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서 가장 높고 거대한 국립공원, 다이세츠산
다이세츠산(大雪山)은 홋카이도에서 가장 거대한 국립공원이자, 섬 내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후라노와 비에이같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마을도 다이세츠산을 배경으로 위치해 있지만, 막상 한국인들은 다이세츠산을 찾지는 않는 편이다. 일본의 국립공원은 한국과 달리 관광객들을 위하여 편의시설을 제공하기보다 자연 그대로 보존을 목표로 하기 때문인지, 온천이 아니면 찾는 사람들의 수도 적은 듯하다. 우리 가족은 케이블카를 타고 다이세츠산을 오르고자 했지만, 날씨가 안 좋아 올라도 아무런 감흥이 없을 것 같아 과감히 포기하고 다이세츠산 주변을 드라이브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쇼운코 계곡은 다이세츠산 기슭에 위치한 수많은 계곡 중 하나다. 아사히다케 온천(旭岳温泉)과 함께 다이세츠산 종주의 시발점 역할을 하는 계곡 중 하나로, 꼭 등산을 하지 않더라도 다이세츠산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인 아사히다케와 가까운 아사히다케 온천과 달리, 차를 타고 꽤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지만 쇼운코 계곡의 아름다움은 차를 타고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고 있다. 비록 다이세츠산을 오르는 데 실패했지만, 쇼운코 계곡의 절경을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 상당히 만족할 수 있었던 곳이다.
전화번호: 01658-5-3333
영업시간: 10am-9.30pm
입장료: ¥600
쇼운코 계곡의 많은 온천들이 호텔 내에 있지만, 쿠로다케 노 유(黒岳の湯)는 호텔에 숙박하는 사람들이 아니더라도 찾을 수 있는 작은 온천이다. 홋카이도의 수많은 아름다운 온천들에 비해 특별할 것도 없지만, 오랜 여행에 지친 우리 가족들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적절한 온천이었다. 우리가 묵은 펜션 야마노우에(Pension Yamanoue)에 묵으면 쿠로다케 노 유의 입장권을 제공하기 때문에, 공짜로 쿠로다케 노 유를 이용할 수 있었다.
긴가 노 타키와 류세 노 타키는 쇼운코 계곡에 위치한 폭포로 발품을 팔지 않고도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쇼운코 온천에서 차를 타고 1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으며, 가벼운 산책만으로도 두 폭포를 보기엔 부족함이 없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가 단풍이 절정이었기 때문에, 폭포 양옆으로 서 있는 단풍나무들이 아름다움을 더 했다. 게다가 다이세츠산의 봉우리들은 10월 초인데도 눈으로 뒤덮여 있어, 단풍과 설경이 어우러진 장면을 연출했다.
류세 노 타키와 긴가 노 타키는 이름은 다르지만 생긴 모습은 아주 흡사하다. 영겁의 세월 동안 흐르는 물줄기로 인해 바위가 계속 깎이고 깎여 두 봉우리가 만들어졌으며, 그 사이로 쉬지 않고 흐르는 폭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폭포 아래 흐르는 계곡 옆으로 서 있는 단풍나무들은 이른 시간에 가을을 만끽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며, 눈으로 뒤덮인 봉우리들은 홋카이도엔 겨울이 이미 성큼 다가왔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었다.
다이세츠산의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거나, 계곡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 다이세츠산에 올라 등산을 하는 것 외에 다이세츠산을 느끼는 또 다른 좋은 방법은 바로 드라이브다. 다이세츠산의 서쪽에 아사히카와라는 홋카이도 제2의 도시와 더불어 수많은 마을들이 있지만, 동쪽으로는 사람 한 명 보기 힘들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어 있다. 다이세츠산의 동편을 탐방하는 드라이브는 홋카이도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
다이세츠산 동쪽의 꼬불꼬불한 길을 따라 오르면 곧이어 미쿠니 토게(三國峠, Mikuni toge)라는 고개가 나오게 된다. 단풍나무 위로 내리는 눈의 풍경은 생전 처음 봤을 정도로 신기하고 아름다웠지만, 펑펑 쏟아지는 눈을 뚫고 무사히 내려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의 기름 게이지는 바닥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구글 지도로 확인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무려 60km를 가야 나온다고 알려주고 있었다.
처음엔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고 드라이브 길 양옆에 펼쳐진 아름드리나무들의 모습을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홋카이도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답게 산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으며, 상록수와 단풍나무들이 섞인 모습은 때마침 비친 햇빛과 함께 선경(仙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가는 중간에 차가 서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앞섰고, 주변 풍경보다 운전에 더 집중을 하는 괴이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게이지 위에는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지 표시하는 계기판도 있었고, 여기 나타난 숫자는 간당간당하게 주유소에 도착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걱정을 했지만, 내리막길이라 생각보다 넉넉하게 주유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주유소 앞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 먹으며, 그동안의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준비가 철저해야 여행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이런 사건이 터지는 것도 여행의 큰 매력 중 하나이다.)
전화번호: 0156-64-7007
홈페이지: http://bear-mt.jp/
영업시간: 9am-4pm
입장료: Admission ¥1,836, Bear Watching Bus ¥2,916, Bus Tour + Hotel Lunch ¥3,200
베어 마운틴은 홋카이도에 서식하는 곰인 히구마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스키 리조트인 사호로 리조트(サホロリゾート) 내에 위치해 있다. 스키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아주 한산했으며, 우리 가족 네 명만 버스를 타고 히구마를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뒤 시간엔 단체 관광객이 와서 버스 안이 꽉 찼다.) 베어 마운틴을 걸어서 관람할 수도 있지만, 저 멀리서 보이는 히구마는 아무 감흥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버스를 타고 히구마를 볼 것을 추천한다. 우리 가족은 버스 투어와 호텔 런치를 같이 제공하는 상품을 구매해 히구마를 관찰한 뒤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버스 안에 오르니 어린 시절 동물원에서 동물들을 가까이서 보고 느꼈던 짜릿한 기분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히구마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곰 중 하나로, 다 큰 곰은 키는 2m에 무게는 300kg에 달한다. 크고 무겁다고 느리다고 생각하면 오산으로,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다. 1962년부터 지금까지 히구마가 사람을 공격한 횟수는 86번, 히구마에 의해 죽은 사람은 33명이나 될 정도로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다. 히구마의 위험성 때문에 홋카이도에 위치한 많은 산에선 곰을 조심하라는 안내판이 곳곳에 세워져 있으며, 등산객들은 곰을 쫓기 위해 방울을 달고 다닌다.
이런 사실들로만 보면 히구마를 보기 두려워질 수도 있으나, 버스 투어 내내 관광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히구마를 관찰할 수 있었다. 사람에게 익숙해져서 그런지 히구마는 우리들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식사를 하거나 헤엄을 치는 듯 자기 할 일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덕분에 말로만 듣던 히구마의 사진을 마음껏 찍으며, 신기하고 거대한 동물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베어 마운틴을 들린 뒤 우리의 숙소가 위치한 시코츠 토야 국립공원(支笏洞爺国立公園, Shikotsu-Toya National Park)으로 향했다. 계속해서 산길을 따라 오르는 드라이브 코스라 창밖으로 홋카이도의 자연을 계속해서 감상할 수 있었고, 한 전망대에선 무지개가 떠오른 것도 볼 수 있었다.
시코츠 토야 국립공원에 가까이 가니 어느덧 해가 질 때가 되었다. 비록 차 안에서 본 해 질 녘 풍경이었지만, 수많은 구름들과 노을이 어우러진 풍경은 오랜 운전으로 지친 우리들에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전화번호: 0156-64-7111
영업시간: 11.30am-8pm
메뉴: 런치세트 3종류
다이세츠산이 워낙 방대하고 사람도 적어 온천단지 외에선 식당을 찾기조차 힘들다. 우리는 베어 마운틴에 들러 점심을 함께 해결하고자 했으며, 투어 버스와 점심을 함께할 수 있는 티켓을 구입했다. 하나 모리 쿠마는 베어 마운틴에서 차를 타고 2분이면 도착할 수 있는 곳으로, 투어에 포함된 점심답지 않게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티켓을 사면 점심으로 3가지 세트(정식, 빵, 덮밥&우동)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세 종류 모두 맛있었다. 난 빵을 선택했고 제일 별로라고 생각했지만,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와 만족할 수 있었다.
전화번호: 1658-5-3206
숙박료: ¥9,450 (한 사람당, 2끼 식사 포함)
펜션 야마노우에는 료칸과 비슷하게 한 사람당 요금을 받으며, 2끼 식사가 포함되어 있다. 쇼운코 온천에 위치한 숙소지만, 호텔이 아닌 펜션이라 건물 내부에 온천이 없는 대신, 가까운 쿠로다케 노 유 온천 티켓을 제공한다. 방은 특별할 것 없는 다다미방으로 난방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산 중턱이라도 따뜻하게 묵을 수 있었다. 다만 료칸과 달리 식사가 결코 맛있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으로, 동생이 상당히 불만을 표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료칸과 가격을 비교하면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 쇼운코 온천에서 호텔 외 다른 곳을 찾는다면 펜션 야마노우에에서 묵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