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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Jun 14. 2017

사가 현의 보물, 가라쓰 (唐津)

일본 문화의 정수를 누릴 수 있는 료칸이 있는 곳

가라쓰 (唐津)는 사가현의 세 도자기 마을 (아리타, 이마리, 가라쓰) 중 가장 번화한 도시이다. 앞의 두 도시와 달리 바다와 접해있다는 점이 가라쓰를 사가현에서 번화한 도시로 만든 요인일 것이다. 사실 가라쓰는 한국인들에게 아픈 기억을 남긴 도시 중 하나인데, 1591년 나고야 성이 축성되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정벌을 위해 출병한 곳이 가라쓰이기 때문이다. (주부 지방의 나고야 성이랑 다른 성이다.) 1592년 고니시 유키나가, 소 요시토시가 이끄는 158,000명의 병력들이 가라쓰에서 출항하여 부산진성에 도달한 것이 임진왜란의 시작이었다. 1593년 강화 교섭이 성립되었으나, 이에 불복한 히데요시는 1597년에 14만의 병력을 다시 출병시켜 정유재란을 일으킨다. 나고야 성이 조선침략기지로서 역할이 다한 것은 1598년 음력 8월에 히데요시가 사망하고 나서였다. 조선정벌의 꿈이 허망하게 끝난 뒤, 나고야 성은 현재 가라쓰 중심부에 있는 가라쓰 성으로 대체되었고 나고야 성은 허물어진 채 흔적만 남아있다. 이 같은 역사를 알고 나면 규슈의 다른 도시와 비교해서 크게 볼 것이 많지도 않은 가라쓰를 찾기 주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역사로 인해 많은 조선 도공들이 가라쓰로 끌려와 자신들이 가진 기술로 뛰어난 도자기를 생산했으며, 이들이 전해 준 기술로 만든 도자기들은 높은 평가를 받아 자동차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도자기 외엔 특별히 볼 것이 없는 아리타, 이마리와 달리 가라쓰는 메이지시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과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성,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인 해변, 일본 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료칸이 있는 곳이다. 후쿠오카와 거리도 가까워 JR을 타면 70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가라쓰는 규슈 북부 여행을 하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빼놓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다.


가라쓰 시내 상점가. 골든위크라 그런지 아주 한산했다.

료칸 요요카쿠 (洋々閣)

우리가 묵었던 숙소인 요요카쿠 (洋々閣)는 가라쓰 중심지에서 약간 벗어난 히가시 가라쓰 (東唐津)에 위치한 료칸이다. 가라쓰역에서 요요카쿠까지는 2km 정도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가라쓰에서 버스를 기다리기 뭣해서 가라쓰 시내를 구경하면서 걸어가기로 하였다. 아리타, 이마리 같은 소도시들을 보다가 가라쓰 시내를 보니 규모가 아주 큰 도시로 착각할 정도였다. 가라쓰시 역시 인구 12만의 소도시로, 상점가들도 한산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도 별로 없었다. 일본 어디서든 볼 수 있는 아케이드 시장을 지나가는 와중에도 일본인을 보기 힘들었으며, 여행객의 수도 많지 않은 듯했다. 우리나라의 공주(公州)시와 비슷한 처지로, 가라쓰는 근대화가 되기 전엔 번성했던 도시였지만 점점 쇠퇴하여 역사적인 장소 몇 곳을 남겨둔 소도시가 된 듯했다. 하지만 공주가 교통의 중심지를 대전에 넘겨줌으로써 난개발을 피하고 백제 역사 유적들이 상대적으로 잘 보존된 것처럼, 가라쓰도 가라쓰성을 비롯한 사적들이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가라쓰역에서 가라쓰성으로 걸어가면 볼 수 있는 목조 다리.

가라쓰성은 가라쓰역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보일 정도로 등대 역할을 해주는 곳이다. 가라쓰성은 언덕 위에 있는 성이지만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천수각의 모습이 뒤편 바다와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곳이다. 가라쓰성 오른쪽으로 히가시 가라쓰로 향하는 큰 다리를 볼 수 있는데, 다리를 건너다보면 바다 곳곳에 떠 있는 섬들을 볼 수 있다. 그중 도리시마 (鳥島)는 어린 왕자에 나오는 보아뱀과 아주 흡사한 모습을 띠고 있는 섬으로, 요요카쿠로 걸어가는 여행객들은 사진으로 한 번 남길 만한 곳이다.

가라쓰성에서 요요카쿠로 가는 다리에서 볼 수 있는 섬. 어린왕자의 보아뱀과 똑같이 생겼다.

요요카쿠 (洋々閣)는 일본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아주 유명한 료칸이다.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 전 가라쓰가 휴양지였던 시절, 많은 외국인들이 이 료칸에서 묵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된 곳이다. 100년에 가까운 역사를 가진 료칸이지만, 오코치 아키히코, 하루미 부부의 세심한 관리와 노력으로 아무 불편함 없이 일본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이 료칸의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가 료칸에 도착했을 때도 많은 여행객들이 택시를 타고 도착한 뒤 체크인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걸어왔지만...) 우리도 체크인을 했는데 급하게 예약을 해서 그런 건지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고 싶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저녁이 제공되지 않는 옵션으로 예약을 한 것 같았다. 우리가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고 하니 료칸의 주인인 아키히코 할아버지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으셨다. 나는 가라쓰 바가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라쓰 바가가 저녁으로 괜찮은 곳인지 물어봤는데, 아키히코 씨는 그걸로 배부르겠냐면서 되물으셨다. 우리가 괜찮다고 이야기하고 가라쓰바가까지 걸어가려고 하니, 아키히코 씨는 거기까지 멀다고 자기 차를 타고 가자고 하신다. 알고 보니 가라쓰 바가는 식당이 아니라 마츠바라 해변 뒤에 덩그러니 놓인 푸드트럭이었다. 요요카쿠에서 2km 정도 더 가야 나오는 곳으로 걸어서 갔다면 30분 정도 걸렸겠지만, 아키히코 씨의 배려로 3분 만에 도착했다. 차로 데려다주신 것도 감사한데, 햄버거 주문도 도와주시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마츠바라 해변을 구경하자시며 소나무 숲이 뒤로 어우러진 해변의 석양도 구경시켜주셨다. 차를 타고 가는 짧은 시간 동안 아키히코 씨의 배려에 감사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아키히코 할아버지는 우리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셨는지, 저녁식사가 끝나면 자기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더 하자고 하셨다.

일본 최고의 료칸 중 하나인 요요카쿠 (洋々閣). 동방신기의 믹키유천이 묵은 방이다.
마츠바라 해변 뒤에 덩그러이 놓여져 있는 가라쓰 바가. 많은 일본인들이 자동차나 오토바이를 끌고 햄버거를 사 가는 곳이다.
마츠바라 해변 뒤의 소나무숲. 일본에서 소나무 보는 건 드문 일이다.
아키히코 씨와 대화를 나눈 곳

요요카쿠 1층엔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은 방이 있었다. 아키히코 씨는 와인을 들고 와 자신이 료칸을 운영하게 된 내력과 헝그리 세대를 겪었던 인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아키히코 씨는 태평양 전쟁 때 가라쓰가 폭격을 당하지 않았지만 가까운 후쿠오카가 불타는 모습을 보았고, 전후 가난해진 일본에서 공부하기 위해 와세다 대학으로 진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호텔에서 일했으나, 일본의 호텔이 과거의 전통을 버리고 미국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고 료칸을 잇기 위해 가라쓰로 돌아왔다고 한다. 일본이 가난했던 시절 뜨거운 물을 공급하지 못해, 물을 직접 데피고 나르면서 외국인들을 극진히 모시고 그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는 말에서 요요카쿠를 성공적으로 이끈 그의 자부심이 느껴졌다. 요요카쿠의 명성은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한진그룹 회장인 조양호씨, 만화가 허영만씨, 동방신기의 믹키유천 등이 이 곳에서 묵었으며, 지금도 규슈를 들리는 많은 사람들이 요요카쿠에 묵기 위해 가라쓰를 찾고 있다. 

아키히코 씨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에도 자주 방문하시고, 한국을 사랑하시는 분이었다. 우리가 창원에서 왔다고 하니, 창원이 마산·진해와 통합된 것도 아시고, 진해군항제 기간 동안 진해를 찾아 벚꽃놀이도 즐기고 가셨다고 하셨다. (진해 시내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는 광경이 인상적이었다고 하셨다.) 한국의 다른 지방도시들도 들리셨는데, 전주·공주·부여 같은도시들도 들리시면서 한국에 대해 알아가려고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전주가 인기가 많아짐으로 인해 변화한 모습을 보면서, 전주는 더 이상 아름다운 도시가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전주 한옥마을 자체가 상점가로 바뀐 것도 있겠지만, 관광객들이 대낮에 한복을 입고 맥주를 마시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이미지는 책이나 미디어 같은 곳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태도나 행동에서 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와인을 마시면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하루미 씨가 오셔서 우리가 햄버거만 먹어서 배고프지 않냐고 물으셨다. 우리는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플 수밖에 없다면서, 오니기리를 만드셔서 가져다주셨다. 왜 사람들이 요요카쿠에 묵으려는 목적 하나만으로 가라쓰를 찾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료칸의 시설도 훌륭하고, 정원도 아름답지만, 료칸을 다시 찾게 만들고 좋은 곳으로 소문이 나게 되는 것은 아키히코 부부의 정성과 친절함, 배려일 것이다. 우리가 오니기리를 맛있게 먹고 있으니, 아키히코 씨는 껄껄 웃으시며 말씀하신다.

"것 봐, 배고플 거라 하지 않았나"

남은 와인을 다 마시고 나니, 12시 정도가 되어 아쉽게 이야기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갔다. 아키히코 할아버지는 83세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일 정도로 건강하시다. 하지만 그도 나이가 많아 료칸을 운영할 후계자를 양성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회가 되면 다시 요요카쿠를 방문해, 꼭 저녁도 먹고 아키히코 할아버지를 다시 뵙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요요카쿠 (洋々閣)의 두 건물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
요요카쿠 (洋々閣)는 시설이 훌륭할 뿐 아니라 정원도 아주 아름답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 보지 못한 요요카쿠의 정원과 가라쓰야키 갤러리를 둘러봤다. 밖에선 전혀 볼 수 없어서 그 크기를 알 수 없었는데, 요요카쿠의 정원은 크기도 엄청나고 소나무와 건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관이었다. 일본의 전형적인 정원답게 내부로 들어와야 감상할 수 있는 숨겨진 정원이었다. 요요카쿠의 모든 방에서 창문을 열면 정원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정원을 보면서 담소를 나눌 수 있도록 차도 제공해준다. 요요카쿠의 또 다른 특징은 도자기로 유명한 가라쓰를 반영하듯, 유명한 도공의 가라쓰야키 (唐津焼)를 전시한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요요카쿠에 묵었을 때는 가라쓰야키 대가 중 한 명의 특별전이 열리고 있었고, 좀 더 일찍 방문했다면 실제로 만나서 직접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요요카쿠는 다른 일본의 료칸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사람들이 가라쓰를 방문하도록 만들고 있었다.

요요카쿠에는 가라쓰야키를 볼 수 있는 갤러리도 있다.

저녁을 직접 방으로 가져다주는 것과 달리, 아침은 정해진 시간에 1층 식당으로 내려와 먹어야 한다. 아침은 일본 가정식 형태로 정갈하고 부담이 되지 않도록 나왔다. 아침을 다 먹고 나니, 전날 저녁을 요요카쿠에서 먹지 않고 햄버거로 해결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 요요카쿠에서 묵으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저녁을 옵션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퇴실할 때도 하루미 씨가 한국어로,

"비싸서 죄송합니다. 다음에 올 땐 저녁을 꼭 드셔 보세요."

라고 말씀하셨다. (가격 때문에 저녁을 포함 안 시킨 건 아니었는데...) 요요카쿠에 묵으려면 상당한 양의 돈을 지출해야 하지만 그만큼의 값을 하는 료칸이며, 오코치 부부의 친절함과 따뜻함에 감동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요요카쿠에 하룻밤 묵는다면 가라쓰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될 정도로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요요카쿠에서 먹은 아침. 정갈하고 맛있다.
중국의 영웅 쑨원 (孫文)의 글씨. 그가 이 료칸에 실제로 묵었는지는 모르지만, 요요카쿠는 가라쓰를 찾은 많은 유명인들이 묵고 갈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가라쓰성 (唐津城)

료칸을 아쉽게 뒤로 하고, 가라쓰의 유명한 곳들을 방문해 보기로 하였다. 가라쓰의 상징은 1608년 축조된 가라쓰성일 것이다. 언덕 꼭대기에 있는 성이며, 계단을 오르기 싫은 사람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유료) 올라갈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할 당시엔 공사 중이라 천수각 내부는 못 들어갔지만, 언덕 위로 올라가 가라쓰성의 외부와 가라쓰 시내를 볼 수 있었다.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곳이라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고, 히가시 가라쓰를 보며 요요카쿠 료칸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히가시 가라쓰에서 본 가라쓰성
가라쓰의 상징, 가라쓰성 (唐津城). 내부는 당분간 공사중이라 들어갈 수 없다.
가라쓰성에서 본 가라쓰 해변. 사람이 없고 한적하다.
히가시 가라쓰의 모습. 가라쓰성 동편에 있으며, 다리를 지나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 료칸 요요카쿠가 있다.

구 타카토리 저택 (旧高取邸)

구 타카토리 저택은 가라쓰성에서 내려와 서쪽으로 500m 정도 걸으면 도달할 수 있는 곳이다. 메이지시대에 탄광 사업으로 재산을 모은 타카토리 코레요시의 주택으로, 일본식과 서양식이 절충된 아름다운 건물이다. 서울의 덕수궁이 한국적인 건물인 중화전과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을 가지고 있듯이, 타카토리 저택도 일본식 건물과 서양식 건물을 합쳐놓았다. 타카토리 저택은 덕수궁과 달리 건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가운데에 응접실인 서양식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에 일본식 건물이 있다. 저택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복도를 걸으면서 문에 그려진 아름다운 그림들과, 문지방의 조각들, 실제로 공연이 열리는 극장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일본 상류층이 즐겼던 정원 문화도 여기서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밖에선 전혀 볼 수 없는 정원을 내부에서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내부 사진 촬영이 금지라, 타카토리 저택의 아름다움을 글로밖에 전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구 타카토리 저택 (旧高取邸). 탄광 왕이었던 타카토리 코레요시의 주택으로, 일본식과 서양식을 절충한 메이지시대 건물이다.
국가중요문화재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답고 우아한 저택이다.
구 타카토리 저택에서 볼 수 있는 정원. 아쉽게도 내부 사진 촬영은 불가하다.

가라쓰 신사 (唐津神社) & 히키야마 전시장 (曳山展示場)

타카토리 저택에서 가라쓰역 방향으로 걸으면 숲으로 우거진 가라쓰 신사가 보인다. 신공왕후 (神功皇后)가 서쪽 바닷가에 거울을 바쳐 스미요시신을 모신 것이 신사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16세기 말경부터 신사에서 신을 가마에 옮기고 탄생지인 서쪽 바닷가까지 안내하는 신행이 매년 가을에 열렸다. 이 신행은 현재 가라쓰 쿤치 마쓰리로 이어져, 11월 2일과 3일 14개의 히키야마 (曳山)가 가라쓰신사 경내 앞에 집결해 가라쓰 시내를 순환한다. 마츠리에 사용되는 히키야마는 점토로 만든 원형 위에 종이를 수백 장 붙여 칠을 한 잇칸바리 (一閑張り) 제법으로 가공을 했으며, 높이는 약 7미터, 무게는 2~3톤이나 된다고 한다. 크기만큼이나 제작비도 많이 들어, 1대당 1억 5000만 엔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라쓰 신사 (唐津神社)

가라쓰의 히키야마는 히키야마 전시장 (曳山展示場)에서 볼 수 있는데, 한 대는 복구 중이라 전시장에서 볼 수 없었다. 가장 오래된 히키야마는 1819년에 만들어진 1번 붉은 사자이며, 2번째가 파란 사자로 1824년에 만들어졌다. 1841년에 만들어진 히키야마 거북이와 우라시마타로 (亀と浦島太郎)가 3번째로 오래된 것이며, 그 외 히키야마가 1876년에서 1957년 사이에 만들어졌으며, 메이지 시대 중반에 하나가 파괴되어 14대가 현재 전해지고 있다. 히키야마 전시장에서 가라쓰 쿤치 마쓰리가 열리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으며, 실제 전시된 히키야마를 보면서 마쓰리의 규모와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가라쓰 쿤치 마쓰리. (출처 - https://ohmatsuri.com/en/articles/saga-karatsu-kunchi)
히키야마 전시장 (曳山展示場). 가라쓰 쿤치 마쓰리에서 사용되는 14개의 히키야마를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구 가라쓰은행 본점 (旧唐津銀行)

가라쓰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 중 한 명인 다쓰노 긴고 (辰野 金吾, 1854-1919)를 배출한 곳이다. 다쓰노 긴고는 가라쓰에서 태어나 고부대학교 (현 도쿄대학 공학부)를 졸업한 뒤, 영국 유학을 떠나 런던대학교에서 공부했으며, 일본으로 귀국한 뒤 일본건축학회를 설립하고 일본에 다양한 근대건축물을 건축하였다. 그가 남긴 유산은 일본 곳곳에 남아있는데, 교토의 일본은행 경도지점 (日本銀行京都支店), 도쿄의 일본은행 본점 (日本銀行本店), 오사카의 일본은행 오사카지점 (日本銀行大阪支店), 옛 일본은행 오타루 지점 (日本銀行小樽支店), 오이타현의 23은행 본점 (二十三銀行本店) 등이다. 한국에도 다쓰노 긴고가 지은 건물이 남아있는데, 현재 한국은행 화폐금융박물관으로 사용되는 조선은행 본점 (朝鮮銀行本店)이 그것이다. 구 가라쓰은행 본점은 위의 유산들과 비교해보면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작은 건물이지만, 다쓰노 긴고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번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내부에 볼거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지나가면서 은행의 외관을 한 번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구 가라쓰은행 본점 (旧唐津銀行). 1912년 메이지 시대 가라쓰 출신 건축가 다쓰노 긴고가 지은 건축물이다.

가라쓰 도자기 종합 전시장 (唐津焼総合展示場)

가라쓰야키의 발전은 아리타, 이마리와 마찬가지로 임진왜란 때 끌려온 조선 도공들이 주도하였다. 소박함과 실용미, 은은한 갈색을 띠는 것이 가라쓰야키의 특징이다. 에도 시대에 가라쓰야키는 이도야키, 라쿠야키(교토)에 이어 다도의 세계에서 세 번째로 손꼽힐 정도로 다도인들에게 사랑받는 도자기였다. 하지만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 번의 비호를 받지 못하자 나카자토 무안 (中里無庵, 1895-1985)이 가라쓰의 옛 기술을 부활시키기 전까지 쇠퇴 일로를 걸었다. 나카자토 가의 도움으로 현재 가라쓰 시내에서 6개 종류의 가라쓰야키를 생산하는 70개의 요(窯)들을 찾아볼 수 있다. 다양한 도요들을 각각 찾아보는 것도 좋지만, 가라쓰역 바로 옆 아르피노 건물 2층의 가라쓰 도자기 종합 전시장으로 가면 다양한 가라쓰야키를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다. 가라쓰 도자기는 실용미로 인정받는 만큼 아리타나 이마리에서 본 도자기들보다 이쁘다고 할 순 없었지만, 소박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도자기의 질도 뛰어난 데다 가라쓰역 바로 옆이라 한 번 찾아가 가라쓰야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가라쓰 도자기 종합 전시장 (唐津焼総合展示場). ARPINO 건물 2층에 있다. 아래는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구매도 가능한) 가라쓰 도자기.

가라쓰에서 두부로 유명한 카와시마 토푸 (川島豆腐店)에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현지인들이 찾는 소박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역에서 가까운 오렌치 (俺んち)라는 식당에 들렀다. 덮밥 2개를 주문해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후식으로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우리가 외국인인 걸 알자, 다른 손님이 가라쓰의 여러 장소를 가봤냐고 물으시면서 구 타카토리 저택은 꼭 가보라고 말씀하신다. 벌서 갔다 왔다고 답하고 대화를 이어가려고 했지만, 일본어 실력이 부족해서 오랫동안 이야기하지 못 해서 아쉬웠다. 급하게 찾아간 곳 치고는 만족스러운 식당이었다.


가라쓰 역 앞 작은 식당 오렌치 (俺んち). 아래는 우리가 선택한 덮밥들.

나카자토 타로에몬 (中里太郎右衛門)

나카자토 타로에몬은 가라쓰야키의 부흥을 이끈 나카자토 가의 도요이다. 가라쓰의 대부분의 관광지가 가라쓰역 북쪽에 있는 것과 달리, 나카자토 타로에몬은 가라쓰역 남편에 위치해 있다. 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도착하는 곳으로, 목조건물과 작은 정원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곳이다. 입구로 들어가면 나카자토 타로에몬에서 생산한 가라쓰야키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조그만 다리를 건너면 나카자토 가에서 생산한 도자기들을 구경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잊힌 전통을 되살려 생산한 도자기는 도자기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나카자토 가의 정성도 드러내고 있었다. 가라쓰 도자기를 보러 가라쓰를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들러야 할 장소 중 하나이다.

나카자토 타로에몬 (中里太郎右衛門). 가라쓰 야키 (唐津焼)의 부활을 이끈 도공인 나카자토 타로에몬 (1923-2009)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카자토 타로에몬에서 볼 수 있는 나카자토 가의 작품들

가라쓰의 좋은 기억을 뒤로하고 한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가라쓰역에서 후쿠오카행 열차를 탔다. 가라쓰는 사가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라, 후쿠오카로 가는 열차 횟수도 많은 편이다. 하카타행 열차는 70분이면 후쿠오카 시내에 도달할 수 있으며, 메이노하마까진 열차로 운행하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지하철로 바뀌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가현 여행은 도자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여행이지만, 가라쓰는 도자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요요카쿠에서 묵었던 경험은 평생 잊히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경험으로, 도자기와 가라쓰성을 다 제쳐두고 료칸에 묵기 위해 가라쓰를 방문해도 될 정도로 훌륭한 료칸이었다. 도자기 애호가들이라면 아리타, 이마리, 가라쓰를 순차적으로 들러 각 마을의 도자기가 어떻게 다른지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도자기를 구입하는 것으로 사가현을 여행하면 될 것 같다.

가라쓰역. 가라쓰에서 후쿠오카까지 70분이면 도착한다. 중간에 열차가 지하철로 바뀌는 과정도 흥미롭다.

다시 후쿠오카로

하카타역에 도착한 뒤, 시간이 남아 JR 하카타 시티 (한큐백화점)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JR 하카타 시티 8층에 위치한 마루젠 서점에 들러, 최근에 나온 일본 만화들도 둘러보고, IT 서적도 보면서 일본에서 선호되는 프로그래밍 언어와 개발환경 등에 대해 알 수 있었다. 후쿠오카가 150만 명이 사는 도시임에도 서점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는 서울과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로, 일본인들은 책을 사랑하고 즐겨 읽는 사람들이었다.

JR 하카타 시티에 있는 서점, 마루젠

일본을 떠나기 전 마지막 식사는 하카타 라멘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잇푸도 (一風堂)에서 해결했다. 잇푸도 라멘 본점은 텐진 역 주변에 있으며, 하카타역 9층 식당가에 위치한 곳이 분점이다. 시로마루 모토아지 (白丸元味), 카라카멘 (一風堂からか麺), 아카마루 신아지 (赤丸新味) 세 가지 라멘을 제공하고 있으며, 원조 돈코츠 라멘은 시로마루 모토아지이다. 나는 카라카멘, 동생은 시로마루 모토아지를 선택해서 먹었는데, 카라카멘은 한국 라면과 비슷한 매운 라멘이었고, 시로마루 모토아지는 원조 돈코츠 라멘답게 깊은 국물 맛이 특징이었다. 개인적으로 이치란보다 맛있었으며, 후쿠오카에 들리면 반드시 들러 먹어봐야 할 라면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압구정 가로수길에도 잇푸도가 들어선 적이 있었지만 사라진 지금, 잇푸도의 라멘을 먹으려면 반드시 후쿠오카를 방문해야 한다.


하카타 라멘의 양대산맥 중 하나인 잇푸도 (一風堂). 이치란과 달리 여러 종류의 라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골든위크의 규슈 여행

일본의 골든위크는 일본 여행객들도 붐비고 여행비도 비싸지는 기간이지만, 기간 중 다양한 마츠리와 행사가 열리는 기간이다. 규슈 지방 외 다른 지방에서도 다양한 마츠리를 볼 수 있지만, 이번 여행처럼 3,4,5일 연속으로 마츠리와 행사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을 것이다. 2018년 5월 초, 시모노세키에서 센테이를 보고, 후쿠오카에서 돈타쿠 마츠리를 감상한 뒤, 아리타의 도자기 시장을 구경하는 여행을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사가현의 이마리와 가라쓰를 일정에 추가해서 도자기를 감상하고 료칸을 체험하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을 늘리는 방법 중 하나일 것이다.


참고 - 가라쓰 관광 사이트 (http://www.karatsu-kankou.jp/kr/guide/karat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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