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사람도 가끔은 바보같이 웃는다> 북토크 미리보기
말주변이 너무 없고, 뭐든 글로 써야만 마음이 안정되는 사람이라 북토크를 앞두고 할 말을 미리 인터뷰 형식으로 썼습니다. 제가 엿보려고 쓴 '커닝페이퍼'라 다듬어지지 않은 표현도 많은데요. 혹시 책을 읽으신 분들이나, 앞으로 읽으실 분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아 브런치에도 기록해 둡니다.
Q. 글쓰기 전에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저는 제가 둥글둥글한 줄 알고 살았어요. 굉장히 무색무취여서 뭐든 잘 먹고, 어디서든 잘 자고, 누구랑도 싸우지 않고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학 때는 인싸 흉내를 내면서 온갖 모임을 만들고 다녔는데, 역시나 오래 가진 못했어요. 그렇게 오랜 사람과 잘 지낼 수 있는 에너지가 저한테 없었던 거죠.
남자를 만날 때도 성격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내가 다 맞출 수 있으니까. 그러면서 대학 때 남자친구를 사귀었는데 만나보니까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근데도 오래 만나고 결혼까지 했는데요. 이것도 알고 보니까 남편이 저한테 많이 맞춰준 거예요. 그래서 이때도 내가 둥글둥글한 사람인 줄 알고 살았죠.
그러고 나서 회사에 들어갔는데, 와. 진짜 도저히 못 버티겠는 거예요. 첫 번째 회사는 이래서 안 맞고, 두 번째 회사는 또 안 맞고, 안 맞고, 안 맞고... 이러다가 7년 사이에 회사를 5개 다녔어요. 처음에는 회사가 이상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반복되다 보니까 저한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근데 왜지? 난 이렇게 둥글둥글하고 잘 맞출 수 있는 사람인데?? 내가 왜??? 이랬어요.
Q. 어떻게 글을 쓰게 됐나요?
마지막 직장에서 그야말로 밤낮없이 일만 했는데요. 그러다가 두 가지 변화가 있었어요. 첫 번째는 결정을 전혀 못 내리겠는 거예요. 일하다 보면 이것저것 결정해야 될 게 많잖아요. 그럴 때마다 머릿속에 끈이 배배 꼬이는 느낌이 들면서 아무것도 못 하겠더라고요. 두 번째는 못 하겠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뭘 시작하기도 전에 못 하겠다는 생각이 너무 크게 들더라고요.
이 두 가지 변화를 듣고 병원에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하더라고요. 여러분도 이 증상이 내가 자각할 정도로 세게 오면 병원에 가 보세요. 그러고 얼마 못 가서 회사를 관뒀어요.
회사를 관두고 나서 몇 달은 그냥 밥 먹고 누워 있고 병원만 다니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쓰기모임 해시태그를 막 찾았어요. '성북구 글쓰기모임' 이러면서. 그러다 부비프글방을 발견했고, 글을 쓰게 됐어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신을 믿거든요. 이런 순간 때문에 신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것 같아요. 하필 이때 회사를 관두고, 이 동네에 살고 있었고, 이 동네에 마침 부비프글방이 있었고. 모든 게 너무 선물 같아서.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아예 못 썼어요. 글감에 맞춰서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쓰다가 한참 후에야 제 얘기를 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반 장 정도만 썼고, 점점 늘어났는데 그럴 수 있었던 게 부비프 사장님 두 분이 엄청 저를 기특해 해주셨어요. 그래서 계속 쓰게 되었어요. 글방에 오고 싶어서.
Q. 책은 어쩌다 만들게 된 거죠?
글방에 계속 나오니까 글이 쌓이잖아요. 글이 100편이 넘어가니까 마음이 무거워지더라고요. 에필로그에 “글의 머리를 묶고 싶어졌다”고 표현했는데요. 글이 두서없이 막 흩어져 있으니까 이걸 정리하고 싶어졌어요. 마침 부비프 사장님이 독립출판 공모전을 알려주셔서 급하게 막 정리해서 보냈는데, 보기 좋게 떨어졌어요. 그러고 나니까 또 의욕이 떨어졌어요. ‘아. 역시 내 글이 별로구나’ 하면서요. 그렇게 묻어두고 우울하게 지냈는데, 그러면서도 자꾸 한 구석에 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있었어요. 왠지 그래야 될 것 같은 느낌 뭔지 아세요? 그래서 부비프 갈 때마다 해막님한테 독립출판 책 만들기 수업은 안 하시냐고. 해달라고 했어요.
다음 해 봄에 수업이 열렸는데, 이 수업이 굉장한 수업이에요. 모든 수강생이 책을 냈거든요. 뮤쿄님이 제일 먼저 <계절편지>를 내고, 제가 이 책을 내고, 정오님이 <적당히 괜찮은 하루>를 내고. 곧 새로운 기수 수업이 열린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이 수업 자랑을 더 하자면 가장 큰 강점은 ‘부드러운 푸시’예요. 피드백도 팩폭 느낌이 아니라 “너무 잘했어요. 그런데 이걸 이렇게 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이렇게 해주세요.
제가 진짜 아무것도 몰라서 별 이상한 것도 다 물어봤는데, 하나도 안 놓치고 다 메모하시고, 다음 수업시간에 답을 주셨어요. 선생님한테 죄송하고 고마워서 꼭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저희가 수업이 끝나고 성북천 파스타집에서 종강파티를 했는데, 저 혼자만 못 만들었어요.
근데 또 시들해지지 않고 끝까지 만들 수 있었던 건 뮤쿄님 덕분이에요. 뮤쿄님이 추천사를 너무 멋지게 써주셔서, 이 글을 빛 보게 하려면 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만들었어요. 실제로 책을 읽은 분들이 추천사가 너무 좋았다고 하셨어요.
Q. 책 제목이 너무 길어요.
맞아요. 너무 길어요. 한눈에 들어오지도 않고요. 기억하기도 힘들어요. 저는 이전에 출판사에 다녔었는데, 출판사에서는 절대 거부했을 제목이에요. 독립출판이니까 이런 제목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 책을 만들려고 보니까 글에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그러다가 어느 날, 깨달음이 왔어요. ‘이거 다 내가 쓴 거지. 그게 공통점이네’ 하고요. 그래서 글에 쓰인 저라는 사람을 잘 들여다 봤어요. 제가 알게 되었던 저라는 사람은 꽤나 뾰족한 사람인 거예요. 그래서 깜짝 놀랐어요. 뭐야. 내가 알고 있던 나랑 전혀 다르잖아? 하면서요.
예를 들면 이런 부분들이에요.
1. 좋은 점 한 가지를 떠올리는 것보다 싫은 점 열 가지를 떠올리는 게 편하다
2. 행복은 불안하고 불행이 오히려 편하다
3. 뭐든 끝까지 파고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4. 어떤 일이든 쉽게 만족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부정적인 사람도 가끔은 바보같이 웃는다’는 제목의 글을 읽었는데, 이거다 싶었어요. 사실 너무 길고, 기억하기도 힘든데요. 이 문장이야말로 제가 발견한 저의 모습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다고 생각해서 제목으로 정했어요.
이 책의 1장은 제 내면 이야기예요. 제 생각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다 보니까 좀 무거운 것 같아요. 이게 읽는 사람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어요. 그래서 뒤로 보낼까도 고민했는데, 앞으로 놓고 싶더라고요. 왜 그랬는지 생각해 봤는데, 제가 제일 보여주고 싶은 부분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나는 세상이 말하는 좋은 성격을 가진 사람은 아니야. 그런데 엄청 행복하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잘 살고 있어. 혹시 나랑 좀 비슷한 사람이 있다면, 너무 자신을 바꾸려고 애쓰지 말고 이대로 그럭저럭 잘 살아보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저랑 비슷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매일 이런 말을 듣거든요. “좋은 게 좋은 거다”, “웬만한 건 웃어 넘길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데 꼭 그 말대로 안 해도 괜찮다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본다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러면서 만들었어요.
Q. 뾰족한 채로 살아봤더니 어땠어요?
저도 처음에는 저를 바꾸고, 숨기려고 갖은 애를 썼는데요. 생각처럼 잘 되질 않아서 둥글둥글 긍정적인 사람이 되기를 멈추고 일단 생긴 대로 막 살고 있어요. ㅎㅎ 자기계발서 이런 데 보면 긍정적인 멘탈이 성공과 행복, 행운... 모든 것의 필수 조건이잖아요. 그 말이 맞다면 저는 정말로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야 맞아요. 그런데 사실, 엄청 행복하다고는 못 해도 어느 정도 잘 살고 있는 거예요. 왜 그런지 궁금하잖아요. 그런데 또 제가 쓴 글을 보면서 알게 됐어요.
이 책의 부제가 ‘싫은 게 많은 내가 있는 힘껏 사랑한 것들’인데요. 이 말 그대로 저는 뭘 봐도 싫은 게 먼저 떠오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진짜 좋고, 마음에 드는 걸 만나면 너무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리고 엄청나게 푹 빠져들더라고요. 2장, 3장, 4장은 그런 것들 이야기예요. 2장은 제가 절대 잊고 싶지 않아서 시간 날 때마다 꺼내보는 기억 이야기, 3장은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야기, 4장은 제가 너무 좋아하는 글쓰기 이야기예요.
뾰족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보니까 1. 좋아하는 걸 더 깊이, 오래 좋아할 수 있고 2. 그걸 엄청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부정적인 기운의 집중포화를 받는 가운데서도 저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어제 사주를 봤는데, 겉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머릿속은 전쟁터라는 풀이가 있었어요. 이런...)
Q. 뾰족함이란 뭘까요?
저희가 곧 ‘나의 뾰족함’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볼 거라서 이걸 생각해 보는 게 좋겠더라고요. ‘뾰족함’이라는 게 좀 모호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모임을 준비하면서 책도 다시 읽고 생각해 봤는데, 뾰족함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타협할 수 없는 부분’ 같아요.
사회에서 어울려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둥글둥글해져야 되잖아요. 가족을 이루는 것도 그렇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그렇고요. 이 부분도, 저 부분도 어느 정도는 포기할 수 있는데 도저히 이것만은 안 되겠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뾰족함’인 것 같아요. 다른 건 다 깎여나가더라도 지키고 싶은 부분이요. 어렸을 때 모래 쌓아놓고 중간에 깃발 하나 꽂고는 안 넘어뜨리는 놀이하잖아요. 그때 끝까지 안 넘어뜨리고 싶은 깃발을 상상하시면 좋지 않을까요.
엄청 추상적이거나 거창할 필요는 없고,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아요. 저는 이런 부분이 좀 많은 편인데요. 용기 내서 고백하자면, 사실 여러 명이서 밥 먹을 때 음식 이것저것 주문해놓고 나눠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일본가정식처럼 딱 1인분씩 나눠져 있는 게 좋아요. 뭐 먹을 때 “한 입만” 이것도 조금 안 좋아해요. “한 입 먹어볼래?” 이래도 엄청 먹고 싶은 거 아니면 안 먹어요. 사회생활할 때는 안 좋아하는 티를 잘 안 내는데, 가족들은 알고 있어요.
쇼핑할 때도 혼자 하고 싶어 해요. 같이 걸어다니면서 “이건 어때?” “예뻐?” 이런 걸 좋아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여럿이서 가더라도 혼자 스윽 멀어져요. 의도치 않게 일행을 잃어버린 척하면서... 그렇습니다. 하하.
여기가 서점이니까 책에 관해서 생각해 보면 저는 책 접는 걸 정말 너어어어무 싫어해요. 어쩌다가 잘못해서 책이 접히면 진짜 탄식해요. 항상 포스트잇 플래그를 꽂아놓고 절대 훼손 안 되도록 봐요. 그래서 친구한테 책을 빌려서 읽는 것도 잘 못해요. 너무 조심스러워서. 말하고 보니까 진짜 사회화가 많이 덜 됐네요.
조금 더 추상적인 걸 이야기하자면 사실 앞선 예시의 연장선 같기는 한데, 하루 중 조금이라도 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이 보장되어야 해요. 회사 중에서도 그런 곳에서 그나마 일을 편하게 했던 것 같더라고요.
Q. 책을 만들고 내보니 좋은 점이 있던가요?
책을 내면서 좋았던 점은 생각 정리예요. 그는 글방 글 쓸 때 진짜 급하게 쓰거든요. 막 쫓기듯이 새벽에 써서 내는데, 그렇게 쓰다 보면 내가 뭘 쓰고 있는지 잘 몰라요. 책을 만들려고 그동안의 글을 보면서 ‘아, 내가 이런 글을 썼구나’ 알게 됐죠. 책을 비슷한 내용끼리 모으고, 목차를 만들면서 그동안의 제 생각이 착착 정리되는 것 같아서 되게 후련했어요.
이렇게 정리를 하면 좋은 게, 정리를 하고 나니까 떠나보낼 수가 있더라고요. 이 책을 쓰고 나서 ‘너에겐 웃어주고 싶어서’라는 제목의 글을 썼는데요. 제 아이를 보면서 쓴 글이에요. 나는 이렇게 부정적인 모습으로 그럭저럭 살아도 좋은데, 너를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환하게 웃어주고 싶다고 썼는데요. 과거의 저를 정리하고 떠나보내고 나니까, 새로운 생각이 들어온 것 같아요. 앞으로는 ‘나’ 말고 ‘너’에 관한 글을 더 쓰고 싶고, ‘생긴 대로 살 거야’보다는 ‘좀 더 바뀌어 볼게’ 하는 글을 쓰고 싶어요.
두 번째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변화였어요. 저는 책을 많이 팔지는 못해서, 주변 분들이 책을 많이 사주셨는데요. 이 책이 제 내면의 생각에 관한 이야기다 보니까, 주변 사람들이랑 깊이 친해질 수 있어서 좋았어요. 좀 어색한 관계에서 겉도는 이야기 있잖아요. 영화 얘기, 연예인 얘기 이런 거. 제가 이런 걸 진짜 못하거든요. 그런데 제 책을 읽은 분들이랑은 이런 얘기 없이 본론으로 들어갈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이미 깊숙한 내부를 그 분한테 다 보여줬으니까, 상대도 책을 읽고 만나면 굉장히 깊숙한 이야기를 건네주더라고요.
제가 이모가 6명이거든요. 그 중에 3명한테 이 책을 보여줬는데, 사실 이모랑 자주 봐도 깊은 대화를 할 일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세 이모들이랑 진짜 엄청 깊게 대화를 했어요. 서로 힘든 점을 투명하게 보여주고, 위로해 주는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진짜 좋았어요. 사실, 모르는 독자랑 교감한 적은 아직 없어서, 이건 나중에 하게 된다면 꼭 어떤 점이 좋았는지 말씀드릴게요.
오늘 저녁 북토크(1월 10일 오후 7시30분)에서는 책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 스토리도 들려드릴 계획이에요.
너무 당일이라 좀 늦었지만, 혹시 함께하시고 싶은 분들은 부비프 인스타그램에서 DM 보내주시면 됩니다!
책을 읽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오셔서 당신의 뾰족함도 이야기해 주세요. :)
- 일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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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인스타그램(저자의 게으름으로... 제대로 못 하고 있어요. (__) 분발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