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없이 시작되는 일
꽤 긴 시간 동안 직장 내 괴롭힘의 여파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습니다. 많은 것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지만, 그 과정은 인고의 연속이었죠. 신고 후 3개월 만에 직장 내 괴롭힘 인정을 받았고, 정신과 진료 끝에 산업재해 승인까지 얻어냈습니다. 하지만 이 산재 승인조차 괴롭힘 발생 후 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그야말로 고통과 싸움의 연속이었죠.
솔직히 말해 근로복지공단은 저에게 분노를 자아내는 집단이었습니다. 그들의 일 처리 방식은 정말 '환상적'이었죠. 열심히 일하는 다른 공공기관 직원분들까지 욕먹게 하는 수준의 업무 처리, 현실과 동떨어진 규정, 그리고 책임 회피를 위한 모호한 규정들 속에서 저는 아주 긴 시간을 허비해야 했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지만, 그들과의 싸움은 또 다른 고통이었습니다.
현재 가해자와는 형사 고소를 진행 중입니다. 놀랍게도 가해자에게 약식명령 500만 원 이상의 벌금이 나왔습니다. 물론 가해자는 '형종 상향 금지' 원칙을 믿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 정식 재판을 신청한 상태입니다. 재판 연기, 또 연기... 좋습니다, 끝까지 한번 가봅시다.
벌금을 보자마자 "형종 상향 금지"를 믿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려고 하나보다. 재판 연기 연기 연기 ~~ 그래 끝까지 한번 가보자.
저는 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깨달은 점, 잘한 점, 그리고 미진했던 부분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 합니다. 피해자분들은 물론, 어쩌면 자신이 가해자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분들까지, 이 글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자세히, 그리고 반드시 알아야 할 부분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이 여러분의 **'직장 내 괴롭힘 생존 가이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내가 다니는 학교가 소위 명문대였을까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학교를 떠나 저는 뛰어난 일머리와 비상함을 갖춘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취업 준비 시절, 저에게 영감을 주고 멘토가 되어준 분은 흔히 말하는 명문대 출신이 아니었지만, 분명한 인사이트로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저는 제가 명문대 출신인지는 몰라도, 결코 모자란 사람은 아니었다고 자부합니다. 소위 '괜찮은' 학교를 다니며 놀면서도 무난하게 취업했고, 지금도 조급함 없이 차근차근 나아가며 자수성가 부자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수완과 적절한 노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며, 세상은 언제나 제 편이었습니다.
물론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을 겪으면서 귀찮고 짜증 나기도 했지만, 모든 것은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굳이 저의 태도 문제를 꼽으라면, 단 하나. "매사에 조금 당당하다는 점"이었을까요.
잘 다니고 있던 대기업을 퇴사했습니다. 첫해 회사 실적이 너무 좋아, 인사고과 B를 받았는데도 그해 순수하게 번 돈이 1억 원이 넘었습니다. 믿기지 않았죠. 한 해에 이렇게 큰돈을 벌 수도 있다니, 기분이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재취업에 뛰어들었고, 아예 산업 분야를 바꿨습니다. 한국 금융권의 심장부, 그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실현시키고 싶었죠. 제가 가진 것을 내려놓고 다른 길을 선택했습니다. 준비 기간이 제법 길었고, 재취업 당시 나이도 적지 않았지만, 결국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입사해보니, 제가 무난하게 합격할 만한 이유가 존재하는 곳이었습니다. 시중 5대 은행 계열사에서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벌어졌습니다.
혹시 영화 <위플래시(Whiplash)>를 보셨나요? 천재를 길러내는 엘리트 교육, 세상에 자기만 아는 비법을 가진 장인 밑에서 그의 기술을 배우기만 하면 수십억, 수백억, 수천억의 부와 명예를 거머쥘 수 있다면, 귀싸대기를 맞고 얼굴에 침을 뱉어도 참고 버텼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취업한 곳은 그런 곳이 아닙니다. 그런 모욕을 버텨서 얻을 대가라고는 월급과 성과급 정도가 전부인 그냥 '회사' 입니다. 더구나 그 '장인'이라 불리는 당신은 나에게 그런 대우를 해줄 능력도 없는 존재였습니다. 운이 좋아 사회생활하며 얻은 인연과 젊은 시절 배운 능력으로 업데이트 없이 순간순간을 임기응변하며 나아가는 존재가 바로 저의 팀장이자 가해자였습니다.
예전에 꽤 길게 노가다판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는 욕은 기본입니다. 물건을 같이 들다가 제가 요령을 몰라 제대로 들지 못하면, 본인이 힘들기에 바로 쌍욕이 날아오고, 저는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거긴 그런 장소니까요. 제가 '엘리트 교육과 장인', 그리고 '노가다판'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때와 장소, 흔히 말하는 T.P.O를 알고 눈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은 별안간 생긴다는 겁니다.
물론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 너무 나의 책임으로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강도 위험이 있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는 것이 좋지만, 가게 되어 강도를 당했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강도 행위를 한 사람에게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도 마찬가지로 받아들이세요.
이 싸움은 멘탈과의 긴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싸움은 고독합니다. 충분한 각오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가해자 팀장과의 만남, 그리고 아주 뱀 같은 인간들과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도 괜찮은 사람들은 존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