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의 인기 있는 소도시 여행
오타루는 일본인들뿐 아니라 한국인에게도 유명한 소도시다. 홋카이도에 방문한다고 하면 보통 삿포로, 후라노, 비에이, 노보리베쓰 온천와 함께 오타루를 일정에 넣을 정도이므로 얼마나 인기 있는 곳인지 알 수 있다. 삿포로와 달리 막상 방문하면 오타루 운하 외에는 특별하게 볼거리가 많지는 않지만,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운하와 운하를 따라 줄지어 서 있는 20세기 초 근대식 건물들이 오타루가 뽐내는 매력이자 정취다. 동북아시아 3국 중 한국 외엔 오래된 운하도시를 가지고 있으니 (중국은 쑤저우, 일본은 오타루), 한국인에겐 보기 힘든 운하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오타루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되고 있다.
오타루는 현재 인구 12만 명의 소도시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홋카이도의 금융 중심지이자, 러시아와 중국의 교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경제도시였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당시 부의 상징이던 서양식 건물들이 도시 중심가에 지어졌으며, 많은 건물들이 운하를 따라 줄지어 지어졌다. 급격하게 현대화가 진행된 삿포로와 달리, 오타루는 시간이 지나면서 쇠락한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오타루를 역사적인 도시로 만들어주었다. 국내여행을 즐기는 사람들 중 인천, 목포, 군산 같은 근대유산을 품고 있는 도시들을 좋아한다면 오타루는 반드시 방문해 볼만한 아름다운 도시다.
전화번호: 0134-31-1733 (오타루 운하 크루즈)
영업시간: 9am-7.30pm (30분에 한 번씩 운항)
요금: day cruise ¥1,500, night cruise ¥1,800
홈페이지: http://otaru.cc/en
오타루의 볼거리는 대부분 오타루 운하를 따라 집중되어 있으며, 그중 가장 아름다운 곳은 오타루 운하다. 오타루 운하는 두 번 방문할 필요가 있는데, 낮의 분위기와 밤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밤에 운하에 비치는 오타루의 옛 건물들이 풍기는 분위기를 느끼고, 낮에 보트를 타고 운하 한 바퀴를 돌아보면서 오타루의 역사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 가족은 오후 8시 정도에 오타루에 도착했기 때문에 크루즈를 탈 수는 없었고, 운하를 따라 오타루 야경을 감상하면서 오타루의 정취를 느꼈다. 오타루 운하도 급속한 현대화의 분위기 속에 쓸모가 없어져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주민들의 투표를 거쳐 보존이 결정된 곳이다. 지은 지 100년이 넘은 오래된 건물들 속에서 오타루 시민들의 역사를 지키려는 마음을 느끼며 운하를 따라 산책하며 저녁시간을 보내는 것, 오타루에 와서 반드시 해봐야 할 경험이다.
오타루 운하 외에도 오타루 구시가에 들어가면 20세기 초에 지어진 수많은 건물들을 볼 수 있다. 다양한 건물들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으며, 한국 소도시와 비교해 봤을 때 훨씬 많은 수의 근대식 건물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좀 더 여유로웠다면 오타루 시내를 돌아보면서 근대화된 오타루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아볼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을 느꼈다.
부산으로 돌아가는 삿포로발 비행기가 오후 12:55에 출발하기 때문에, 오전에 오타루 운하 크루즈를 타는 것으로 오타루 여행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오타루 운하 크루즈는 낮에 타면 ¥1,500을 받으며 40분 정도 운하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오타루 운하를 거니는 것뿐 아니라, 오타루 앞바다에도 잠시 나가 당시 운하가 무역에 얼마나 유용했는지와 운하를 따라 서 있는 건물들의 역사에 대해서 설명해준다. 역사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이라도 오타루 운하의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크루즈를 타면서 운하를 탐방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오타루 운하의 건물들 중 가장 독특한 건물은 4층짜리 창고 건물로, 100년 전 사용되었던 화물용 승강기와 나선형 계단이 돋보이는 곳이다. (아래 사진) 인부들이 나르는 것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로, 당시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손꼽혔을 것이다. 현재는 아무런 쓸모도 없지만, 글이나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눈앞에 펼쳐진 유물들을 통해 오타루의 역사가 훨씬 와 닿은 듯했다.
비록 짧은 시간 동안 오타루를 돌아볼 수밖에 없었지만, 오타루의 하이라이트인 오타루 운하를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오타루 여행이었다. 한국에도 새롭게 만들어진 포항운하나 경인운하가 있지만, 역사나 상징성을 띤 운하가 없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졌으며 역사를 아름답게 보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전화번호: 98-941-3388
영업시간: 24시간
메뉴: 오타루 털게, 사시미, 덮밥 등 (메뉴가 정말 많다)
북해도 어만은 저녁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식당이다. 오타루에 도착했을 때가 이미 저녁 8시가 넘어있었고, 가려고 했던 맛집인 오타루 스시 코는 영업시간은 끝나지 않았지만 재료가 다 떨어져 스시를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호텔에서 가장 가까운 곳 중 열려 있는 식당을 찾다 보니 어만이 눈에 띄었고, 일본인들도 꽤 찾는 것 같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맛집이 아닌 곳의 특징인 숱하게 많은 메뉴가 눈에 띄자 기대는 쏙 사라졌으며, 싼 가격에 많이 먹으면 만족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각자 기호에 맞는 메뉴를 고른 뒤 저녁식사를 즐기기 시작했지만, 역시나 특별히 맛있지는 않았고 가격 또한 싸지 않았다. 열려 있는 식당을 찾기 힘든 사람들은 방문할 만한 곳이지만 웬만하면 다른 곳을 찾아 배를 채우는 것을 추천한다.
전화번호: 0134-24-0500
홈페이지: http://www.hotelnord.co.jp/kr/index.php
호텔 노드 오타루의 가장 큰 장점은 오타루 운하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는 것과 역사적인 건물을 개조한 것이다. 가격에 비해 시설이 뛰어나거나 하진 않지만, 호텔에서 내다보이는 운하가 정말 아름답기 때문에 오타루 숙소 중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조식으로 'Sizzle' 레스토랑에서 뷔페를 제공해주며, 역시나 이곳도 운하를 바라보며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오타루 여행을 끝낸 뒤엔 한없이 바쁘기만 했다. 오후 12:55에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에 맞추려고 급하게 차를 몰아 치토세 국제공항으로 향했고, 렌터카의 원칙인 '반납할 땐 기름 꽉 채워서'를 잊어서 멀리 떨어진 주유소에 다시 가야 했기 때문이다. 차를 반납하고 렌터카 셔틀버스를 타고 치토세 국제공항에 도착하니 어느덧 12시 10분이 되었고, 체크인 후 부랴부랴 비행기 타기 바빴다. 어머니께선 면세점에 들러 쇼핑할 시간을 갖길 원하시는 눈치였는데, 시간이 없어서 너무도 아쉬웠다. 이후에 가족여행을 할 때는 마지막 날 최대한 빨리 공항에 도착해서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비행기를 탔기 때문에 홋카이도에서 부산으로 향할 때도 부산항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일본과 달리 아파트로 도배가 된 도시 풍경이 너무 삭막했기 때문에 한 편으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국의 좁은 땅과 수많은 인구를 감당하기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이란 시간을 홋카이도에서 보냈기 때문에 다시 찾을 일이 있을까 생각이 되지만, 지리적인 이점과 안전함이라는 강점 때문에 일본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행지이며 홋카이도도 분명 다시 한번 찾게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즐거웠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한번 홋카이도를 찾게 될 그 날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