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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뜨거운 열기를 유지하라

by 밤하늘 읽는 시간

나는 요즘 문득 제육볶음이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한다. 제육볶음은 단순히 맛있는 한 끼를 넘어 삶을 가르쳐주는 스승 같다. 뜨겁게 볶아지면서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저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제육볶음의 진정한 매력은 뜨거운 불 위에서 마지막까지 멈추지 않는 열정에 있다.


제육볶음의 핵심은 불이다. 화력이 강해야 고기의 겉면이 빠르게 익으면서 속은 촉촉함을 유지한다. 너무 약한 불은 고기를 질기게 만들고, 너무 강한 불은 쉽게 타버리게 한다. 적당한 화력을 유지하면서도, 끝까지 온기를 잃지 않는 것이 완성된 제육볶음의 비결이다.


삶도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적절한 열정이다. 일이 너무 과도하면 타버리지만, 너무 느슨하면 그 결과는 늘 아쉽다. 나는 적당한 불조절을 배우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는 "이 정도면 충분해"라는 태도로 뜨거운 열정을 너무 쉽게 식혀버리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반쯤 익다 만 결과물이 많았다. 그리고는 뒤늦게 후회했다. "조금만 더 노력했더라면…"


'초심불망(初心不忘)'이라는 말이 있다. 대학 입학 당시, 나는 세상을 변화시킬 거라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회사에 입사했을 때는 "이곳에서 나만의 성과를 이루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매일 반복되는 삶 속에서 나는 점점 불을 줄였다. 일상이란 것은 가끔 고기를 너무 오래 볶아 고무처럼 질기게 만들어버리는 요리사 같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에 익숙해져 열정을 잃어간다.


하지만 제육볶음은 내게 계속 속삭여주고 있었다. 끝까지 불을 끄지 않고 적당한 온도를 유지해야 제대로 된 삶의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의 열정도 마찬가지다. 처음의 그 뜨거운 열정을 잃으면 어떤 도전도 맛이 없다. 그런데 제육볶음을 요리하며 깨달았다. 작은 팬 위에서도 제육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익어가고 있었다. 그 뜨거움과 끈기를 잃지 않은 덕분에 나는 이렇게 맛있는 한 끼를 먹을 수 있었다.


제육볶음이 훌륭한 이유는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면서도, 만드는 사람마다 고유의 손맛이 있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설탕으로, 어떤 이는 파기름으로 불맛을 낸다. 우리의 삶도 비슷하다. 나는 내 방식으로, 당신은 당신만의 방식으로 열정과 끈기를 유지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불을 유지하라”는 것뿐이다.


오늘 저녁, 제육볶음을 먹으며 다시 초심을 되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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