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화산 위에서 바라보는 토야호의 모습이 일품!
홋카이도의 국립공원 중 하나인 시코츠-토야 국립공원(支笏洞爺国立公園)은 넓은 영역에 퍼져 있으며, 시코츠호(支笏湖)와 토야호(洞爺湖) 두 호수와 조잔케이(定山渓), 노보리베쓰(登別) 두 온천으로 이루어져 있다. 국립공원 내 우스산(有珠山), 후지산을 닮아 에조후지(蝦夷富士)라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 타루마에산(樽前山)과 같은 아름다운 산들도 많아 등산을 즐길 수도 있다. 국립공원 곳곳에 있는 산과 호수들은 많은 사람들이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을 방문하게 만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큰 위협이 되는 존재다. 평소엔 잠잠한 모습으로 연기들을 내뿜고 있는 산들이지만, 우스산과 타루마에산은 아직도 폭발이 일어나는 활화산으로 30년마다 한 번씩 주변 마을들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현지인들은 이런 위협에 시달리면서도 화산활동으로 생긴 온천과 호수로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에 피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모습이다.
토야호에서 가까운 우스산의 경우, 1900년대에 4번 이상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이 일어난 연도는 1910, 1945, 1977, 2000년으로 30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분출해왔다. 1977년의 폭발이 가장 큰 피해였는데 이때 분연의 높이가 12,000m에 도달할 정도로 주변 마을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다. 2000년에도 이에 버금가는 큰 폭발이 일어났지만, 예측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 상태고 일본 정부의 뛰어난 대처로 단 한 명의 사상자도 나지 않았다. 이런 위험한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은 가 볼만한 가치가 있을까?
전화번호: 0142-75-2446 (토야호 관광정보센터)
홈페이지: laketoya.com
다이세츠산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운전을 해야 찾을 수 있는 토야호였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토야호의 숙소들은 각자 자신들의 온천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천욕을 끝내고 저녁을 먹은 뒤 토야호의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매일 열리는 불꽃놀이기 때문에 서울 불꽃축제나 부산 불꽃축제에 비할 만큼은 아니지만 조용한 가운데서 가족끼리 느끼는 불꽃놀이는 처음이라 행복했다.
어두컴컴한 밤에는 토야호의 크기가 가늠이 되지 않았지만, 아침 산책을 하다 보니 토야호가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었다. 한국의 유명한 호수들인 소양호, 충주호가 강을 댐으로 막아 형성된 인공적인 호수들이지만, 토야호는 자연이 만들어낸 거대한 호수였다. 호수 한가운데 떠 있는 나카지마(中島)가 인상적으로 나카지마 외에 3개의 섬이 더 있어 바다에 온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토야호 반대편에선 에조후지(蝦夷富士, 에조는 홋카이도의 옛 이름. 즉 홋카이도의 후지산이라는 뜻)라 불리는 요테이산(羊蹄山)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얼핏 보면 정말 후지산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정도로 후지산을 닮은 모습이라 신기했다. 나뿐 아니라 수많은 일본인들이 토야코를 돌면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으며, 토야코의 환상적인 풍경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있었다. 토야코 마을 곳곳에는 온천수에 손과 발을 담글 수 있는 노천온천이 존재해 언제든지 토야코 온천을 느끼게 할 수 있는 배려가 느껴졌다.
전화번호: 0142-74-2401
홈페이지: http://usuzan.hokkaido.jp/
로프웨이: 왕복 ¥1,500
운영시간: 8.30am-5pm
토야코 마을 북서쪽엔 토야코를 형성한 주범(?)인 우스산(有珠山)이 있다. 차를 타고 우스산으로 오르면 1943년에 형성된 쇼와신산(昭和新山)이 보인다. 연기를 내뿜고 있는 모습이 심상치 않은 산으로, 언제든지 폭발할 준비가 되어 있는 듯한 모습이다. 쇼와신산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로프웨이를 타고 올라가는 산은 733m의 우스산(有珠山)이다.
우스산 전망대까지는 로프웨이를 타고 10분 정도면 도착하지만, 우스산 분화구를 따라 트레킹을 하면 왕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트레킹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우스산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정상까지 올라 다시 로프웨이를 타고 하산하면 되지만, 트레킹 코스 내내 우스산 분화구와 홋카이도 남쪽에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산책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스산도 쇼와신산과 마찬가지로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에 분화구에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으며, 멀리서 바라보며 산책할 수 있다. 우스산에도 홋카이도의 상징인 히구마(홋카이도에 서식하는 곰)가 살고 있기 때문에 주의하며 걸어야 한다. (조심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남자들은 보지 못 했지만, 어머니는 저 멀리 산책로에 히구마가 뛰어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 (처음엔 개나 고양이인 줄 알았다고...) 산책로 끝에 다다르면 강 건너 눈으로 뒤덮인 요테이산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전화번호: 0142-75-2555
홈페이지: http://toyako-vc.jp/en/volcano/
입장료: ¥600
운영시간: 9am-5pm
토야호가 생긴 과학적 지식과 화산 분출로 인한 피해에 대해 알고 싶으면, 토야호 마을에 위치한 화산과학관을 들리면 된다. ¥600이라는 요금이 조금 과하긴 하지만, 토야호에서 일어난 4건의 화산 폭발 동영상을 감상하면서 이 마을이 언제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사실과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이점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화산 분출로 인해 망가진 트럭을 과학관 내부에서 볼 수 있으며, 과학관 뒤편으로 폐허가 된 목욕탕과 아파트 등이 보존되어 있다.
메뉴: 정식 ¥800-1,200
토야호에선 특출 난 맛집이 없는 것 같아 마을을 걸어가면서 괜찮은 곳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했다. 탄수화물을 보충하고자 라멘이나 우동보단 정식을 제공하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이자카야처럼 보이는 식당 간판에서 여러 가지 정식을 팔고 있는 것이 보였다. 구글에서 검색해도 확인이 안 되는 오뎅집 이름은 모미지(椛)로, 일본 현지인들이 오뎅과 함께 술을 먹는 조그마한 술집이었다. 오뎅이 주메뉴지만 우리는 정식 4종류를 시켜 먹었으며 (정식이래 봤자 일본이기 때문에 생선이나 가라아게와 함께 밥 한 공기와 된장국 단무지를 주는 게 전부다.), 아주머니 혼자 요리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 비교적 싼 가격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곳이지만, 정보 검색이 안 되기 때문에 전화번호나 위치를 알려줄 순 없다 (-_-).
전화번호: 0142-75-2415
홈페이지: daiwa-ryokan.jp
숙박료: single ¥5,200, double ¥9,200
토야호 곳곳에 큰 호텔들이 많지만, 저렴한 가격에 묵고 싶다면 다이와 료칸을 추천한다. 오래되고 낡은 시설이지만, 료칸 내부에 온천이 있기 때문에 온천욕과 함께 편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일본에서 료칸이라고 생각하면 비싸고 고급진 곳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여긴 한국의 여관과 비슷한 곳으로 정말 오래되었다.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방 내부는 깔끔하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 없이 쉴 수 있지만, 화장실이나 샤워실이 바깥에 있는 것은 불편했다. 저녁을 따로 제공하진 않지만, 간단하고 정갈한 아침 식사를 먹을 수 있다.
토야호를 만끽한 후에는, 시코츠-토야 국립공원에서 가장 유명하고 아름다운 온천인 노보리베쓰 온천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올라야 해 운전하긴 힘들지만, 드라이브 길 곳곳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단풍나무 뒤로 펼쳐진 요테이산과 토야호의 풍경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노보리베쓰의 아름다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산길을 올랐다. 홋카이도의 아름다운 자연들 속에서 토야호가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볼 순 없지만, 우스산 위에서 바라보는 토야호와 요테이산의 모습은 기억 속에 오랫동안 남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삿포로와 가까운 곳에서 자연을 느끼고 싶다면 토야호에 들러 화산 위를 걷는 스릴을 만끽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