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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Dec 25. 2017

시코츠-토야 국립공원 ③ 시코츠호 (支笏湖), 조잔케이

일본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 시코츠호

노보리베쓰 온천에서의 환상적인 기억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일본에서 두 번째로 깊은 호수, 시코츠호(支笏湖)다. 노보리베쓰에서 시코츠호로 가기 위해선 도오 고속도로(道央道, Do-o Expwy)를 타는 것이 좋다. 국도를 타고 산을 넘어갈 수도 있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데다, 시코츠호의 하이라이트인 타루마에산(樽前山)은 고속국도에서 접근하는 편이 더 가깝기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타루마에산에 올라 분화구를 본 뒤, 시코츠호를 감상하기로 했다. 시코츠호는 토야호나 노보리베쓰와 달리 대중교통이 없기 때문에 반드시 자가용을 이용해야 한다.


시코츠호의 아름다움

타루마에산(樽前山, Tarumae-zan)

타루마에산은 시코츠호에서 즐길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등산 코스 중 하나이다. 1,041m의 높이지만, 등산을 시작하는 산장(ビュッテ, Butte)이 650m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정상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는다. 차를 타고 타루마에산과 시코츠호의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면 숲이 우거진 비포장도로가 나오게 되며, 비포장도로를 따라 운전하면 산장이 나오게 된다. 우리 가족 외에 수많은 등산객들이 주차를 하고 있었으며, 노보리베쓰에서 숱하게 본 한국인이나 중국인이 아닌, 등산객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 히구마를 피하기 위해 가방에 종을 달고 다니는 모습이 아무 대책도 안 세운 우리와 엄청난 비교가 되었다.

고속도로에서 본 타루마에산 정상
타루마에산 또는 시코츠호로 향하는 갈림길
타루마에산으로 접근하는 도로는 숲으로 우거진 비포장도로다.

산장에서 조금 올랐을 뿐인데도 뒤를 바라보니 빨간빛의 단풍숲 뒤로 펼쳐진 시코츠호가 보인다. 낮은 지대는 숲이 우거져있었지만, 화산의 특성 때문인지 고지대로 올라가니 검은 모래 위에 이끼들만 있는 황량한 풍경이 눈에 보인다. 숲이 없어서 그런지 등산로도 넓게 만들어져 있어 오르기 편했으나, 머리 위로 직접 쏟아지는 햇빛은 늦가을인데도 불구하고 견디기 힘들었다. 고개에 오르면 왼쪽은 서산(西山), 오른쪽은 동산(山)이다. 타루마에산 한가운데는 용암이 분출하여 굳어진 종상화산(鐘狀火山, lava dome)이 있으며, 이 돔을 한 바퀴 도는 것이 전형적인 산행코스다.

타루마에산 등산의 시작점인 산장
단풍숲 뒤로 보이는 시코츠호의 아름다운 풍경
타루마에산 정상 (1,022m)
타루마에산에서도 후지산을 닮은 요테이산을 멀리서 볼 수 있다.

원래는 가족 모두가 라바 돔을 한 바퀴 돌아 내려가는 것이 목표였지만, 부모님은 타루마에산 정상까지만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싶어 하셨다. 부모님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고 나와 동생은 서산을 지나 단풍숲을 거쳐 주차장까지 도착하는 코스로 산행을 계속했다. 라바 돔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한 풍경, 용암이 흘러 생긴듯한 계곡 등을 감상하며, 전형적인 한국의 산과 다른 활화산의 모습을 만끽했다.

아침을 배불리 먹었기 때문에 2시간 내외의 타루마에산 등산이 정말 쉽다고 생각하고 물만 챙겨서 산을 오르니, 동생은 당이 떨어져 걸어가는 것도 힘들어했다. 평상시와 달리 내려가는 길이 올라가는 길보다 훨씬 힘든 이상한 상황이 되었지만, 단풍숲 뒤로 보이는 시코츠호의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지친 와중에도 나와 동생은 사진을 찍으며 등산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고생해서 산행을 끝낸 뒤 본 부모님이 얼마나 반갑던지! 차에 있던 간식으로 떨어진 당을 보충하고 멀리서 본 시코츠호로 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산 뒤로 펼쳐진 시코츠호의 모습도 멋지다.
라바 돔을 한 바퀴 돌면 또 다른 하산길이 보인다.


시코츠호(支笏湖, Shikotsu-ko)

타루마에산에서 내려와 30분 정도 운전을 하면 시코츠호에 도착할 수 있다. 시코츠호는 해발 250m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지만, 깊이가 363m나 되기 때문에 호수 바닥은 바다보다 아래다. 토야호보다 큰 호수지만, 호수 옆에 위치한 마을은 토야호의 마을보다 훨씬 작고 아담한 크기다. 마을은 정말 작아 일본에서 흔하디 흔한 큰 호텔도 볼 수 없으며, 식당도 몇 군데 없었고, 시코츠호가 형성된 과정을 알려주는 안내센터와 호수 앞 공원이 전부였다. 시코츠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공원을 따라 산책하며 한가로움을 즐기거나, 보트를 타고 호수 한가운데를 탐험하는 것이 전부다.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없으나 많은 사람들이 시코츠호에 들르는 것은 시코츠호가 주는 평온함과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잔잔하고 조용한 시코츠호의 모습
시코츠호는 정말 넓은 호수이지만 주변에 마을이 없어서 그런지 정말 조용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거대한 온천 마을, 조잔케이(定山渓)

삿포로 아이누 문화 센터(アイヌ文化センター サッポロピリカコタン, Sapporo Ainu Cultural Promotion Center)

전화번호: 011-596-5961

홈페이지: http://www.city.sapporo.jp/shimin/pirka-kotan/en/

운영시간: 9am-5pm

입장료: ¥200

시코츠호를 둘러보고 난 후 오후 3시가 되자, 사방이 어둑해지기 시작한다. 다음 숙소가 삿포로보다 더 먼 오타루(小樽) 시라 남은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오타루로 바로 달려갈 수 있었지만, 조잔케이가 어차피 가는 길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조잔케이를 잠깐 둘러보기로 했다. 몇몇 고개를 넘으니 자그마한 마을이 보이고, 마을 입구에는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삿포로 아이누 문화센터가 나온다.

조잔케이 마을
삿포로 아이누 문화센터

삿포로 아이누 문화센터는 우리 가족 외에는 아무도 없을 정도로 찾는 사람 없이 한산했다. 전시관뿐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모임 장소로도 이용되는 곳이기에 많은 일본인들이 건물 내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이누족이 사용한 유물들과 그들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으면 지하에 있는 전시관으로 가야 한다. 일본의 융화정책으로 인해 순수한 아이누족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 정도지만, 그들이 살아오면서 사용한 유물들을 보며 아이누족 나름의 지혜와 그들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예쁘게 꾸며진 의복을 보면 춥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일본 본토와는 다른 독특한 문화와 아름다움을 가진 민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물 밖으로 나오면 아이누족의 전통 주택 몇 채가 세워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내부로 들어가 관람할 수도 있다. 홋카이도는 가을이 절정이라 은행나무가 샛노란 빛을 띠고 아이누족의 집을 화려하게 만들어 준 광경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보다 3주 정도 먼저 만난 가을, 홋카이도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 중 하나이다.

이와토 칸논도 (岩戸観音堂)

전화번호: 011-598-2012

홈페이지: http://jozankei.jp/en/iwato-kannondo/242

운영시간: 7am-8pm

입장료: 무료

이와토 칸논도는 조잔케이 온천마을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절이다. 밖에서 보면 정말 작고 볼품없는 절이라 느낄 수 있지만, 절 내부에는 120m나 되는 동굴이 숨겨져 있다. 동굴 내부에는 연민의 신인 칸논(観音, 우리말로 관음) 동상이 33개가 있다. 험한 산골인 조잔케이 온천 마을에 길을 내다 죽은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해 동굴 내에 칸논을 모셨다고 한다. 동상은 관음보살이지만 제 각기 다른 모습을 띠고 있으며, 죽은 사람들을 위로라도 하듯 은은한 미소를 띠며 앉아 있었다.

조잔케이는 노보리베쓰보다 훨씬 큰 온천마을이었다.
이와토 칸논도는 겉으로 보기엔 정말 작은 절이다.
오른쪽에 보이는 문으로 들어가면 120m의 굴로 들어갈 수 있다.

호헤이쿄 온천 (豊平峡温泉, Hoheikyo Onsen)

전화번호: 011-598-2410

홈페이지: http://www.hoheikyo.co.jp/

운영시간: 10am-10.30pm

입장료: ¥1,000

조잔케이까지 왔는데, 온천을 안 들리면 뭔가 아쉬운 기분이 들 것 같아 호헤이쿄 온천에 가기로 했다. 호헤이쿄 온천은 조잔케이 마을에서 꽤 떨어진 곳에 있기 때문에 셔틀버스를 이용하거나 자가용을 이용해 가야 한다. 외딴곳에 있음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을 찾는데, 온천의 수질도 뛰어난 데다 야외 온천이 정말 크고 아름답기 때문이다. 호헤이쿄 온천의 야외 온천은 정원사가 직접 설계한 것으로, 자연 속에서 온천욕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준다. ¥1,000이라는 요금(게다가 수건은 따로 제공하지 않는다.)이 비싸긴 하지만, 노보리베쓰 온천과 버금갈 정도로 훌륭한 온천이었다.

호헤이쿄 온천 입구. 외딴 곳에 위치했지만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호헤이쿄 온천 (출처: http://www.hoheikyo.co.jp/)

시코츠호(支笏湖)의 맛집

코토부키 쇼쿠지 토코로(寿お食事処)

전화번호: 0123-25-2642

영업시간: 10.30am-5pm

메뉴: 스시, 덮밥 등 다양한 일식

시코츠호의 마을은 정말 작기 때문에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식당도 많지 않았다. 가장 붐비는 곳을 찾으니 영어 이름도 쓰여 있지 않은 식당이 눈에 띈다. 다양한 런치 세트를 제공하는 식당이었고, 스시 세트를 먹으려고 했지만 스시 세트는 이미 품절 상태였다. 타루마에산 등산을 끝낸 직후라 뭐든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스시를 못 먹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리는 덮밥, 소바, 덴뿌라 같은 런치 세트를 시켜서 허기를 달랬다. 맛도 나쁘지 않아 시코츠호에서 점심을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들릴 만한 곳이다.

코토부키 쇼쿠지 토코로 식당 내부


시코츠호(支笏湖)와 조잔케이(定山渓)를 떠나며

시코츠호와 조잔케이를 끝으로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코츠호와 조잔케이는 토야호나 노보리베쓰 온천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타루마에산이라는 명산과 호헤이쿄 온천이라는 아름다운 온천의 존재 때문이라도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단풍숲과 어우러진 시코츠호의 풍경, 타루마에산의 라바 튜브, 자연 속의 온천을 체험할 수 있는 호헤이쿄 온천 등은 홋카이도를 떠난 지 오래된 지금도 기억 속에 남아있는 특별한 장면이다. 조용하고 아늑한 자연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시코츠호에 방문해 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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