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타임투티 Apr 05. 2017

모든 것이 좋았다.

반려견은 그런 존재다. 대형견 육아일기, 심바와의 첫 만남.

조금 다른 얘기 하고 지나갈게요. 

짱구누나는...글쓰기를 약 10년전에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그냥 유학생활에 대한 정보가 너무 부족했고 (특히 시애틀이) 그래서 내가 좋았던것을 기록하는 역할을 했는데요.

짱구누나라는 아이디를 짓기 까지는 우리 짱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우리 가족이던 짱구는 작은 말티즈였지만 성견이 되어 만나 (버르장머리가 지지리도 없던) 제법 한 성질 했던 제 사랑이었습니다. 너무 작고 귀여웠던 녀석은 미국에 가 있는동안 무지개다리를 건넜고, 그 이후로 엄마는 가족을 잃는거 같다며 강아지를 다시 데려오는걸 결사 반대하셨지요. 물론 우린 귀여운것만 보고 엄만 밥주고 배변을 도와주는터라 그게 싫었던 것일수도 있겠구요.


그런 우리집에 새 식구가 찾아왔습니다.

월요증후군이 유독 심한 저는 어김없이 우울한 월요일을 맞이해 간만에 영화관에 가 미녀와 야수를 하얼빈 맥주를 드링킹하며 본 후 터벅터벅 늦은 시간 집에 들어왔드랬습니다.


그런데.

????
?????????????

대체 너는 누구냐!!!!!!!!!!!!!!

집에 들어오는 순간,
이녀석이 절 쳐다보는게 아니겠습니까.

박스안에 들은 것이 '나버려졌소'
하는 불쌍한 느낌이로 저를 쳐다보는데.
말을 잊질 못했습니다. 

까핡핡- 웃으면서 말이지요.

쳐다보는 순간 심장폭행도 잠시 당했습니다. 제가 불쌍한 영혼인지, 이녀석이 불쌍한건지 알 수 없을정도로 불쌍한 표정으로 절 바라보고 있었드랬지요. 

박스에 있는 건 자네야- 라고 살포시 말을 건냈습니다.

한참을 괴롭히고 웃었더니 등을 돌립니다. 저기요 선생님. 저좀 봐주세요.

우리는 일단 악수를 했습니다. 
잘해보자. 잘살아보자.

이름은 심바라고 지었습니다. 
아는분이 모네농장에서 키우라며 데려다 주셨다는데 이녀석- 진돗개 잡종이라고 합니다. 잡종이면 어떻고, 순종이면 어떻습니까. 이렇게 귀엽고 순수한 얼굴로 저를 쳐다보는데 말이죠.

심바는 라이언킹에 나오는 주인공입니다. 장차 크디큰 대형견으로 성장할 이녀석에게 사자처럼 용감하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심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대형견을 키움에 있어 마당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습니다. 평소 아침이면 졸린 두 눈을 비비며 차에 오르고 있었을텐데, 이녀석 때문에 아침마다 마당에서 보내는 시간이 새로 생겼습니다. 이 치명적인 뒤태.

심바는 대형견으로 성장할 거라 애기때부터 제법 큰 사이즈입니다. 제법 큰편이지만 아직 잘 걸음마도 못하는 애기애기이지만요. 

눈빛보소. 말티즈만 키우다가 대형견을 만나고보니, 뭘 어찌해야할지가 감이 오질 않습니다. 대형견 카페에 당장 가입해 부랴부랴 질문들을 던지기 시작했고, 심바 자랑도 했드랬지요. 심바는 20키로쯤 클 수 있다하고, 눈빛이 꽤나 강렬한 아이라고 하네요. 

눈썹미남 심바씨.

강렬한 눈빛에 비해 아직까지는 풀을 뜯어먹고 삽니다. 마당에 있는 풀은 다 뜯어먹을 기세입니다.

증명사진컷도 한장. 
인스타에 올렸다가 여럿 숨넘어가게 만든 사진 중 하나지요. 애기애기한데 대형견인게 너무 잘 보이는 사진. 솜뭉치같은 발들도 사랑스럽습니다.

어젯밤입니다.
뭘 쳐다보냐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잠들었습니다.

째려본지 몇분만에 양팔 높여 잠들었습니다. 아직 애기라 그런가요. 자세들이 참 특이하게도 잘 잡니다. 

푸쳐핸접-

오늘 아침입니다. 침대에서 데리고 자는데 어젯밤엔 밤새 뱃속이 꿀럭꿀럭 거리더니 이내 토를 하더라구요. 밤새 토를 해 치우다보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데, 이녀석은 속도 없이 아침부터 신나있습니다.

발발거리며 뛰어다니기까지 하구요.
마당에서 일하는 엄마 뒤를 쫄쫄 따라다니며 방해도 하고 있습니다.

농부기질이 다분합니다. 
좋아- 잘하고 있어.
좀만 더 크면 삽질시킬거야.


짱구누나로 살아온지 10년.
이제는 심바누나가 되었습니다. 대형견은 처음인지라 많이 서툴겠지만, 아기때부터 키우는 만큼 잘 훈련시켜 둘도 없는 사이가 되보려해요. 심바 덕분에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싱글벙글이라 오히려 사람들이 놀래곤 합니다.

이런 날이 다 오네요-
              

매거진의 이전글 미세먼지, 식물로 잡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