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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MO Dec 21. 2017

시코츠-토야 국립공원 ② 노보리베쓰 온천(登別温泉)

홋카이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 노보리베쓰

드넓은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이지만,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많이 찾는 곳은 단연 노보리베쓰다. 국립공원의 이름은 화산활동으로 생긴 두 호수에서 따왔지만,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일본에서 널리고 널린 온천마을이라니... 처음엔 그저 홋카이도에서 돌아다니는 것보다 휴양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노보리베쓰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노보리베쓰는 일본의 수많은 온천 중 하나지만, 홋카이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 지고쿠다니(地獄谷)라는 초현실적인 풍경, 마치 계곡처럼 흘러내리는 온천수 등이 노보리베쓰를 특별한 곳으로 만들어 주었고 수많은 사람들을 이 곳으로 이끌고 있었다.

온천의, 온천의, 온천을 위한 마을, 노보리베쓰(登別)

노보리베쓰 관광안내소. 한국사람들도 많이 찾는 곳이라 한국어 안내도 해준다.

토야호에서 1시간 정도 운전을 해서 노보리베쓰 마을 입구에 도달하면 코를 찌르는 유황냄새가 진동을 한다. 안내판이 없어도 우리가 노보리베쓰에 왔다는 걸 인지하게 해주는 유황이 참 고마웠다(?). 마을에 들어서면 엄청난 크기의 호텔들과 고급 료칸들,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줄을 서 있으며, 유명세에 비해 작은 크기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마을 입구에는 관광안내소가 있고, 좁은 거리에 불법주차를 한 수많은 차량들의 행렬이 여기가 우리가 알던 그 질서 정연한 일본이 맞는지 의심을 하게 만든다.


쿠타라호(倶多楽湖)

입장료: 무료

쿠타라호(倶多楽湖)로 가는 길에 위에서 본 지고쿠다니(地獄谷)

노보리베쓰 마을에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간 곳은 쿠타라호(倶多楽湖)다. 노보리베쓰 온천 뒤편 산길로 난 길을 따라가면 쿠타라호에 도달할 수 있으며, 가는 길에 지고쿠다니를 위에서 바라볼 수 있다. 쿠타라호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칼데라호로, 시코츠호나 토야호에 비해 크기도 작고 특별히 볼 것도 없어 사람들이 찾지 않아 한산한 모습이다.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강, 호수에서 빠져나가는 강 모두 없어 신비의 호수라 불린다. 찾아가기도 쉽지 않아 사람의 손이 거의 타지 않은 태초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쿠타라호의 아름다운 모습

호수를 떠올리면 뿌연 수질에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우중충한 이미지가 연상되는데, 쿠타라호는 이 호수가 가진 맑은 물, 바닥까지 볼 수 있는 투명함으로 청순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연상된다. 쿠타라호는 시코츠호나 토야호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로 인해 다시 한번 찾고 싶어 지는 곳이다.


노보리베쓰 마을

입장료: 무료

노보리베쓰는 토야호나 시코츠호와 달리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기 때문에, 면세점이나 음식점, 호텔 같은 기반시설이 정말 잘 갖춰져 있는 곳이다. 마을의 메인 거리를 걷다 보면 노보리베쓰의 상징인 도깨비부터 시작해서 각양각색의 주제로 만들어진 공예품들을 볼 수 있다. 지고쿠다니를 구경하고, 온천욕을 마무리한 다음 마을을 거닐면서 쇼핑을 즐기는 것도 노보리베쓰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노보리베쓰 마을에선 작고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을 구할 수 있다.
노보리베쓰 마을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대형호텔들이 많다.
노보리베쓰 마을의 메인 거리!

지고쿠다니(地獄谷)

입장료: 무료

노보리베쓰를 있게 만들어준 장본인이자, 노보리베쓰 그 자체인 지고쿠다니(地獄谷)!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듯한 수많은 연기들과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 입구를 지키고 있는 도깨비들... 홋카이도의 작은 마을인 노보리베쓰가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게 된 이유가 바로 이 지고쿠다니다. 지고쿠다니의 초현실적인 풍경만이 다가 아니다. 노보리베쓰 온천을 만들어준 엄청난 양의 용출수가 바로 지고쿠다니 계곡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에 노보리베쓰=지고쿠다니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이다.

지고쿠다니를 산책하면 곳곳에서 유황연기가 흘러나온다.

아침에 일어나 지고쿠다니를 산책했는데, 낮보다 더욱더 진해진 연기와 유황냄새로 인해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마 낮은 온도와 무거운 공기가 더 지옥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는데 기여했을 것이다. 썩은 냄새를 풍기는 하천 옆으로 검게 그을린 돌들과 대지가 그대로 드러난 황량한 풍경. 벳푸의 지옥 순례길보다 더 지옥 같다고 느낀 곳이 바로 이 곳이었다.

이 곳에서 흐르는 온천수가 그대로 온천에서 사용된다.

연기 속을 헤치며 지고쿠다니 산책을 즐길 수 있는데, 한 바퀴 도는데만 해도 1시간이 걸리는 긴 코스다. 마을에서 가까운 곳에서 잔잔하게 흐르는 개울물을 볼 수 있다면, 언덕을 넘어가면 상당한 크기의 온천수가 호수를 이룬 모습을 볼 수 있다. 끊임없이 온천수가 유입되는 호수는 코발트색을 숨김없이 보여줌으로써 유황이 엄청나게 녹아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그만큼 노보리베쓰 온천의 질은 뛰어나다는 이야기!)

추운 날씨임에도 팔팔 끓어오르는 듯한 온천수

숲이 우거진 계곡을 지나니 산책로 끝에 다정하게 손잡고 있는 도깨비 가족이 보였다. 천천히 차도를 따라 마을로 다시 돌아가면서 옅어지는 유황냄새와 함께 언제 다시 볼 지 모르는 지고쿠다니와 점점 멀어져 갔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없는 풍경이었기에 기억에 남기려 더욱 노력했을지 모르는 산책길이었다.

산책로 끝에는 다시 한 번 도깨비가 등장한다.
노보리베쓰 마을의 풍경

온센 텐고쿠(温泉天国)

전화번호: 0143-84-3322

홈페이지: takimotokan.co.jp/english/onsen

입장료: ¥2,000, ¥1,500 (after 4pm)

운영시간: 9am-6pm

온센 텐고쿠는 노보리베쓰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으로 7가지 종류의 탕을 가지고 있는 거대한 온천이다. 다이이치 다키모토칸 내부에 있으며, 호텔에 숙박하는 여행객들은 언제든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있다. 온센 텐고쿠에 들러 온천욕을 즐기는 것만으로 노보리베쓰에 들리는 이유는 충분하다. 일본 온천답게 내부는 청결하게 유지되어 있으며, 하루에 200만 리터의 온천수를 생산하는 지고쿠다니의 물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수질 또한 뛰어나다. 온천 내부에서 지고쿠다니를 바라볼 수 있으며, 수많은 종류의 온천을 즐기면서 피로를 풀 수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들린 온천 중 가장 뛰어난 온천으로 손꼽힐 정도로 훌륭한 곳이었다.

온센 텐고쿠 내부 (출처: http://www.takimotokan.co.jp/spa/)

노보리베쓰의 맛집

아지노다이오(味の大王)

전화번호: 0143-84-2415

운영시간: 11.30am-3pm

입장료: 라멘 ¥800-1,150

가게 이름을 직역하면 '맛의 대왕'이라는 엄청난 자부심을 가진 노보리베쓰의 상징적인 라멘집이다. 대표 메뉴는 지고쿠다니 라면으로, 레벨 1-10까지 손님이 정해서 먹을 수 있다. 레벨 10인 라면을 먹으면 벽에 사진이 걸리게 되는데, 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람보다 유명인 사진이 훨씬 많은 것이 함정이다. 지레 겁을 먹고 나와 동생은 저 레벨의 라멘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맵지 않아 좀 더 높은 레벨을 도전해 볼 걸 하는 후회를 했다. 2시에 갔는데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 있는 맛집답게 라멘 맛도 일품이었다. (장사가 너무 잘 돼서 그런지 오후 3시가 되면 문을 닫는다.)

아지노다이오의 지고쿠다니 라멘. 다른 종류의 라멘도 먹을 수 있다.
아지노 다이오 내부

노보리베쓰에서 머물 곳

다이이치 타키모토칸(第一滝本館)

전화번호: 0143-84-3322

홈페이지: takimotokan.co.jp/english

숙박료: s ¥18,900, d ¥24,840 (두 끼 식사 포함)

노보리베쓰에서 머물러야 한다면 단연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이 최선의 선택이다. 편리한 시설, 깨끗한 실내, 맛있는 식사 그리고 온천 텐고쿠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까지. 이 호텔에서 머무는 것 하나만으로 노보리베쓰는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우리 가족은 노보리베쓰에 도착해 일찌감치 돌아다니는 여정을 마치고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을 택할 정도로 이 곳에 머문 기억은 행복 그 자체였다.

다이이치 타키모토칸 외부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의 내부

온천 텐고쿠에서 긴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한 뒤, 호텔 내 식당인 유노사토(湯の里)로 향했다.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에 묵는 사람들은 저녁으로 료칸과 비슷하게 객실 내에서 식사를 하는 것, 유노사토(湯の里)에서 코스요리를 먹는 것, 뷔페에서 먹는 것 3가지 옵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우리가 택한 것은 유노사토로, 일본 코스 요리는 가족들 모두 처음 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기대를 갖고 음식을 기다렸다. 리스트에 표시된 요리들이 맛만 볼 수 있을 정도로 조금씩 나올 줄 알았는데, 양도 푸짐하고 정말 맛있어서 놀랐다. (농담이 아니다! 맛에 까다로운 동생이 극찬을 할 정도였으니...) 부모님도 온천과 식사 모두 엄청 만족한 눈치여서 이 호텔은 나중에 다시 와도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대게, 스테이크, 두부, 돌솥밥 등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요리들이 줄지어 나오니 허기진 상태로 가는 게 좋을 듯하다.

유노사토에서 식사를 마친 뒤, 호텔 내 쇼핑구역 한가운데 있는 도깨비방망이로 갔다. 두 층에 걸쳐있는 도깨비방망이는 특정 시간마다 음악이 울리면서 방망이에서 도깨비들이 튀어나오는 곳이다. 10분 정도 공연을 본 뒤, 호텔 내 상점에 들러 기념품들을 구경하며 하루 일정을 끝냈다.

호텔 내 쇼핑구역 한가운데 있는 도깨비방망이
다이이치 타키모토칸 로비

겐시린(原始林)이라는 이름을 가진 뷔페에서 아침을 제공하는데, 메뉴는 일반 호텔에서 제공하는 뷔페와 크게 차이는 없지만 맛은 뛰어났다.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는 호텔이라 뷔페 크기가 컸음에도 일찍 도착해도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붐볐다. 아침을 먹은 뒤 시코츠호(支笏湖)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을 떠나는 게 너무 아쉽게 느껴졌다.

노보리베쓰를 떠나며...

노보리베쓰는 한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유명한 호텔이다. 이 곳을 방문하기 위해 홋카이도를 찾는 사람들도 많을 정도로 노보리베쓰는 아름다운 곳이며 훌륭한 온천을 가지고 있다. 처음엔 단지 '일본에 왔으니 온천욕은 반드시 즐기고 가야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방문했으나, 지고쿠다니와 쿠타라호의 아름다움, 온천 텐고쿠에서 즐긴 온천욕, 다이이치 타키모토칸의 맛있는 식사와 편안한 숙박시설이 합쳐져 홋카이도에서 잊지 못할 기억 중 하나가 되었다. 동생 또한 훗날 노보리베쓰를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이 곳에 반해버렸다. 삿포로와 멀지 않아 찾기도 쉬운 노보리베쓰, 홋카이도에 들리면 반드시 찾아가 볼 온천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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