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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문재 May 10. 2016

동맹(同盟)의 붕괴

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하려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노력 필요

자신들의 이익에만 매달리면     

델로스 동맹 같은 비극 자초 


동맹(同盟)은 계산의결과다. 셈법은 간단치 않다. 다차방정식을 필요로 한다. 동맹국들의 국력은 물론 정서까지 고려에 넣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동맹은 언제라도 붕괴된다.   


뛰어난 지도자라야 다차방정식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델로스 동맹도 그렇게 결성됐다. 아테네의 지도자 아리스테이데스(Aristides)가 산파 역할을 맡았다. '역사의 아버지' 헤로도토스는 아리스테이데스를 리더의 모델로 꼽았다. '공정한 아리스테이데스'라고 불렀다. 


아리스테이데스는 그럴 자격이 충분했다. 자신에게는 엄격한 반면 남에게는 배려와 관용을 베풀었다. 판세를읽는 능력도 탁월했고, 유연한 자세를 잃지 않았다. 


아테네는 BC 490년마라톤 전투에서 페르시아에 승리를 거뒀다. 아리스테이데스는 밀티아데스(Miltiades)장군을 도와 승전을 이끌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그 후 육군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정적(政敵) 테미스토클레스(Themistocles)는 해군력을 키워야 한다고 반박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테미스토클레스의 손을 들어줬다. 아리스테이데스는 도편추방(陶片追放)을 당한 후 해외를 전전했다.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왕은 BC 480년 16만명의병력과 1,200척의 함선을 동원해 그리스를 침공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아리스테이데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페르시아에 맞서려면 정적(政敵)과도 힘을 합쳐야 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를 적극 지원했다. 아테네 지도층의 전폭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한편 군사적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리스 연합군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 해군에 완승을 거뒀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살라미스 해전 후 동맹을 결성했다. 아테네를 중심으로 집단안보 체제를 수립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동맹 설계의 책임을 맡았다.살라미스 해전의 영웅 테미스토클레스는 적임자가 아니었다. 그는 부정 부패 혐의로 도편추방을당했다. 아리스테이데스가 테미스토클레스를 적극 옹호했지만 허사로 끝났다. 


모든 동맹 참여국들이 아리스테이디스를 선호했다. 동맹을 공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의 삶은 이런 믿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는 청빈을 실천했다. 죽을 때 남긴 돈이 없어 아테네가 정부 재정으로 장례비를 집행했다. 딸들은 지참금이 없어 결혼도 포기했다. 사심이 없다는 게 지배적 평가였다. 


BC 477년 아테네를 중심으로 델로스 동맹이 결성됐다. 동맹국 가운데 아테네, 레스보스,키오스 등 3개 도시국가들만 독자적으로 함대를 유지했다. 나머지 국가들은 공동 기금에 자금을 댔다. 이 기금은 함대 유지 비용으로 사용됐다. 


아리스테이데스는 공정하게 공동기금 분담액을 결정했다. 동맹국들의 경제력을 정확히 평가한 후 기금 배정 기준으로 삼았다. 평가 및 배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했기 때문에 어느 동맹국도 불만을 품지 않았다. 


아리스테이데스는 공정했지만 후임자들은 그렇지 못했다. 델로스동맹은 아테네동맹, 나아가 아테네 제국으로 변질됐다. 심지어 공동 기금도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으로 옮겼다. 


다른 동맹국들의 반발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동맹에서 탈퇴하려는 도시국가들이 늘어났다. 델로스 동맹은 와해됐다. 아테네도 비극적 운명을맞았다.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라이벌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고 만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트럼프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치 주한미군을 용병으로 여기는 것 같다.

한국은 현재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을 대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원 가까이 지출했다. 아리스테이데스의 관점으로 보면 한국은 분담비율은 적정 수준을 넘어선다. 한국과 미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다. 한국은 안전보장 무임승차자가 아니다. 


미국은 1953년 10월1일 한국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한미동맹은 처음에는 미국의 일방적인 안전보장체제로 출발했다. 하지만 지금은 의미가 상당히 달라졌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통해 동아시아에서 전략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일방적 시혜 관계는 아니다. 


해외 군사기지는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달성키 위한 도구다. 미국은 이라크같은 분쟁지역은 물론 그린랜드, 싱가포르에도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미국 지도자가 이들 국가에 안전보장을 제공한다고 우기면 웃음거리로 전락한다. 


지도자가 역사와 국제관계를 모르면 나라의 불행이다. 고립과 쇠락을 재촉한다. 델로스 동맹이 무너지자 아테네도 몰락을 맞았다. 역사를 망각하면 불행을 자초할 뿐이다.


참고 문헌 

1)            도널드 케이건 지음. 허승일, 박재욱 옮김. 2006.펠로폰네소스 전쟁사. 까치 

2)            Adams,Charles. 2001. For Good and Evil : The Impact of Taxes on the Course ofCivilization. Maryland. Madison 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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