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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Feb 15. 2016

모나코의 면세(免稅) 전략

카지노에 오페라 하우스까지 열어

다양한 관광 수요를 충족한 데다

소득세 면제로 조세피난처로 부상

종합적 관광 패키지가 성공 비결


모나코는 아주 작은 나라다. ‘나라’라는이름을 붙이기도 민망할 정도다. 프랑스 남부 해안의 손톱만한 나라다.면적은 고작 2㎢ 정도다. 바티칸보다 조금 넓다. 그나마 매립을 통해 육지를 20%나 확대한 결과다. 프랑스 국경과 해안선과의 폭이 좁은 곳은 349m에 불과하다. 


모나코 역사에는 눈물이 배어 있다. 작은 나라의 숙명이다. 외침이 끊이지 않았다.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수시로 모나코를 짓밟았다. 지금도 국방은 프랑스에 의존한다. 공식 언어도 불어다. 사실상 프랑스의 자치령이다. 


작은 나라지만 떵떵거리고 산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5만 달러를 웃돈다.1인당 국민총소득은 무려 18만 달러를 넘는다. 백만장자들은목에 힘도 주지 못한다. 억만장자도 수두룩하다.  


모나코가 부국(富國)으로 성장한 것은 샤를 3세의 공(功)이다. 샤를 3세는 1856년 즉위했다. 그 당시 모나코는 붕괴 직전이었다. 잦은 전란으로 세금 부담은 크게 늘어났다. 주민들은 반발했다. 


모나코 주민들은 사르데니아 왕국과의 합병을 추진했다. 부자 나라에귀속되면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하지만 프랑스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안보 위협이 높아질 게 뻔했기 때문이다. 


왕은 결단을 내렸다. 모나코 주요 지역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겠다고선언했다. 이들 지역은 모나코 전체 면적의 95%에 달했다. 이들 지역을 프랑스에 410만 프랑을 받고 넘겼다. 프랑스는 모나코와 조약을 맺고 주권을 인정했다. 


샤를 3세는 모나코의 미래를 고민했다. 지정학상 프랑스에 대한 의존은 불가피했다. 프랑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청사진을 그렸다. 고급 휴양지로의 변신을 꾀했다. 


여건도 딱 맞아떨어졌다. 프랑스 철도가 1858년 모나코까지 연장됐다. 파리 시민들은 기차를 타고 모나코를찾을 수 있게 됐다. 철도 개통은 필요조건에 불과했다. 모나코가 먹고 살려면 또 다른 조건을 갖춰야 했다. 


부가가치가 높은 먹거리산업이 필요했다. 관광객이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했다. 그저 경치만 감상해서는 모나코에 떨어질 게 별로 없었다. 카지노산업에서답을 찾았다. 샤를3세는 철도 개통과 함께 카지노 개장을허용했다. 내국인의 카지노 출입은 금지했다.   


마침내 몬테 카를로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카지노와 철도의 결합은 모나코의 성장을 이끌었다. 숱한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다. 다양한 관광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문화시설을 조성했다. 카지노에 이어 해양박물관, 오페라 하우스도 개장했다. 


모나코 업그레이드 전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샤를3세는 모나코를 휴양지에서 조세피난처로 끌어올렸다. 모나코는 1869년 소득세 부과를 중단했다. 모나코는 지금도 소득세를 걷지않는다. 영업세(business tax)와 사회보험세금만물릴 뿐이다.


모나코는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의 조세피난처다. 숱한 세금 망명객들이모나코를 찾는다. 이들은 대부분 부유층이다. 모나코의 금융산업과보석산업이 발전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상당수 프랑스 부유층이 모나코를 즐겨 찾는다. 물론 절세 목적 때문이다.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1963년 모나코 봉쇄 조치를 취하기도했다. 프랑스 부자들이 모나코를 조세피난처로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모나코는 이런 견제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휴식은 물론 볼거리에 재테크 수요까지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 사업자가 결정됐다. 중국 관광객(유커)들이 만만치 않은 씀씀이를 과시하는 상황이라 허가 자체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될 정도다. 지난 2011년을 기준으로 전세계 면세점 매출에서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35%로 유럽(34%)을 추월했다. 미국의 비중은 23%에 불과했다.중국의 경제성장 덕분이다. 


쇼핑 위주의 관광객 유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쇼핑 면세 조치는 수출에 대한 세금 면제와 같은 효과를 낸다. 모든 나라가 외국인 쇼핑에 대해서는 면세 혜택을 준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싸지 않다면 면세 쇼핑만으로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어렵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줄어드는 데다 체류기간도 감소하는 추세다. 면세쇼핑만으로는 이런 추세를 되돌리지 못한다. 모나코처럼 종합적인 정책 패키지가 필요하다. 


참고문헌

1)             Palan, Ronen et al. 2010. TaxHavens : How Globalization Really Works. New York. Cornell UniversityPress.  

2)             Adams,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3)             Monaco - Wikipedia, the free encyclo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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