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산속의 도자기 마을
이마리 (伊万里)는 사가현의 사철인 마쓰우라 철도의 종점인 도시다. 아리타 (有田)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로 유명한 도시이며, 규슈 사가현의 3대 도자기 마을 (가라쓰, 아리타, 이마리) 중 하나이다. 세 마을 모두 도자기로 유명하지만, 도자기에 관심이 있지 않는 이상 애써서 찾아갈 만큼 볼거리가 많지는 않기 때문에 규슈 내 다른 도시들보다 인기가 많은 관광지는 아니다. (가라쓰는 다른 두 도시보다 볼거리가 많긴 하지만, 규슈 내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적은 편이다.) 하지만 사가현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겐 위 도자기로 유명세를 탄 세 도시가 각각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리타는 시내 곳곳에서 도자기 상점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도자기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최고의 편의를 제공한다. 가라쓰는 도자기 외에도 방문할 곳이 많은 편이고 가라쓰 도자기 특유의 멋이 있지만, 도자기 상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그리고 가라쓰 도자기가 가장 비싼 편이다.) 이마리는 도시로만 따지자면 너무나도 평범한 일본의 소도시인 것처럼 보인다. 이마리역에서 내리고 이마리 시내를 둘러보더라도 도시 곳곳을 도자기로 장식한 것일 뿐, 도자기 상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다. 이마리 도자기는 수백 년 전부터 그래 왔던 것처럼 방문객들에게 그 존재를 숨기고 자신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리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번 규슈 도자기 여행은 아리타-이마리-가라쓰 순으로 진행되었다. 아리타를 가장 먼저 방문한 이유는 5월 5일이 도자기 시장의 마지막 날이라 하루라도 늦으면 시장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마리에서도 도자기 시장이 열리지만 훨씬 작은 규모이며 4월 초에 열린다.) 이런 연유로 5월 5일에 아리타 도자기 시장을 둘러본 후, 마쓰우라 철도를 타고 같은 날 저녁 다음 행선지인 이마리에 도착했다. 이마리 시 자체가 도자기 빼고 큰 볼거리가 없기 때문인지 숙소도 이마리 게스트하우스 혼진 외에는 찾기가 힘들었다. 이마리 게스트하우스 혼진 1층은 공용공간으로 여행객들이 앉아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며 TV도 볼 수 있는 곳이다. 2층은 전부 도미토리 형태이며 침대가 15개 정도 되는 듯 보였다. 침대칸 사이는 벽으로 되어 있어 사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으며, 침대 아래쪽에 짐을 넣을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도미토리 1인당 ¥1,600이면 될 정도로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으며, 역과도 가까운 것이 큰 장점이다. 타케오에 묵으려다 이마리에 묵은 것이 오히려 다행일 정도로, 게스트하우스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다만 아침은 제공하지 않으므로, 간단한 식사는 가까운 Lawson 편의점에 들러 해결해야 했다.
5월 5일 저녁에 게스트하우스 이마리 혼진에 도착하자마자 프런트에서 한글로 된 안내서를 구할 수 있었다. 이마리 같은 소도시가 살아남기 위해선 그들이 가진 관광자원을 활용하고 사람들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도시의 크기에 비해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마리 시내가 볼 것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이마리 시 지자체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여행 안내서는 도보 여행을 통해 이마리 시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마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오카와치야마인데, 오카와치야마로 가는 버스의 첫출발 시간이 9:32이므로 그전에 여유가 있으면 이마리 시내를 천천히 둘러봐도 좋다. 시내 곳곳에 있는 다리나 우체국 같은 공공시설들은 "여기가 이마리요"라고 알리는 것처럼 한결같이 도자로 된 예술품들로 꾸며져 있다. 이마리 도보여행 지도만 따라가면 시내 곳곳을 둘러보면서 도자기를 감상하고, 이마리 신사에 들리고, 오래된 건물을 복원한 박물관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마리 시내에서 도자기를 구입할 순 없지만, 도자기를 향한 이마리 시의 열정과 사랑은 안내서에서 제시한 1시간의 도보여행으로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또한 이마리는 도자기뿐 아니라 이마리규라는 지역의 소고기로도 유명한데, 이마리규로 요리를 하는 많은 음식점들을 이마리 시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리규를 먹지는 못 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이마리규를 먹고 싶다.)
이마리 시내가 아름답고 조용한 일본 도시긴 하지만, 시내에서 그 유명한 이마리 도자기를 찾을 순 없으므로 시간과 발품을 들여 오카와치야마로 가야 한다. 오카와치야마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곳은 산 중턱이다. 등산하는 것도 아니고 도자기를 보러 왜 산으로 가는지 알기 위해서는 이마리 도자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에도 시대 사가현 일대를 다스리던 나오시게 나베시마(1537-1619)는 조선에서 데리고 온 도공들이 가진 기술을 자신만 소유하고 싶어 했다. 아리타나 가라쓰가 시내에서 도자기를 생산한 것과 달리 이마리에 거주하는 도공들은 나베시마 번에 의해 오카와치야마 깊은 곳에서 도요를 짓고 우수한 품질의 도자기를 생산해왔다. 나베시마 번은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오카와치야마의 도공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없도록 통제하였고, 외부인들의 출입 또한 철저하게 차단해왔다. 오카와치야마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것은 1871년, 불과 140년 정도밖에 안 되었을 정도로 나베시마 번은 300년의 긴 시간 동안 이마리의 도자기 마을을 숨겨왔다. 이런 연유로 인해 이마리 도자기의 기술들은 일본 전역에 퍼져나갈 수 없었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기술로 만들어진 도자기들은 아주 높은 평가를 받으며 각지로 수출되었다. 오카와치야마가 일반인들에게 공개된 지금, 이마리역 앞에서 하루 6번 출발하는 시내버스를 타고 비밀스러운 도공들의 마을을 방문할 수 있으며 뛰어난 품질의 도자기들도 구입할 수 있다. (주말이나 공휴일엔 하루 5번 운행한다. 버스 시간표는 아래 pdf파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5월 초는 골든위크로 공휴일이었기 때문에, 오카와치야마로 향하는 버스의 첫 시간은 9:32이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Lawson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한 뒤, 이마리 마쓰우라 철도역 1층의 여행안내소에 들러 한국어로 된 지도를 얻었다. 오카와치야마로 가는 버스가 적다 보니, 시간이 맞지 않는 여행객들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기도 한다. (편도 ¥1,800) 버스를 기다리면서 심심한 사람들을 위해 이마리 시에선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는데, 여행안내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숨은 그림 찾기이다. JR 이마리역 앞 (마쓰우라 철도역 건너편) 광장에서 하트와 별 문양을 찾는 게임인데, 정말 작아서 눈을 크게 뜨고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또한 숨은 그림 찾기를 즐기다가 오카와치야마행 버스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시간을 항상 확인하면서 하트와 별을 찾아야 한다.
여행안내서에 별 문양은 빨간 바닥, 하트 문양은 회색 바닥에 있다고 안내가 되어 있으며, 광장 대부분이 하얀 바닥이라 찾기가 쉬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문양의 크기를 보면 정말 찾기 어려운 걸 깨닫는다. (아래쪽 사진 참고) 우리는 오카와치야마행 버스를 타기 전에 별 문양을 겨우 찾았고, 하트 문양은 오후에 이마리역에 돌아와서야 찾을 수 있었다. (정말 못 찾겠다 싶으면 JR 이마리역 역장님께 가서 물어보면 가르쳐 주신다.) 바닥만 쳐다보면서 광장을 이 잡듯이 뒤지는 우리들이 신기했는지 벤치에 앉아있던 일본 여학생들도 우리를 유심히 지켜봤다. 마침내 하트를 찾고 환호성을 지르는 우리들을 보고 여학생들도 하트가 새겨진 쪽으로 와서 사진을 찍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쁨이 배가 되었다. (하하...우리는 정말 고생해서 찾은건데...)
오카와치야마는 이마리역에서 그렇게 멀지는 않다. 시내버스를 타고 15분 정도면 도착할 정도로 가까웠지만, 버스 정류장에서 내린 뒤 보는 오카와치야마의 풍경은 속세에서 벗어난 신선들의 세상으로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했다. 버스 정류장에서 마을로 진입하기 위해선 도자기로 만들어진 나베시마한 가마하시라는 다리를 건너야 한다. (아래 왼쪽 사진) 다리를 건너 도자기를 감상하기 전에 하천으로 내려가 아래쪽으로 향하면 300년 동안 오카와치야마에서만 살다 죽은 도공들의 묘를 볼 수 있으며, 대나무 숲을 지나면 물의 힘을 이용해 도석을 잘게 부수는 가라우스 오두막집을 볼 수 있다. 본격적으로 마을을 탐방하려고 오두막집 앞에 있는 도공의 다리를 건너려고 하니, 뒤에서 아름다운 선율이 울린다. 도자기로 만들어진 메오토시노 탑이 연주의 주인공이었는데, 도공의 다리에 사람이 올라서면 자동으로 전기가 흘러 도자기로 연주하는 탑이다. 일본 여행을 즐기다 보면 곳곳에 아기자기함과 세심함을 느낄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자기로 유명한 오카와치야마인지라, 이마리 시내와 마찬가지로 곳곳을 도자로 장식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마을의 안내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 중턱에 위치해있는 마을이라 방문객들은 약간의 수고스러움을 감수해야 이마리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다. 마을 곳곳에 위치한 모든 도요들이 자신들만의 기술로 만든 도자기들을 제조·판매하고 있으며, 각 도요들을 한 번씩 들러도 전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도자기들이 전부 특색이 있었고 화려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마리 도자기는 푸른색과 하얀색으로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며, 일본풍의 장식과 그림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 도자기에 관심이 없는 여행객들도 오카와치야마를 한 번은 들러볼 만한데, 오카와치야마가 도자기뿐 아니라 언덕 위에 줄지어서 있는 도요들과 마을 뒤편에 펼쳐진 바위, 벽돌로 이루어진 담장들이 조화를 이루어 환상적인 비경이 펼쳐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카와치야마의 여러 도요들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한국 여행객들도 볼 수 있었다. 어머니와 딸로 보이는 자유여행객들, 패키지로 온 듯한 중년 아저씨와 아주머니들 등 아리타보다 더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마리를 방문한 듯했다. 자유여행으로 온 듯한 모자들은 우리와 비슷하게 천천히 이마리 도자기들을 감상하면서 시간을 보냈으나, 패키지로 방문한 사람들은 3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오카와치야마를 둘러보고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쁘게 여러 곳을 둘러보는 여행도 좋지만, 오카와치야마는 결코 눈대중으로 대충 훑어보고 갈만한 곳이 아니다. 조선 도공들의 기술이 녹아있는 이마리 도자기를 감상하고, 오카와치야마의 비경을 보면서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인 것처럼 보였다. 맘에 드는 곳엔 좀 더 머물 수 있고, 가고 싶지 않은 곳은 배제할 수 있는 것이 자유여행의 큰 매력일 것이다.
오카와치야마의 세이라요 (徳永窯) 앞 거리는 세이잔요 (靑山窯)의 굴뚝과 도요들, 뒤편의 바위가 어우러져 사진을 찍기 좋은 곳이다. 그 외 하타만요 (畑萬陶苑) 뒤편의 벽돌담장, 벽을 따라 핀 꽃들을 보며 도자기 마을 곳곳 또한 도자기 마을 특유의 멋을 뽐낸다. 우리는 세이라요 (徳永窯)에서 도자기를 구입했는데, 나는 주인아저씨가 여기서 이찌방 (一番)이라고 추천한 컵을 구입하고, 동생은 좀 더 현대적인 풍의 것을 구입했다. 한국에 귀국한 뒤 확인하니, 아리타에서 구입한 제품들보다 더 만족스러웠을 정도로 이마리 도자기가 풍기는 분위기와 색감이 정말 아름다웠다. 그 외 다른 상점들도 다 들러서 천천히 볼 정도로 이마리 도자기는 우리의 주머니를 털기 위해 특유의 푸른빛을 뿜내며 그들의 매력을 발산했다.
도요들이 늘어서 있는 거리가 끝나는 곳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마을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전망광장과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 있다. 전망광장에서 본 오카와치야마 도자기 마을의 여러 건물들은 굴뚝을 드러내면서 수백 년 동안 도자기를 생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망대에선 도공들의 묘도 확인할 수 있는데, 평생 산 중턱에 갇혀 도자기를 생산하면서 살아야 했던 이들의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이마리의 도공들은 자신들의 재주를 뽐내며 도자기를 생산하고 먹고 살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으나, 외부와의 접촉 없이 살아야만 했다. 그들은 자신들을 통제하는 나베시마 번을 만족시키기 위해 더욱더 도자기술을 발전시키는데 정진했을 것이고, 도공들의 장인정신은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도자기를 만들었다. 진정한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있듯이, 이들은 산에 갇혀 평생을 살고 죽은 뒤 묻혔지만 그들이 만든 도자기들은 한국과 일본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사랑을 받고 있다.
전망대를 내려와 옛 도요터와 노보리가마, 도자기 광장들을 들리고, 다시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오전과 달리 주차장은 오카와치야마를 보러 온 사람들이 가지고 온 차들로 꽉 차 있었다. 마을의 도요들은 도자기를 감상하고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으며, 그들 또한 이마리 도자기에 감탄하며 도요의 주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마리역으로 돌아가는 시내버스를 타기 전 오카와치야마에서 가장 큰 건물인 이마리·아리타 도자기 전통산업회관에 들렀다. 회관은 이마리역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전에 잠시 들리기 좋은 곳으로, 이마리와 아리타에서 생산된 오래된 도자기들을 전시하고 지역의 오래된 도자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곳이다. 미리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마을을 둘러봤기에 회관을 들리고 10분 정도만 기다린 뒤 바로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오카와치야마행 버스는 하루 단 6번 운행하니, 오랫동안 기다리기 싫다면 반드시 이마리역 안내센터에서 버스시간표를 얻고 여행을 하도록 하자.) 마을에서 점심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간단한 식사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마리 시내로 돌아가 식사를 해결하기로 하였다.
이마리 여행안내도를 보면 시내 곳곳에 위치한 이마리규 전문점 20여 곳이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앞에도 이마리규 전문점이 있었지만, 론리플래닛에 소개된 뎀뿌라 전문점인 키포 (吉峰)를 가보기로 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뎀뿌라 전문점으로 메뉴가 일본어로 되어있기 때문에 하나하나씩 고르는 것보다는 점심 세트를 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나아 보였다. "세토오 쿠다사이"라고 요청을 하면 바로 앞에서 아주머니가 뎀뿌라를 튀겨서 주시며, 뎀뿌라 외의 다른 음식들은 주방장 아저씨께서 제공해주셨다. 세트는 1인당 ¥1,200이었으며, 후쿠오카에서 먹은 뎀뿌라 가격을 생각해보면 적절한 가격에 싸고 맛있게 먹었던 식당이었다.
점심을 해결한 후, 이마리 마쓰우라 철도역 2층에 위치한 나베시마 갤러리에 들렀다. (입장료는 ¥300) 이마리 도자기의 종류인 나베시마아키 (鍋島焼) 163점, 고이마리(古伊万里) 129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중 일부를 전시하고 있다. 오카와치야마의 전통산업회관보다 많은 수의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고, 시대별로 만들어진 도자기를 하나씩 설명하고 있었다. 초기엔 중국풍이 섞인 도자기들이 많이 보였으나, 후기로 갈수록 일본 특유의 감성이 가미된 도자기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이마리가 작은 도시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후쿠오카로 이동할 때 기차 대신 쇼와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곳은 사가시나 아리타 시, 가라쓰시 정도인데 이들 도시도 규모가 그다지 크진 않아 기차 배차시간 간격이 길다고 볼 수 있다. 이마리에서 가라쓰로 이동하는 JR기차도 출발시간이 13:19, 16:23, 17:42일 정도로 간격이 길고 불규칙하다. 점심을 해결하고 나베시마 갤러리에 들렀음에도 시간이 많이 남아, 이마리 시내에 있는 이마리도자기상가자료관에 들리기로 했다. 이마리 도자기를 팔던 상인들이 거주하던 집을 복원한 곳으로 오른쪽 건물에선 이마리 도자기를 보고 구입할 수 있으며, 왼쪽 건물은 상인들의 삶과 그들의 거주공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기서 보는 도자기들도 오카와치야마와 비교해서 꿇리지 않을 정도로 매력 있으며, 방문할 당시에도 도공 한 명이 계속해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왼쪽 건물에 들어가니 일본인 부부가 우리 형제를 반갑게 맞아주면서 집의 내력과 건축 장식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부족한 일본어 실력으로 이해한 말만 대답했음에도 "니혼고가 죠즈데스"라면서 칭찬해주시니 너무 부끄러웠다. 오카와치야마에 방문한 뒤 기차 시간이 남으면 자료관에 들러 에도시대 건물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도자기상가자료관까지 방문했음에도 시간이 남아 이마리의 카페를 찾아 들러보기로 했다. 검색해서 나온 카페는 Lib Coffee Imari로 도시가 한산하길래 카페도 조용할 거라 생각했지만, 이마리에 거주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카페 중 하나로 왁자지껄한 모습이었다. 이틀 동안 도자기만 봤음에도 여행이 지루하지 않았으며, 일본 하천은 도시 내에 있음에도 아주 깨끗하다는 것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후쿠오카의 돈타쿠 마츠리를 응용해서 돈타쿠 픽챠 (Don't take picture)라는 아재 개그도 만들어 내는 등 1시간 동안 편하게 앉아 시간을 보냈다. 기차 시간에 맞춰 계산을 하고 나가니 종업원이 어디서 왔는지 친절하게 물어본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기도 한국에 가 봤다면서 서울에 가 본 경험을 이야기한다. 종업원은 서울은 대도시임에도 깨끗하고 좋은 곳이었다고 했지만, 우리는 최근에 미세먼지 때문에 자유롭게 돌아다니지도 못한다는 것을 언급하며 오히려 일본의 도시들이 공기가 깨끗하고 좋은 것 같다고 설명해줬다. 좀 더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JR 이마리역에 도착하니 가라쓰로 가는 노란색 열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소도시를 연결하는 열차인 만큼 기차도 1량에 불과했으며, 승객 수도 많지 않았다. (요금 ¥650) 16:23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고 50분 동안 이동하면, 임진왜란의 전진기지였던 곳이자 아리타, 이마리와 마찬가지로 도자기로 유명한 가라쓰에 도착하게 된다.
이마리는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도시지만, 기억에 쉽게 잊히지 않을 경험을 선사한 곳이다. 도자기로 유명한 것을 최대한 내세우기 위해 곳곳을 도자로 장식한 세심함에 감동을 받았으며, 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안내서를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로 채웠다. 이마리역 앞 광장에서 즐길 수 있는 숨은 그림 찾기는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을 하나라도 더 하게 해주려는 이마리 시의 노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마리 여행의 주제는 오카와치야마의 비경, 조선 도공들이 전수해준 도자기술과 화려한 이마리 도자기 일지 모르지만, 나에게 더 기억이 남는 것은 이마리 사람들이 우리에게 선사한 세심한 배려와 감동, 노력이었다. 도시가 좋은 인상을 남기고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관광 인프라뿐 아니라 시민들이 외지인을 대하는 태도가 큰 몫을 한다. 최근 오사카에서 벌어진 몇몇 사건들이 나에게 실망을 안겨준 것은, 오사카 시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몇몇 사람들이 한국인들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태도 때문일 것이다. 한 인격체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인간이 가진 재력과 능력이 첫인상에선 좋은 느낌을 주지만, 결국엔 성격과 태도가 인간관계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이마리가 나에게 준 인상은 규슈 여행을 가는 사람들에게 이마리를 고민 없이 추천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 아름다운 이마리를 뒤로 하고, 우리는 가라쓰로 가는 열차를 타고 규슈 여행의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오카와치야마 관광안내서 (한글): 출처 - http://www.imari-ookawachiyama.com
오카와치야마 버스시간: 출처 - http://www.bus.saihigroup.co.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