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꿈은 언젠가 저만의 가게를 여는 것입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곳에서 많은 것을 배우면 훗날 큰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배우고 싶지 않은 것들도 알아가고 있어서 큰일입니다. 가령 자영업이 얼마나 고되고 사람을 갉아먹는 일이라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습니다. 개미지옥이랄까요. 월세는 갈수록 오르고, 원재료비도 오르는데 메뉴 가격을 올리면 손님은 줄어듭니다. 안 그래도 없는 손님들인데요. 돈을 아끼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사장이 발로 뛰며 일하면 몸에 탈이 납니다. 정신에도 안 좋고요. 그러면 메뉴의 퀄리티도 떨어지기 쉽습니다. 앞날을 내다보는 시야도 어두워지지요. 하지만 멈출 수 없습니다. 매순간 월세는 나가고 있고, 가게를 처분하는 것도 시간과 돈과 운이 필요한 일입니다.
현실에 구현하고 싶은 공간이 있습니다. 대충 컨셉은 있어요. 특정 공간, 특정 메뉴가 손님들과 만나 상호작용하며 생기는 특정 분위기와 시간, 저는 그것을 목격하고 체험하고 주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방금 말한 것들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이지만, 그게 장사를 해서 돈을 벌고 싶다는 말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마치 나는 예술을 하고 싶지 장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는 말처럼 보입니다. 다만 장사를 통해 생업만 부지하고 예술을 유지하는 정도로만, 구실로만 활용하는 것이랄까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고, 스스로를 장사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들의 대다수가 실패한다고 합니다. 자영업계는 약육강식의 정글이거든요. 고귀한 척, 아름다운 척하는 사장님들은 가장 만만한 먹잇감입니다. 만약 제가 위와 같은 마음으로 순진하게 가게를 열었다면 아주 참담한 사태가 벌어졌을 것입니다. 너무나도 큰 대가를 지불해야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조직을 떠나려면 손가락 하나를 잘라야한는 것처럼요.
하지만 저는 장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딱히 없습니다. 사실 대다수 사장님들도 그럴 것입니다. 처음에는요. 시간이 갈수록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망하기 때문에, 적당히 타협을 하면서 장사를 해야 차라리 내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슬픈 현실입니다. 그렇게 가게들이 서로 비슷해지고 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큰 도약은 불가능하고 오로지 유지만 허용되는 상황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타협해야지요. 별 수 없습니다. 타협하기 싫으면 망할 각오로 하고, 그게 먹히면 더 열심히 하고, 실패하면 다른 길을 찾아야겠지요.
하지만 저는 돈보다는 삶을 택할 것입니다. 장사라고 부르든 예술이라고 부르든 제가 가게를 열고싶은 까닭은 늙어서도 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돈을 벌어야 유지가 되겠지만, 유지가 된다면 저는 다양한 재미있는 것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를 기획한다든가 새로운 메뉴를 개발한다든가 갑자기 휴무를 공지하고 여행을 떠나든가, 중국어를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버는 이유는 가게라는 형식이 있어야만 가능한 재미있는 것들을 할 수 있기 위함입니다. 그리고 가게라는 형식의 주인은 시간이 아무리 가더라도 공간이 바뀌더라도 나입니다. 장사가 안되거나 집주인이 나가라고 한다면 내가 주인이든 말든 큰 의미가 없겠지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야할 것입니다. 내가 애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닐 수도 있지만 더 열심히 노력하는 수밖에요.
저는 회사생활 3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것저것 깨닫게 되었습니다. 첫번째로 삶의 분열입니다. 내 삶의 시간은 출근하면서 일시정지되고 회사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퇴근하면 회사의 시간이 일시정지되고, 내 삶의 시간이 다시 재생됩니다. 나는 두 개의 자아를 가지게 되고, 두 종류의 기억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삶이 양분되는 것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구조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말처럼, 정신 스위치를 온오프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이 양분된 구조에서 기인하는 강한 에너지 출력이 있습니다. 삶의 시간이 꺼져있기 때문에 일할 때의 퍼포먼스가 좋아지고, 일의 시간이 꺼져있기 때문에 삶의 시간에서는 더 이완할 수 있고 마음 편하게 여행을 갈 수 있습니다. 분열된 삶의 단점이라고 한다면, 스스로 소진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일을 일이 아니라 내 존재와 직결된 소명이라고 생각하여 온 진심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돈 받는 만큼만, 해야하는 만큼만 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저는 진짜 내가 주인인 채로 일을 했습니다. 성격 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뜻은 스위치가 온오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삶의 시간에 쓸 에너지를 끌어와 일의 시간에 쓴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때때로 일할 시간이 부족하여 야근을 하거나 집에 와서 일을 하면서 삶의 시간을 침해합니다. 그러지 않더라도 삶의 시간은 이미 에너지가 고갈된 채로 집에 오기 때문에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가 없고, 침대에 뻗어 쉬고 싶을 뿐입니다. 아니면 폰 켜서 살 거 없는지 확인하고 필요없는 상품 지르고 일터의 고통을 보상받았다고 착각하거나요. 이렇게 삶의 시간이 일의 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희생되는 것입니다. 분열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밸런스가 맞아야하는데 점점 무게추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것입니다. 제가 본 대다수의 직원들이 그러했고 소수의 직원들은 밸런스를 잘 유지하였습니다. 직장생활이 잘 맞는 분들이지요.
두 번째는 자신이 대체될 수 있다는 구조입니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인력 교체는 당연한 옵션입니다. 일을 배정하고 각 업무의 성격을 규정할 때도 대체가 될 수 있도록 정해야합니다. 직원은 회사가 부여한 일을 하게 됩니다. 즉 나의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 두 가지 옵션이 있습니다. 하나는 부여한 일만 수행하는 것입니다. 정석적인 방법이지요. 계약대로 직원은 노동력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것입니다. 다른 옵션은 부여한 일 이상 혹은 이하를 수행하는 것입니다. 그 말인즉슨 내가 주인의식을 멋대로 가지고 진심으로 일을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일은 잉여의 에너지를 사용하여 투쟁적으로 수행하고 마음에 안드는 일은 일부러 대충하거나 반대하거나하는 것입니다. 즉 대체가 안되도록,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현명하고 눈치가 빠른 사람이면 회사에게 인정을 받아 빠르게 승진할 수도 있고, 아닌 경우에는 주변의 미움을 받아 고통스러운 직장생활을 겨우 유지하게 됩니다. 그러나 대개는 힘듭니다. 왜냐면 주인의식의 방향이 회사의 방향과 대부분 불일치하거든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만, 적어도 저는 안 맞습니다. 내 마음은 윤리가 우선인데 회사는 이익이나 성과가 우선이니 방향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면 참고 일해야하는 것이지요. 하루의 반, 인생의 반을 참고 견디며 무엇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더 문제는 회사 사정에 따라 갑자기 직원이 잘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나이 50이면 보통 잘린다고 합니다. 이제 인생의 절반밖에 오지 않았는데, 순식간에 백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때부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친한 사장님이 그러더군요. 잘 나가던 자기 친구들, 지금 다 백수라고. 이 얼마나 잔인한 일입니까. 안 잘리기 위해 얼마나 힘들게 일하고 모멸을 견뎌야하겠습니까.
위와 같은 이유에서 저는 직장생활이 구조적으로 저와는 맞지 않고,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제가 참을성이 없어서 그렇겠지요. 그래서 다른 할 거 이것저것 해보고 다시 돌아가든가 하려고 합니다. 사실 직장생활이 어떤 의미에서는 쉽습니다. 참기만 하면 되거든요. 자영업은 뭘 해도 안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직장에서는 잘못하면 혼나지만 자영업은 잘못하면 밥을 먹지 못합니다. 하.. 정말 이 사회는 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걸까요ㅎㅎ..
어쨌든 저는 죽이되든 밥이되든 제 가게를 열겁니다. 그래서 가게라는 저의 세계를 만들어 제 삶을 새롭게 구축하고 갱신하여 나만의 형식 속에서 하루하루 손님들과 함께 즐겁게 변경되려고 합니다. 힘들겠지만 재미있을 것입니다. 예술을 하려는 것도, 장사를 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내가 줄 수 있는 것을 아낌 없이 주고 싶고, 계속 내가 가게를 지킬 수 있도록 손님들은 그들이 줄 수 있는 것을 나에게 줄 뿐입니다. 교환이 아니라 증여라고 보고 싶습니다. 이 마음도 가게 연 지 3개월이면 싸그리 사라질 것도 같습니다만, 매일매일 되살려낼 계기 또한 널려있을 것입니다. 즐겁게 잘 할 수 있습니다. 안되면 침 한 번 뱉고 접어야죠. 그래도 후회는 없을 것입니다. 정말 하고 싶었던 걸 원없이 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