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에서 KBO 최고의 2루수로 성장하고 있는 NC 다이노스의 2번
1993년 2월 6일생. 185cm의 훤칠한 키에 80kg의 적절한 체중. 서울특별시 마포구에서 태어나 야구 명문 휘문고에 진학할 정도로 재능이 있었던 내야수. 고등학교 졸업 후 2012년 드래프트에서 바로 1라운드에 뽑힐 정도로 많은 기대를 받았던 유망주. 2014 시즌에 잠재력이 폭발하여 신인상을 거머쥔 NC 다이노스의 보물. 이제는 신인왕에서 더욱 성장해 KBO 최고의 2루수로 손꼽히는 선수.
지금까지 계속 여행기를 쓰다가 야구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은 그만큼 NC 다이노스와 박민우 선수에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이다. NC 다이노스는 성적은 좋지만 연고지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창원시인 관계로 비인기팀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가는 팀이다. "잘하면 뭐해, 인기도 없는데"라는 핀잔을 숱하게 들어왔지만, 단기간에 빠르게 성장한 팀과 함께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젊은 선수들을 보면 그동안 느꼈던 설움이 단번에 날아갈 정도로 NC 다이노스는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팀이다. NC 다이노스가 놀라운 점은 좋은 성적을 내면서도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들이 아직 어린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마산 아이돌 1호인 나성범, 어느새 선발을 담당하고 있는 구창모와 장현식, 주전으로 발돋움한 권희동, 쏠쏠한 활약을 해주는 김성욱, 김준완 등 NC를 이끄는 선수들은 20대의 팔팔한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 가운데 가장 특별한 선수는 바로 박민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 나이로 25세(만 24세)에 불과하지만, 통산 타율은 3할을 훌쩍 넘기고 발도 빨라 50 도루를 달성한 시즌도 있으며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는 박민우는 경기 외적으로도 매력을 뿜 내는 안 좋아하려야 안 좋아할 수가 없는 선수다. 그의 매력을 하나씩 열거하면 끝이 없을 것 같지만, 그가 KBO에서 남긴 흔적들을 하나씩 쫓아가면서 박민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GIF 파일은 모바일에서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참고바랍니다.)
박민우는 고교 시절 타격기계라 불리는 김현수가 받았던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타격이 뛰어난 선수다. 그의 타격 실력은 실로 놀라울 정돈데, 신인왕을 수상했던 2014시즌 .298에 이어 2015시즌 .304, 2016시즌 .343, 2017시즌 .353 (6월 28일 현재)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에선 독보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다. 타격은 재능이 좌지우지한다고 하지만, 박민우는 파울이 나올 때마다 주심에게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물어볼 정도로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집중하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주루에 문제가 있는 지금도 꾸준히 기용될 정도로 김경문 감독은 그의 타격을 신뢰하고 있다.
박민우가 공격에 기여하는 또 다른 요소는 그의 발이다. 185cm나 되는 큰 키에도 2014시즌 50개, 2015시즌 46개의 도루를 기록할 정도로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단지 빠르기만 해선 도루를 성공시킬 수 없는데, 박민우는 주루 센스 또한 뛰어나 투수가 조금만 방심한다 싶으면 냅다 뛰어 성공한 도루도 많다. 박민우가 루상에 있으면 투수뿐 아니라 내야수도 긴장해야 하는데, 내야수의 수비 위치가 태그하기에 멀다고 생각하면 도루를 시도해 성공시키는 센스도 갖춘 선수이기 때문이다.
2016시즌엔 팀 색깔 때문에 20개의 도루밖에 성공시키지 못했고, 2017시즌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도루를 자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민우가 부상당하면 그의 타격능력을 써먹지 못하기 때문에, 김경문 감독도 승부가 결정 난 상황에서 그가 출루하면 대주자로 교체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시즌에 그의 도루를 자주 보긴 힘들 것 같다. 부상에서 완쾌해 다음 시즌엔 60개 이상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모습을 기대해본다.
공격능력만 보자면 박민우는 리그 탑급의 2루수지만, 2013년에 그가 많은 경기를 뛰지 못하게 만든 요인은 바로 수비다. 공의 방향을 읽고 이에 대처하는 능력은 뛰어나 어려운 공도 잘 잡아내지만,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수비의 마무리인 송구다. 안타가 될법한 타구를 잡아도 가끔씩 이상한 데로 공을 던지면서 NC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던 그는 수비 불안 때문에 데뷔 시즌엔 32경기밖에 뛰질 못 했다. 그의 불안한 수비의 하이라이트는 2014시즌 NC와 LG의 플레이오프에서 나온 실책일 것이다. 자신감을 가지고 임했던 NC의 첫 포스트시즌이었지만, 박민우는 종종 실책을 저질렀으며 이의 여파로 타격에도 삽을 푸는 바람에 NC는 1승 3패로 LG에게 져 탈락하고 만다.
박민우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현재 NC의 키스톤 콤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손시헌이다. 손시헌은 172cm의 작은 키로 인해 프로 지명을 받지 못했으나, 엄청난 노력으로 두산 베어스의 주전 유격수를 담당했던 선수다. 그의 수비실력과 태도는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아줄 정도로 뛰어났으므로, NC 다이노스는 손시헌을 FA로 영입해 팀의 전력 강화와 유망주들의 성장을 동시에 노렸다. 수비 불안을 보이던 박민우는 손시헌과 콤비를 이루며 점점 안정감 있는 수비를 보여주기 시작했고, 이제는 송구도 정확해 안타가 될 법한 타구들을 잡아 아웃시키는 환상적인 수비도 보여준다. 결국 공수 양면에서 약점이 없어진 박민우는 KBO 리그 최고의 2루수로 발돋움한 셈이다.
NC 다이노스의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 박민우가 널리 알려진 건 2016년 5월 29일 NC vs KIA전에서 벌어진 한 장면 때문일 것이다. 박민우는 모자챙에 만(卍) 자를 새길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로 당시 송구 실책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뭔가 기댈 곳이 필요했다. 그는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만(卍) 자를 새기며 안정된 수비를 기원했고, 이에 질세라 기독교 신자였던 KIA의 서동욱 선수는 십자가를 새기며 응수했다. 가벼운 해프닝으로 끝난 사건이었지만, 이 광경을 보면서 박민우가 받았던 스트레스와 그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큰 지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물론 엄청난 수비를 보여주는 지금, 그가 만(卍) 자를 그라운드에 새길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NC 팬들은 박민우가 더그아웃에서 보여주는 폭력적인 모습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몇몇 팬들은 이를 보고 박민우에게 '마산 깡패'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으며, 나도 다른 사람에게 박민우를 깡패라고 소개하곤 한다. 그의 폭력이 어이가 없는 건 또래들이나 나이차가 얼마 안나는 형들뿐 아니라 삼촌뻘인 이종욱 (1980년생, 박민우와 13살 차)과 이호준 (1976년생, 박민우와 17살 차), 박석민 (1985년생, 박민우와 8살 차)도 구타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끝내기 안타는 모창민이 쳤는데, 이종욱에게 쪼르르 달려가 구타를 시연하는 박민우의 모습은 중계방송에 그대로 실려 많은 사람들을 헛웃음 짓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런데 4살밖에 차이 안나는 형인 나성범은 어떻게 대하겠는가. 만루홈런을 치고 맞는 나성범에 대한 폭행은 모창민이 와서 혼낼 정도로 과했다.
하지만 박민우가 이렇게 선배들에게 대할 수 있는 건 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성실함과 더그아웃에서의 분위기 형성, 선배들과의 친밀함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많은 선배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친밀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은 팀에 좋은 분위기를 형성하고 NC가 한 팀으로 뭉쳐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예이다. NC가 잘 나가 것은 나이많은 선수들이 동생들에게 꼰대 같은 존재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NC라는 팀 아래 승리라는 목표로 똘똘 뭉치려고 노력하기 때문일 것이다.
깡패인 그도 단 한 명은 건드리지 않는데, 그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인 손시헌이다. 선수들 응원가를 불러보라고 했을 때, 유일하게 자기 노래를 안 부르고 다른 선수의 응원가를 부른 선수가 바로 박민우이다. (물론 손시헌 응원가를 불렀다.) 손시헌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면 박민우는 돌변해 다른 선수들이 때리는 것을 막고 손시헌을 오히려 보호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이종욱이 손시헌의 베프인 걸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이 키스톤 콤비를 언제까지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NC 내야의 버팀목이 되는 두 선수들의 호흡을 오랫동안 보고 싶은 건 NC 팬들 모두의 소망일 것이다.
박민우는 테이블세터이기 때문에 만들어내는 장타 대부분이 빠른 발을 이용한 2루타 또는 3루타이다. 다른 말로 이야기하면 홈런을 보기 힘들다는 것인데, 통산 홈런이 7개밖에 안 되고 홈런을 쳤던 경기 대부분이 팀이 지고 있을 때 나오는 경기였다. 지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 박민우가 평소에 저지른 만행을 보복할 수 없기 때문에 NC의 고참들은 이를 갈고 이기는 경기에서 나오는 박민우의 홈런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박민우가 홈런 칠 그 날은 경기장 안보다 더그아웃이 더 기대될 정도로 특별한 날이 될 것이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박민우는 NC에서 나성범과 더불어 아이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이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이기도 하다. 사실 홈런을 못 쳐도 상관없으니, 부상 없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모습을 시즌 내내 계속 보여주기만 했으면 한다. 그동안 잔부상으로 고생 많았던 그가 건강한 모습으로 한 시즌을 잘 치러준다면 NC 팬으로서 그만한 행복이 없을 것 같다. 이제 반환점을 돌았으니, 남은 일정의 반도 최선을 다하고 건강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박민우 선수 파이팅!
출처 1 - KBO 홈페이지 (www.koreabaseball.com)
출처 2 - 네이버 KBO 리그 영상 (http://sports.news.naver.com/kbaseball/vod/index.nhn?category=kbo)
출처 3 - NC 다이노스 홈페이지 (http://www.ncdinos.com/main/ind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