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시작하니 밤늦게까지 마음 놓고 술 마실 기회가 주어져, 누릴 수 있다면 마다하지 않는다.
때로 막차를 놓치면 집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그 중간에 늘 성북천을 지나야 한다.
항상 자정은 넘겼던 그 어느 때에 성북천을 지나도 오리 가족은 늘 눈에 보였던 것 같다.
가족은 너무 주관 섞인 표현 같고, 적어도 한 장소에서 밥은 같이 먹을 테니 식구라고 해볼까.
아무튼 오리 식구들은 늘 그 자리를 지켜왔고 언제부터인가 애정이 가기 시작했다.
아침에는 그들이 나타나지 않으니 그들을 보는 때는 대체로 새벽 늦은 시간 술에 젖어 있을 때다.
술을 마시고 늦게 들어갔다는 건 대체로 그날의 기분이나 분위기가 좋았다는 뜻이 될 거다.
그렇게 기분 좋은 상태로 만나던 오리 식구들의 인상은 뭐랄까, 그때마다 좋은 기억들을 접어 띄워 놓았던 종이배들의 모습 같다.
오늘도 밤늦게 집까지 걸어가다 오리 식구들을 만났다.
하나씩 띄워놓은 기억의 조각들이 떠다녔다.
언젠가 성북천을 걸었던 때의 기억이 애틋하게 떠오른다.
떠나지 말고,
다음에 왔을 때에도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