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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헤 Aug 15. 2023

지난 1년, 그리고 앞으로

내가 보려고 쓰는 회고록

작년 9월, 처음으로 휴학을 했다.

'일단 어디든 붙으면 다닌다.'라는 생각으로 닥치는 대로 여기저기 기업 인턴 공고에 원서를 넣었고,

운 좋게도 몇 번의 도전만에 한 회사의 그로스마케팅팀 인턴에 최종합격해서 다니게 되었다.


1차 면접 - 과제 전형 - 2차 면접까지.. 2-3주가량 이어진 아주 지난한 과정이었다.

인생 첫 회사 면접이라 엄청 떨려서 횡설수설 아무 말하고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청 자책했었는데,

1차 면접을 용케 붙었고 과제 전형까지 합격했다.

그리고 2차 면접, CMO님과 1:1로 이루어진 화상면접에서는

1차보단 한결 편안한 마음, 목소리로 내 생각을 술술 이야기했다.


결과는 합격이었고, 나는 바로 그다음 주부터 출근을 시작했다.


모든 게 새롭고, 재밌었다.

인턴 초반에는 유튜브 보면서 독학한 귀여운 수준의 프리미어 프로 영상 편집 스킬로

영상 광고 소재를 편집해서 구글 UAC, 메타 등 여러 광고 매체에 세팅하는 일을 주요 업무였다.

일을 할수록 앱설치, 인앱액션 등 회사의 성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주요 성과 지표를 달성하고 빠르게 개선해 나가는 퍼포먼스 마케팅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학교에서 학회 활동으로 브랜드 마케팅, 전략/기획과 관련된 주제로 제안서를 쓰는 연습을 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고, 불확실한 실체를 향해 끊임없이 손을 뻗는 막막함이 계속되는

경험을 했다.


이런 나에게 있어 퍼포먼스, 그로스 마케팅은

매일매일 성과 데이터를 뽑아 보고, 문제를 도출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직관성'과 '신속함'을 가진 아주 명쾌하고 재미있는 분야라고 느껴졌다.


자신감이 붙은 나는 타 업무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이곳저곳에 적용하며 좋은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하나의 예로, 검색 최적화(SEO) 업무를 담당했었는데,

이때 '차종'에 대한 검색량이 많다는 인사이트를 얻고, '차종'을 영상 소재 카피에 활용하여

1개 영상 소재로 10억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성과를 만들기도 했다.


이는 곧 정규직 제안으로 이어졌고,

인턴 계약 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정규직으로 회사에 함께 하게 되었다.


정규직이 된 이후에는 영상 소재 이외에도,

이미지 배너 형태의 DA 광고도 제작하여 집행하면서

기존에 소구 하던 소재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들을 했고,

CPA를 기존의 50% 수준으로 절감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클릭을 유도하기 좋을 것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앱 팝업 알림'형 DA,

유튜버가 등장하는 정보성 콘텐츠는 유입과 전환을 만들 유튜버 협업 영상 콘텐츠를 캡처하여 제작하는 슬라이드형 DA, 등등

다양한 형태의 DA 소재를 시도하면서 고객도 모르는 고객의 마음속 painpoint를 건드리고

행동을 유도하는 신규 소재들을 발굴할 수 있었다.


광고 소재를 기획하며 심리학, 행동경제학에 대한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렇게 종횡무진 광고 소재를 제작하면서

처음으로 대체불가능한 존재가 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것도 잠시

퍼포먼스 마케팅이 지닌 태생적인 한계도 동시에 느꼈다.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매체별 광고 성과를 개선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만들어내고,

회사가 일정 수준의 성장 수준에 다다르면 필요가치를 잃는 직무이기에

내가 나아갈 수 있는 영역의 한계가 너무 뚜렷하게 느껴졌다.

(나만 이걸 한계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이런 내 맘을 알고 계셨는지,

CMO님께서는 나에게 더 넓은 경험을 위해

신사업 제안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주셨고,

열심히 잘해보려 아등바등 노력했다.

그런데, 리서치도 보통일이 아니었다.

어떤 정보를, 어디서 찾아서, 어떻게 정리하고, 시각화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이

차원이 다른 고뇌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여느 때와 같이 어떻게든 해냈다..!

이를 통해 시장을 넓게 바라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고,

바로 옆에서 경영진의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그래도 나는 뭔가 허전했다.

이것만으로는 훗날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고민과 동시에 일이 너무 많아서 야근을 많이 하게 되다 보니

건강한 일상을 잃어가며 정신적으로도 힘든 시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다 새로운 제안을 받아

초기 창업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겼는데,

잠시 고민은 됐으나 그냥 뛰어들기로 했다.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런 용기를 내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일단 질렀다.


바로 회사에 퇴사 통보를 했고,

곧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퇴사 면담을 할 때,

내가 정말 존경하는 우리 CMO님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주변의 지지나 반대에 개의치 말고, 그저 나의 선택을 옳은 선택으로 만들면 됩니다.
20대라고 해서 단 몇 개월, 1 - 2년이 가벼운 시간은 아닙니다.
생각보다 20대가 상당히 빠르게 지나가니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신중하게 도전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며 채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요즘의 인재 시장은 실패 경험보다 성공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실패를 한 사람보다, 성공을 만들어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회사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음을 이젠 시장도 깨달은 것 같아요.
그러니 반드시 성공하는 사업으로 만드세요.


CMO님의 말씀을 들으며, 조금은 가벼운 생각으로 도전하려던 내 마음이 부끄러워졌다.

가볍게 경험이나 쌓으려고 도전하는 마음은 버리고,

열과 성을 다해 전력으로 성공시킬 거다.

꼭 나중에 성장해서 다시 CMO님을 뵙고, 보여드리고 싶다. 멋있게 이루어낸 모습을.


인생은 실전이다. 무조건 되는 일로 만들자. 할 수 있다 나 자신!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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