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와 호기로운 도전이 있으면 뭐든 잘해낼 수 있다.
오늘은 서른살 꽃농부가 아닌, 서른살의 나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브런치에 글을 적기까지는 조금 고민이 되었다. 나름 다른 블로그에서는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타이틀도 달아보았다. 그런데 영. 말은 자신이 있는데 글에는 자신이 없는 것이었다. 브런치를 시작 하기 전 올라온 글들을 하나 둘 읽다보니, 나는 소위말하는 쨉(?)도 안되는 녀석이었다. 게다가 유학과 여행 블로거로 살아온 지난 날에서, '새로운 나'에 대한 글을 쓰려고 보니, 아는게 있어야 글도 쓰는법인데 갑자기 훌쩍 떠나버리는 여행 블로거 때처럼의 용기가 부족했다. 훌쩍 글을 쓴다고 써지는게 아니였으니까.
많은 고민 끝에, 새로운 도전을 가장 센치한 시간 즈음 시작해보았다. 새벽의 힘에 기대어.
누구나 공감할만한 바로 이 자세. 목이 꺾일대로 꺾여서 컴퓨터와 나와 침대가 삼위일체를 이루는 그 시간. 잠을 자야하는걸 알면서도 자꾸만 컴퓨터에서 손이 떨어지지 않는, 아니면 핸드폰이라도 만지작 거려야하는 그 시간에 나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 정말 매우 아주. 어떠한 수식어도 다 가져다 붙이고 싶을정도로. 어렵다.
특히나 어린 시절 책을 주면 베고 자곤 했다는 (지금도 물론 잘 읽지 않는다) 나에게는 꿈도 꾸지 못할 곳이 바로 이 곳, 브런치였다. 너무도 교양 있고 멋진 글들이 많아, 왠지 쭈구리로만 전락할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센치한 시간대를 선택해 글을 썼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깊은 변명을 해보자면, 나 또한 노력은 계속 해왔다.
그래서 이런 호기로운 용기가 생겼을지 모른다.
신경과학자 Daniel Levintin 에 따르면 어느 분야에서 세계적인 고수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 - 하루에 3시간, 주 20시간씩 10년간 -이 필요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책에서 봤던 구절이고, 인상 깊어 저장해두었었다. 나의 경우엔, 한번 글을 쓰기 시작하면 브런치의 경우엔 여러번 읽고 수정을 하기 때문에 2시간은 거뜬히 보내곤 한다. 글을 잘 쓰지 못하는데다가, 말 또한 이상하게 자주 하는 편이라 사실은 나름(?) 열심히다.
시간을 잠시 거슬러 올라가보면, 사실은 글을 쓰기 시작한 건 2007년 유학길에 처음 오르면서이다. 당시엔 카톡도 없어 엄빠와의 대화를 하려면, 전화카드를 이용했다. (이러고보니 굉장히 나이들어보이지만...그렇다)
쨌든, 지인도 없는 외국 땅에 혼자가 공부를 하다보니 '나 되게 혼자 열심히 해내고 있어' 소식을 부모님께 전한다는 것이 블로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고, 그때부터 4학년을 제외하고는 글을 꾸준히 적어왔으니, 나름 10년차가 다 되어간다. 차곡 차곡 쌓아오다보니 그래도 글을 쓸 용기정도는 낼 수 있게 된 듯 하다.
처음 글을 보면 가관이다. 엄마는 진짜 글을 못 쓴다며 깔깔 거렸고, 내가 봐도 오글거린다. 그래도 지우지 않고 늘 간직하며 다시 읽어보기도 한다. 수정은 하지 않는다. 그때의 기억이 참으로 재밌고 오글거려서. 때로는, 두시간 씩 글을 쓰다보면 지치기도 한다. 여행 블로거로 살아갈 때는 참으로 많은 정보를 알아보기도 했고, 남들이 경험하지 못하는 재밌는 여행가의 모습을 보이고자 새로운 것을 찾아나서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 긴 시간과 경험이 모여 작은 자신감이 붙은 것 같다.
글을 쓰게 된 또 하나의 계기가 있다. 기억력이 매우 심각하게 안 좋다. 이름을 까먹는건 정말 일도 아니다. 분명 어제 만난 고객인데, 이름을 까먹어 난감할때도 한 두번이 아닌데다가 자주 만나는 오랜 친구가 아닌 이상에는 친구들의 이름들까지도 까먹고 있다. 아이디와 비번은 늘 찾아놔도 잊어버리는 게 더 빠르다. 심지어 잊어먹지 말자며 기록을 해둔 게 어딘지를 까먹어 찾지 못하는게 더 많다. 그래서 내 인생의 알림장처럼 기록을 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블로그였다.
요즘도 몇년 전 여행을 다녀온 곳들이 기억이 안 나서 다시금 찾아보곤 한다. 그러면 곧잘 '아, 내가 이런 곳을 갔었구나' 하며 추억 여행을 떠날 수도 있다. 어린 시절, 유럽 거의 전역을 다 다녀왔지만, 단 하나의 기억조차 없는 내 자신이 싫어 기록하기 시작했드랬다. 엄빠는 지금까지도 뭐라하신다. 근데 정말 기억이 안난다. 사진 속에 브이를 하고 있는 내가 얄미울정도이다.
글을 통해서 꿈을 꾸는 공간을 저장해두기도 한다. 꼭 이런 공간을 만들어야지 하면서 찾아보다 좋은 것을 발견하면 바로 캡쳐해두어 클라우드에 저장하기도 한다.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잊어먹기도 해서, 중요한 건 블로그에 비공개 글로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출처를 잊곤해 올리지 못하는 것들도 있다. 그것들도 대부분 비공개행이다. 자랑하고 싶어 안타까운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법에는 더 약하니까.
길을 가다 기분 좋은 하늘을 만나도, 왠지 그림같은 먹구름을 만나도 일단 찍고 본다.
딱히 어떤 날이 아니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기록해두고 싶은 날들도 있다.
글에 사진을 입힌 다는 것은, 반찬에 마지막 간을 하는 것과 같다. 사진이 있을 때 비로소 글도 제법 그 맛을 내는 듯 하다. 물론 글을 잘 쓰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 꼭 필요한 MSG 같은 존재.
(안타깝게도 난 사진에도 재능이 없어 큰일이다. 심지어 배우기까지 했는데 늘진 않는다)
멋진 풍경을 보면 사진을 찍어둔다. 그리고 글로 남겨둔다. 이 멋진 풍경을 더 많은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카톡에 친구들에게도 보내기도 하지만, 블로그 이웃들에게도 나누곤 한다. 그냥 나만 보기 아까워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어쩌면 변해가는 이 공간을 깊이 간직해두고 싶어서. 할머니가 사랑한 이 공간은 예전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 봄의 모습과 가을의 모습이 달라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기록해 둘 수 있다.
나는 1만시간의 노력을 믿는다. 나는 똑똑하지도, 책을 많이 읽지도, 금수저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문가도 아니고, 뛰어난 재능을 지니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로는 하루에 8시간씩 벌써 6년 째, 화장실 가는 것도 잊은 채 온전한 마케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모르면 쪽팔릴까봐), 하루에 1-2시간씩 근 10년 째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바쁘고 피곤한데다가, 지독한 노력이지만 꽤나 이 노력에 그리고 그 대가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브런치 메인에 내 글이 올라왔다.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기분.
세상에 노력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그리고 도전하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