쩌다 보니 실장님, 아니 20대 중후반 정도 되어 보이는 청춘의 이야기를 들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게 무척 힘이 됐다. 나도 여기서 시험 합격했으니 너도 시험 잘 보고, 그 뒤론 재밌게 살라는 말.

웃으며 알겠다고 답했다. 정말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시 기상,

낯선 곳에서의 하루가 시작됐다. 잠자리가 불편한지 3번 넘게 깨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어제 뭐라고 했더라? 쌀은 1인 밥솥으로 직접 지어서 먹으면 되고, 라면은 먹고 싶은 거 골라서 즉석 조리기로 해 먹고, 프린터기 쓸 거면 쓰고, 세탁기 건조기는 옆에 있는 세제랑 섬유유연제 쓰고.. okay..


에어컨이 수리될 동안, 당분간 두 집 살림을 하게 됐다. 방을 두 개나 써보다니.. 럭키비키잖아? 기존에 쓰던 방에서 짐을 일부 챙기고 돌아온 뒤 study with me 방송을 위한 세팅을 했다. 되게 거창하게 말했는데, 그냥 삼각대 하나 세우고 폰으로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을 튼 거다. 아무도 관심이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떤 분이 계속 함께 해주셨다! (와아 감사합니다~~)



오늘은 시작이니 9시간..


1일차 성공 ><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하고 시간도 잘 간다. 대신에 공부하다가 흐름 끊기는 게 싫어서 에너지바, 두유, 요거트로 세끼를 해결했는데 내일은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이 없다아.. 글 발행하고 바로 씻고 누워야겠다..ㅋㅋㅋ)


하나씩 쌓아가는 중~


아무튼 새로운 변화에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

Keep g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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